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의 금융접근성 확대해야…초기 매출 없어도 성장력 있는 경우 많아
코스닥 상장 요건에 성장성·업종별 특성 반영, 혁신기업 상장 문턱 낮춰

 <글 싣는 순서>

① 혁신기업의 굴레, 담보대출
② 민간투자에 목 마른 모험자본시장
③ 성패의 관건은 자금의 적기 공급
④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인터뷰
⑤ ‘제2의 벤처 붐’ 위해 혁신투자 늘리는 금융권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26일 금융위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이은재 기자>
▲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26일 금융위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추진으로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인 혁신기업 지원을 위한 논의가 분주하다. 오는 28일 <폴리뉴스>와 상생과통일포럼이 ‘혁신성장의 혈관, 금융혁신의 길’을 주제로 여의도 CCMM빌딩 12층에서 공동 개최하는 12차 경제포럼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이다.

해당 포럼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겠다는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을 살펴보고, 특히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금융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을 주재하고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금융정책들을 발표했다. 이에 <폴리뉴스>는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의 최훈 국장을 만났다.

“부동산 담보나 보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과거 보수적인 형태의 금융으로는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혁신의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금융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6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 국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을 달성하려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혁신 창업·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지난 21일)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혁신금융 정책방향’은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혁신부문 기업이 대출·투자 등을 통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금융이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이 신산업분야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지 않으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다.

최 국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금융 정책방향’의 핵심 내용을 3가지로 요약했다. 기존 금융기관의 대출체계 혁신, 자본시장 혁신, 정책금융 혁신 등이다.

우선 대출체계 혁신과 관련해 “금융이 기업의 혁신의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부분이 미진했다”며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혁신·중소기업이라도 특허권 등을 이용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기술력이 좋으면 기업의 신용등급도 개선해주는 방식으로 은행들의 기업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까지는 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은행권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서 혁신성장을 위한 은행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혁신기업 지원을 위해 여신심사와 담보관행 등 전반에 걸친 혁신을 단행하는 은행에겐 당국이 인프라 마련·제도 정비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선 “혁신기업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대규모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혁신기업의 등장을 지원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세제를 선진화해보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정책방향에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 혁신 부분은 “정책금융기관이 혁신금융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주력산업과 유망 서비스산업의 혁신을 위해 각 분야별 맞춤형 자금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력산업 분야 중소·중견기업엔 사업재편과 인수합병(R&D)에 필요한 돈을, 유망 서비스산업 분야 혁신기업엔 성장을 위한 돈을 공급하는 식이다.

대출·투자관행, 아이디어·기술평가로 바뀌어야…정책금융기관, 시장 선도 역할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비중이 담보를 요구하는 융자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혁신기업들의 금융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기존에는 금융기관의 대출이든 투자든 기업의 과거 매출실적과 재무실적을 토대로 이뤄졌다”며 “이처럼 기업의 성장성을 보지 않는 여신시스템 하에서는 혁신기업들이 금융에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최근 새로 등장하는 신산업 분야 기업들은 초기 매출이 거의 없다”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페이스북’이나 ‘구글’도 초기 매출 발생은 없었지만 상당한 기간을 거쳐서 플랫폼이 완성되고 난 이후에야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앞으로는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이 은행들의 여신심사 과정에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며 “나아가 혁신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 심사기준에도 성장성과 기술력의 평가가 담기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기업의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보고 대출을 내줬다가 부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은행권의 우려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동의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여신관행, 자본시장의 상장관행은 상당한 기간 동안 현장에서 누적되어 온 것이라 제도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이를 바꾸려면 위험을 공유하고 분산하는 금융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선도적인 역할도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그는 “부실 책임을 묻는 부분에 대해선 금융감독 혁신으로 일부 풀어갈 수 있다”며 “개인에 대한 적발 위주의 검사가 아니라 기관에 대해서 감독하는 형식으로 검사의 중점이 옮겨가야 하고 필요하다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한 책임을 신중하게 묻도록 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보충했다.

