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최종목표’ 한미공조 확인, 文대통령의 ‘북미 절충점 찾기’에 힘 실어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 달 이상 불확실한 국면에 빠졌던 북미 협상에 새로운 동력 확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 언론 발표문’의 핵심은 크게 4가지다. 첫째, 한미 정상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앞으로도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키로 한 부분이다. 즉 남북미 3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통해 주도적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헤쳐 나간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발표문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말로 다시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희망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세 번째는 문 대통령이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무산 위기에서 5.26 판문점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북미정상회담의 길을 닦은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가교(架橋) 역할을 또 한 번 하기로 한 대목이다.

이 세 가지는 한 데 엮인 매듭으로 3차 북미정상회담 모멘텀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방향을 잃은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문 대통령이 열어나가기로 한미 정상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말미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의 접촉을 통해 파악한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 대목은 그만큼 문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에 대해 한미 정상이 공통의 인식을 확인한 부분이다. 양국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한미 엇박자’ 논란을 불식하는 차원을 넘어 한미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공유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인 상태, 그 비핵화의 목표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또 빛 샐 틈 없는 그런 공조로 완전히 문제가 끝날 때까지 공조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엇박자’란 지적에 대한 방어적 측면의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서 ‘전략적 목표’를 한미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한미정상회담 의미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 상태,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라고 말한 부분과 일치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적 역할 또한 ‘한미의 전략적 목표, 최종 목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비핵화 협상에서 북미가 대치하면서 갈등을 쌓아가고 있는 부분에 대한 한국의 중재안, 내지 절충안 또한 ‘비핵화 최종목표 내지 최종상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즉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의 절충점으로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 충분히 좋은 거래)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는 한미 간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목표’에 대한 공동인식의 바탕 위에서 진행됐다는 얘기다. 미국의 일괄타결 내지 빅딜 입장과 북한의 ‘단계적 접근’ 주장 사이의 ‘절충점 찾기’는 한미의 ‘전략적 목표’하에서 진행되는 ‘전술’이라는 의미다.

文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전술적 의미의 북미 절충점 찾기

문 대통령이 조만간 추진키로 한 남북정상회담은 ‘전술적 의미’에서의 북미 절충점 찾기의 핵심 매듭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최종상태’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는데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의 토대가 불확실할 경우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어질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이란 ‘북미 절충점 찾기’의 ‘전술적 역할’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의 문을 열어두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미 3국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3차 정상회담에 대해 “그것은 단계적 절차(step by step)”라며 “만약 그것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적절한 딜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로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절충점 찾기’ 절차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주로 김 위원장에게 달렸다”며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그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을 경우 대북제재 해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빅딜’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스몰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해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의 절충점인 ‘굿 이너프 딜’도 가능하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러면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는 말로 남북경협은 ‘전술적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제재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며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문 대통령의 다음 남북정상회담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가 이 속에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절충점 찾기 중재역할’에 대한 담보를 ‘비핵화 최종목표 공조’ 토대에서 받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북미 양쪽을 만족시킬 만큼의 ‘절충점’, 내지 ‘굿 이너프 딜’을 만들어내야 한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와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북미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자력갱생의 기치’를 강조해 기존의 ‘단계적 비핵화’ 원칙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을 상대로 ‘절충점’을 찾기 위한 남북접촉과 정상회담 추진에 나설 것이나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비핵화 방안보다 더 진전된 조치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문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군부 등에서 ‘비핵화 결사반대’ 편지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반대기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대외에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에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동향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청와대가 관계자가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절충점 찾기’는 북한 내부 사정을 감안할 경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유리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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