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적자에 매출도 하락… 막걸리 시장 확장 및 동남아 개척으로 돌파구

국순당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지난달 19일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함에 따라 위기에 봉착했다. 
▲ 국순당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지난달 19일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함에 따라 위기에 봉착했다. 

[폴리뉴스 박현 기자] ‘백세주’로 유명한 국내 전통주 기업 국순당이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지난달 19일 국순당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관리종목 지정은 최소한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의 문제로 투자 시 유의해야 하는 상장법인에 취해지는 조치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업은 일정 기간 주식 매매가 정지될 수 있으며, 주식의 신용거래가 금지돼 상장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 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국순당은 2015년 8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낸 이후 지난해 28억 원의 적자를 기록, 4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비슷한 기간 동안 매출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2014년 919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27억 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지난 1991년 국순당은 찹쌀로 만든 발효주 ‘백세주’를 개발, 당시 맥주와 소주로 양분된 주류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후 백세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크게 끌기 시작했으며, 소주와 함께 섞어 마시면 ‘오십세주’가 된다는 마케팅 효과도 더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국순당의 매출은 2011년 1277억 원으로까지 대폭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백세주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로써 백세주는 국순당의 최대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순당은 2015년 ‘백수오 파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TV 홈쇼핑 등에서 여성 고객들로부터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날개돋친듯 팔렸던 국산 약초 백수오가 대부분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속여 팔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판매한 업체들이 줄줄이 발각됐다.

그 중 국순당 백세주에 백수오 성분이 함유된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 원료 창고에 보관하던 백수오에 일부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순당은 연간 약 1000만 원 규모의 백수오를 농협으로부터 구입해왔는데, 여기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국순당은 시장에 풀린 백세주 제품 전량을 회수했고, 그해 영업손실 83억 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승승장구하던 백세주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후 국순당은 백세주에서 백수오 성분을 빼고 재판매를 개시했지만, 시장에서 한번 외면당한 술에 대한 신뢰 회복은 녹록지 않았다. 

아울러 2010년을 전후해 국내 주류시장의 흐름이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화하면서 백세주의 인기도 점차 시들해졌다. 소주의 도수가 낮아지면서 굳이 백세주와 섞어 마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소주와 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이 시기에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백세주와 같은 전통주를 찾는 소비자도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국순당은 2015년부터 백세주의 대안으로 막걸리 제품 라인을 강화했지만, 막걸리 시장은 이미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로 들어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맛과 향을 개선한 프리미엄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국순당이 지난해 5월 출시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가 월 10만 병 이상 판매되며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국순당은 해당 제품군을 키워 돌파구를 마련, 반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순당 매출에서 막걸리 비중은 37.5%에 달한다.

이와 함께 국순당은 동남아 시장 개척에 역량을 쏟고 있다. 막걸리의 경우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주요 동남아 국가별로 100여 개가 넘는 현지 판매망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 규모가 2015년 대비 40%나 증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국순당 측은 이번 관리종목 지정에도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공장 통폐합, 신제품 개발 등 자구 노력을 펼쳐온 결과 적자폭이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조만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순당은 4년간 영업손실을 이어왔지만, 그 규모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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