은행권의 기술금융이 순수 신용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은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기술금융은 은행의 담보력을 기술력으로 보강하는 것이 핵심인데 아직까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을 평가할 때 신용대출 비중이 우수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해 기업의 기술력이 신용등급에 효과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고, 기술평가 전문 인력 육성과 기술금융DB 고도화 작업을 통해 은행의 신용선별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IT 업종별 코스닥 상장심사 차별화…투자 우대 과세체계 확립도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을 위해선 자금조달규제와 상장·회수제도, 과세체계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금융위는 부동산·가계 부문에 쏠린 시중 유동성이 비상장·혁신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 혁신과제(2018년 11월 발표)’를 추진 중이다. 혁신·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크라우드펀딩 한도(7억→15억)와 소액공모 조달한도(10억→최대 100억)를 확대하고, 비상장 투자전문회사(BDC)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그는 위험이 큰 모험자본 투자에 불리한 과세체계를 개편해야 모험자본시장 육성이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국장은 “손실발생 가능성이 있는 투자의 경우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손실은 개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과세체계가 안전자산 선호 구조를 만든다”며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대출보다 투자, 상장기업 투자보다 비상장 혁신·벤처기업 투자,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를 우대하는 과세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의 선순환 체계도 언급했다. 그는 “투자자가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을 원활히 회수하여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회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번에 발표한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 완화 방안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 상장기준 변화의 키워드는 “맞춤형 상장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기존 코스닥 등 주식시장 상장기준은 획일적인 형태였다”며 “매출액이 일정수준 이상, 신용등급과 기업의 이익 등 외형요건을 갖춰야만 상장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요즘은 매출이 없는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되더라도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장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있다”며 바이오업종과 IT업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들은 저마다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업종별로 맞춤형 상장요건(질적심사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혁신금융의 성공전망을 묻자 “혁신이라는 건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이므로 어느 시점을 성공이라고 봐야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금융의 역할을 문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만큼 금융위도 이를 위한 제도개선과 금융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발맞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협상, 당국 개입은 부적절…위법사항은 엄중히 처벌

한편 최 국장은 이날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갈등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동안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양측 간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뒷짐만 지고 있던 탓에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협상력이 매우 높았던 일부사의 수수료율 결과치만 두고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향후 여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조정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양측의 수수료율 협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수수료 협상 모니터링 또는 수수료 적용실태 점검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이 키코 사태(외환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키코 사태는 검찰 수사를 거쳐 대법원 판결(2013년 9월)까지 난 사안이므로 (불공정계약이 아니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소송을 거치지 않은 사건은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이 분쟁조정 결과를 금융당국의 감독·검사권과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2P 가상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문제에 대해선 “필요할 경우 P2P업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방지대책을 추가 강구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 금융위원회 최훈 금융정책국장. <사진=이은재 기자>
▲ 왼쪽부터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 금융위원회 최훈 금융정책국장. <사진=이은재 기자>


<다음은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을 주재하고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금융정책들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과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을 달성하려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혁신 창업·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포식 당일 문 대통령이 발표한 ‘혁신금융 정책방향’은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핵심 내용은 3가지다. 기존 금융기관의 대출체계 혁신, 자본시장 혁신, 정책금융 혁신이다. 우선 첫째로 은행들의 기업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한다. 부동산 담보나 보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과거 보수적인 형태의 금융으로는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금융이 기업의 혁신의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부분이 미진했다. 때문에 은행의 기업여신시스템을 개편해 막혀있는 부분을 뚫어보자는 것이다.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혁신·중소기업이라도 특허권 등을 이용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기술력이 좋으면 기업의 신용등급도 개선해주는 방식이다.

자본시장 혁신은 혁신기업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대규모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혁신기업의 등장을 지원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금융세제를 선진화해보자는 의지도 정책방향에 담겼다.

