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완료한 진에어…대답 없는 국토부
진에어 노조 “국토부 제재 명분 모두 사라져“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제재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도 불투명하다.<사진=진에어 제공>
▲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제재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도 불투명하다.<사진=진에어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진에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과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면허 발급, 신규 운수권 배분 등으로 항공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올해 손발이 묶인 채 관망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국토부는 미국 국적 신분인 조현민 전 부사장의 등기임원 재직으로 항공법을 위반한 진에어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물컵 사태’를 이유로 신규 노선 취항과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등을 제재하고, 진에어가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충분히 이행돼 경영행태가 정상화됐다고 판단되면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경영 정상화 완료한 진에어…대답 없는 국토부

진에어는 지난달 이사회 구성 변경을 완료했다. 고 조양호 회장과 오문권 인사재무본부장이 사내이사에서 사임하면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구성하게 됐다.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했으며 ▲객관적 의사 결정 체제 구축 ▲내부신고제 도입 ▲사내고충처리시스템 보완 등도 모두 이행해 경영 정상화 조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중국 운수권 배분이 임박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지난달 3월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여객 운수권은 주 548회에서 주 608회로, 화물 운수권은 주 44회에서 주 54회로 늘었다. 진에어도 국토부에 중국 운수권 배분을 신청했지만, 국토부는 진에어에게만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진에어가 국토부의 제재를 받은 지 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경쟁사들은 기단 확대와 신규 사업 구상, 몽골·싱가포르 운수권 배분 등에 뛰어들며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등 신규 LCC 3곳에 면허가 발급되기도 했다.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도 배제되면서 진에어의 사업 경쟁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해 온 인천~베이징, 인천~상하이 노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에 진에어는 참여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며 제재가 빨리 해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제재 해제는 국토부 결정 사안”이라고 말했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월례조회를 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월례조회를 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장기화된 제재, 운수권 배분 제한에 뿔난 진에어 노조

중국 운수권 배분 배제에 진에어 노조까지 들고 일어섰다. 노조는 장기화된 제재 조치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직접 대화를 요청했다.

진에어 노조는 16일 공개 서한을 통해 “국토부가 근거도 없는 제재에 이어 중국 신규 운수권 배분에도 처음부터 진에어를 배제한 것은 심각한 불공정 행위”라며 “항공산업의 경쟁력 있는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운수권 배분은 전 항공사가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진에어 노사는 지난 9개월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토부 재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경영 투명성 문제를 모두 해결해 제재 명분이 사라진 지금 국토부는 더 이상 정치논리에 따라 눈치만 살피지 말고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본연에 역할에 충실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미래와 생존권 보장을 위해 국토부에 대한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진에어 노조가 공문에서 주장하는 정치논리란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김현미 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최정호 전 후보자가 임명된 후 진에어의 제재 해제를 예상했으나, 김 장관 체제가 유지되면서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항공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8일 김 장관은 국토부 월례조회에서 “문재인 정부 국토부의 시즌 2가 시작됐다”며 산불 복구 지원, 부동산 정책, 안전, 미세먼지 대책 등 민생 현안과 관련한 정책 방안을 밝혔으나 항공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절실한 호소“라며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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