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6일까지 아시아나항공에 재무개선안 요구
신용등급 BB+로 하락하면 ABS 조기 상환해야

산업은행이 이사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를 1개월 연장한다. 사진은 4일 김포공항 내 아시아나 항공권 구입 창구<사진=연합뉴스>
▲ 산업은행이 이사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를 1개월 연장한다. 사진은 4일 김포공항 내 아시아나 항공권 구입 창구<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 판정 사태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자구계획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를 1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출할 예정인 자구계획을 검토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오는 6일로 만료되는 MOU를 연장해 아시아나항공에게 확실한 자구계획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자산 매각,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등을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채권단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은의 MOU 연장으로 아시아나항공은 1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지만, 구체적인 회생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4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1조3200억 원에 달한다. 차입금은 금융리스 부채(41%)와 자산유동화증권(ABS·36%)이 대부분이고, 금융기관 차입금은 14% 정도다

한창수 사장은 우선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융권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 대상으로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연건(중국)유한공사,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 금호리조트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광화문 사옥과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기업공개(IPO)등 차입금 상환에 대부분의 수단을 동원했기에 추가적인 자산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단순한 자금 마련이 아닌 지배구조 개선까지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지배구조를 직접 거론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는 금호산업으로 33.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0%를 보유했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박삼구 회장 31.1%,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21.0% 등 박 회장 일가 지분만 50%가 넘는다.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회사 상황이 나아지면 박 회장이 다시 복귀할 수 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그 다음해 곧바로 복귀한 바 있다. 이를 우려한 최종구 위원장은 “과거에도 박삼구 회장이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했는데 이번에 그런 식이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산은과의 MOU가 연장되지 않으면 자구책을 수립해 추진한다고 해도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대상에 올렸으며, 현재 BBB-에서 BB+로 신용등급이 하향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1조2000억 원 수준의 ABS를 조기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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