마지막으로 정책금융기관이 혁신금융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 주력산업과 유망 서비스산업의 혁신을 위해 각 분야별 맞춤형 자금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벤처기업은 90% 이상이 담보를 요구하는 융자의 성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로 공급되는 자금은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 벤처기업은 금융권 투자로 60% 정도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의 대책은 무엇인가.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제시한 ‘기업여신심사시스템 전면 개편안’이 주요 대책 중 하나다. 기존에는 대출이든 투자든 기업의 과거 매출실적과 재무실적을 토대로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새로 등장하는 신산업 분야 기업들은 초기 매출이 거의 없다. 일례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페이스북’이나 ‘구글’도 초기부터 매출이 발생하진 않았다. 상당한 기간을 거쳐서 플랫폼이 완성되고 난 이후에야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기업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매출과 실적만 요구하고 기업의 성장성을 보지 않는 여신시스템 하에서는 혁신기업들이 금융에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이 은행들의 여신심사 과정에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나아가 혁신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 심사기준에도 성장성과 기술력의 평가가 담기도록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혁신성장을 위해  시중 은행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대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성장을 위한 은행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은행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여신심사와 담보관행 등 전반에 걸친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특히 여신심사체계는 정부가 발표한 대로 과거 재무정보만이 아닌, 기업의 기술력과 영업력 등 우량정보를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전문적 심사인력과 조직을 갖춰나가야 한다. 금융위도 은행들이 기업의 우량정보를 여신심사에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부동산에 치중된 담보관행을 동산과 채권,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자산으로 다변화하는 은행에겐 제도정비(동산담보법 개정 등)를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은 순수 신용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일반기업대출과 마찬가지로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의 방안이 있나.

기술금융은 은행의 담보력을 기술력으로 보강하는 것이 핵심인데 아직까진 미흡한 부분이 있다. 다만 일반중소기업대출에 비해 기술금융이 신용중심의 대출관행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당국은 현재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을 평가할 때 신용대출 비중이 우수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아울러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해 기업의 기술력이 신용등급에 효과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고, 기술평가 전문 인력 육성과 기술금융DB 고도화 작업을 통해 은행의 신용선별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보고 대출을 내줬다가 부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고, 이 경우 아무에게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금융기관들의 여신관행이나 자본시장 상장관행은 상당히 오랫동안 현장에서 누적되어 온 것이다. 이를 바꾸려면 위험을 공유하고 분산하는 금융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 정책금융기관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혁신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토대로 대출을 해줬을 때 부실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금융감독 혁신으로 일부 풀어갈 수 있다. 과거 개인에 대한 적발 위주의 검사가 아니라 기관에 대해서 감독하고 검사하는 형식으로 중점을 옮겨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신산업 지원 업무를 취급하던 개개인들의 과실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한 책임 묻는 것을 신중하게 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하면 일각에선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우리나라의 관치금융은 많이 극복되었다고 보나.

우선 통상적으로 관치금융이라고 불리는 금융권 인사개입 등의 부분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또 정책금융기관의 시장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선, 현실적으로 민간 시중은행이나 금융회사들에게 정부가 어떠한 사안을 지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정책 아젠다를 끌고나가는 방식, 그렇게 시장을 유도해나가는 방법을 쓰려고 한다. 그 이후엔 민간에서 스스로 혁신금융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일부 금융그룹이 혁신금융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금융 생태계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끌어나가는 형태는 시장 내에서 효율성을 갖기 어렵고 그만큼 어려움도 수반된다고 본다. 결국엔 시장과 소통을 통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생태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일례로 이번에 발표한 기업여신심사시스템 혁신과 관련해 기업은행에서 선도적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런 것들이 시중은행이나 금융회사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통해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리 혁신·벤처기업은 아직까지 자본시장에 비해 대출 의존도가 높다. 향후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혁신·벤처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모험자본을 보다 많이, 손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부동산·가계 부문에 쏠린 시중 유동성이 비상장·혁신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 혁신과제(2018년 11월 발표)’를 추진 중이다.

