진주시 가좌동에서 40대 남성이 방화하고 이웃에게 흉기 휘둘러...20명 사상
피의자 조현병 경력 있어...“관리 시스템 있어야” 지적 나와
피의자 올해만 7번 경찰 조사...“국가 관계기관이 방치한 인재”

방화로 인해 검게 그을린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 방화로 인해 검게 그을린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지난 17일 오전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이웃들을 흉기로 공격해 20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 경력이 있는 피의자는 이웃들에게 위협을 가하며 올해만 7번 신고당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막을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관리가 허술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 안씨(42,남)는 지난 17일 오전 4시 29분께 자신의 집인 406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후 화재 경보가 울리자 놀라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안씨는 준비한 흉기 2개를 마구 휘둘렀다.

이 범행으로 초등학생 금모양(12)과 고등학생 최모양(19)을 포함해 59세·65세 여성, 74세 남성 등 5명이 숨졌다. 흉기에 찔려 부상당한 사람은 6명, 화재 연기로 다친 사람은 9명이다.

칼부림 사상자 11명 중 9명이 여성이었다. 남성 피해자 2명 중 사망한 황모씨는 74세의 고령이었고, 29세의 정모씨가 부상을 입었다. 사건현장의 한 목격자는 피의자가 "덩치가 큰 지인은 노려보기만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노인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돼 있는 점으로 인해 분노와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범행이 쉬운 약자를 골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묻지마 범죄’의 특징이기도 하다. 

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씨(42)가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질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씨(42)가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질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피의자 구속영장 신청...“사회적으로 불이익 당했다”진술

안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범행 이유에 대해 “불이익을 좀 당하다가 저도 모르게 화가 많이 나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좀 밝혀 달라.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하며 취재진을 향해 “제대로 밝혀 달라”고 소리지르기도 했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18일까지 안씨와 1차례 조사, 수차례 면담을 진행하고 그가 범행을 오래 전부터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범행에 사용한 길이 34cm등 흉기 2자루를 범행 2~3개월 전에 구입했으며, 사건 당일 원한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휘발유를 구입했다.

안씨는 조사‧면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기업체, 퇴사 뒤, 치료과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은 “누군가가 아파트를 불법 개조해 CCTV를 설치했다. 주거지에 벌레와 쓰레기를 던졌다. 모두가 한 통 속으로 시비를 걸어왔다”는 안씨의 진술에 따라 그가 지속적인 피해망상으로 분노가 커진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현병 경력이 있던 안모씨가 과거에도 위층 주민의 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하는 모습이 CCTV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 조현병 경력이 있던 안모씨가 과거에도 위층 주민의 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하는 모습이 CCTV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조현병’있던 피의자...관리 시스템 없어

경찰은 오전 4시 31분께 화재신고로 119 공동대응 지령을 받고, 4분여 후 인근 개양파출소 순찰차 2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2층 복도에서 흉기를 들고 있는 안씨와 마주치고 15분여 동안 대치했다.

경찰은 테이저건, 공포탄, 실탄 발사에 흥분해 흉기를 집어던진 안씨를 장봉으로 제압하고 검거했다. 체포된 안씨는 “임금체납이 되고 있다, 나를 무시한다, 피해를 준다, 국정원에 말해도 안 들어준다”면서도 돌연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횡설수설했다.

과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안씨는 범행 이전 올해만 해도 경찰에 7차례나 신고됐다. 안씨는 윗집에 여성 둘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지속해서 괴롭혀왔고,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며 위협하거나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안씨는 2010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돼 ‘편집형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으로 보호관찰형을 받았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는 정신병력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인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폭력 성향의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정신 질환 경력이 있는 피의자의 무차별적인 범행이 자주 노출되면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유가족 대표 이창영 씨가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17일 오전 유가족 대표 이창영 씨가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수차례 신고 했는데... 유가족 “국가가 방치한 인재” 분노

유가족은 “관계 기관이 방치해 발생한 인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통해했다. 

유가족 대표 이창영 씨는 17일 오전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입장을 발표하며 “아파트 주민들이 오랜 시간 피의자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과 파출소에 수차례 신고했는데 관계 기관의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서 파출소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동사무소, 임대주택 LH본사, 관리실에 수차례 걸쳐 신고했지만 이 역시 묵살당했다”며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범인은 오래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고 따라서 그런 불행을 막을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며 “경찰은 그런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 돌이켜 봐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게됐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최근 안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하기도 했으나 그의 조현병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8일 오전 진주 한일병원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족들에게 “경찰청이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그동안 관계 부처와 협의해왔는데 좀 더 속도를 내겠다. 제도적·정책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죽을 사람 살리려면 시스템을 바꿔야지”, “국가가 정확하게 돌아간다면 살릴 수 있었다”고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충분히 규명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겠다”며 유족들에게도 최대한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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