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오지랖 넓은 ‘중재자’ 아닌 민족 이익 옹호하는 당사자 돼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에게는 ‘빅딜’, ‘일괄타결’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되지 말라며 판문점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경협 사업 추진을 독촉했다.

1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며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북한의 협상방안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며 “미국이 오늘의 관건적인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미국에게 ‘일괄타결’ 방안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

아울러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 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는 말로 기존의 ‘단계적 비핵화 협상’ 방식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바와 같이 나와 트럼프 대통령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며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북미협상의 중요한 바탕이란 점을 시사했다.

또 그는 미국의 지난 2차 정상회담에서의 ‘빅딜’ 협상방식에 대해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인 것만큼 결코 그것을 용납할 수도 방관시할 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한다”며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자력갱생의 기치’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과 관련해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조절’을 로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 합의 리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 압박 정책에 복종시키려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계속 진지하고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둔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판문점 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리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북제재에 맞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판문점 정상회담과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남북경협 확대 등의 정상 간의 합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최종적인 상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강조한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입장에 선 ‘중재자’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경고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중재자’ 역할을 하기로 하면서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얘기했지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앞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경협’부터 실천하라는 요구안을 내놓은 것이다.

‘빅딜’에서 물러설 의사를 보이지는 않는 미국과 기존의 ‘단계적 비핵화’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북한 사이에서 ‘중재안’ 마련에 나선 문 대통령에게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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