우선 혁신·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크라우드펀딩 한도(7억→15억)와 소액공모 조달한도(10억→최대 100억)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비상장 혁신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비상장 투자전문회사(BDC) 제도를 도입하고, 변호사, 회계사, 금융투자업종사자도 개인전문투자자로 인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자가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을 원활히 회수하여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회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 완화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밖에도 위험이 큰 모험자본 투자에 불리한 과세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손실발생 가능성이 있는 투자의 경우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손실은 개인이 부담하도록 해서다. 이러한 국내 과세체계가 안전자산 선호 구조를 만든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대출보다 투자, 상장기업 투자보다 비상장 혁신·벤처기업 투자,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를 우대하는 과세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은행권은 고객층의 예·적금을 기반으로 투자활동을 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중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기업에 대한 지분참여 및 투자를 하게끔 하는 유인 효과가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의 핀테크 투자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한금융이 기술혁신형 중소·벤처·창업기업에 4년 간 1조7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금융위도 적극적 유권해석, 관련규정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출자를 지원해 왔다. 또한 지난해 11월엔 핀테크 출자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발표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소유 가능한 핀테크기업을 정의하고, 핀테크 출자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방안들이 은행에겐 혁신기업에 대한 지분참여 및 투자의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코스닥은 벤처기업이 자본을 모을 수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어떤 방향으로 상장기준이 변화되나.

핵심은 맞춤형 상장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코스닥 등 주식시장 상장기준은 획일적인 형태였다. 매출액이 일정수준 이상, 신용등급과 기업의 이익 등 외형요건을 갖춰야만 상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당기간 매출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더라도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장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있다. 바이오업종과 IT업종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업종들은 각자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업종별로 맞춤형 상장요건(질적심사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코스닥 시장을 두고 상장문턱이 높다는 지적과 투자자 보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엇갈리기도 한다.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은 지켜나가면서 자금조달 창구로서 기능을 보다 넓혀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금융위가 코스닥시장의 상장문턱을 완화함과 동시에 투자자 보호 내실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월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방안 중 건전성·신뢰성 강화 방안이 있는데,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대상을 확대하고 보호예수(주식매각금지)와 불공정거래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정부의 혁신금융 추진방향에 대한 혁신벤처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직 직접적으로 들을 기회는 없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쪽에서 환영성명을 내고 기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혁신금융, 이번엔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혁신이라는 건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이다. 따라서 정확히 어느 시점을 성공이라고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이번에 문 대통령이 제시한 혁신금융 비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금융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므로, 금융위는 이에 발맞춘 제도개선,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꾸준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현대차를 비롯한 상당수의 대형가맹점들이 카드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카드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이 양측 간의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뒷짐만 지고 있던 탓에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당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협상력이 매우 높았던 일부사의 수수료율 결과치만 두고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향후 여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조정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원칙과 수익자부담 원칙의 틀 내에서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은 자율적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양측의 수수료율 협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수수료 협상을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카드사 또는 대형가맹점의 위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추후 카드 수수료 적용실태 점검 등을 통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엔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이 키코 사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을 재검토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로 인해 두 금융당국의 갈등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금융위의 입장은 어떤지.

키코 사태(외환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는 검찰 수사를 거쳐 대법원 판결(2013년 9월)까지 난 사안이다. (불공정계약이 아니라는) 사법부의 판단 내용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소송을 거치지 않은 사건은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분쟁조정 결과를 금융당국의 감독·검사권과 연계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분쟁조정 권고안이 나오면 양당사자(은행과 키코 피해기업)가 자율적 판단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P2P 가상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문제가 불거졌다. 여러 P2P금융 업체의 돈 전부를 단 하나의 계좌에 합쳐놓는 등 은행의 P2P 계좌관리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규제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앞으로는 가상계좌를 통해 입금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지급정지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명의인이 보유한 모든 가상계좌의 이용을 정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가상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만으로 가상계좌-법인계좌와 연결된 P2P투자자 개인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도 충실하게 이루어지도록 지도하겠다. 필요할 경우 P2P 업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방지대책을 추가 강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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