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추진하는 ‘범대위’, 처음부터 활동해 온 대책위 ‘범대본’ 배제 논란
정치권, 지진촉발 ‘지열발전’ 놓고 ‘MB정부 책임 공방’ 펄쳐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특별법을 요구하고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을 발표하는 이강덕 포항시장 <사진= 연합뉴스 제공>
▲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특별법을 요구하고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을 발표하는 이강덕 포항시장 <사진= 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이지혜 인턴기자]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밝혀진 인재(人災) 포항지진의 후속조치가 첫 발을 떼자마자 두 가지 문제를 떠안았다. 

먼저 특별법을 추진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등 시민들을 대표할 대책위원회는 포항시가 만든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시민들이 구성한 ‘범시민대책본부’로 갈라섰다. 포항시의 ‘범대위’는 여당의원과 ‘범대본’을 끌어안지 않아 ‘대표성’을 지적받고 있다. 

다음으로 정치권은 지열발전을 진행했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책임공방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열발전소’를 시작한 ‘이명박 정권’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며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당시 여당 자유한국당은 “정권 탓 하지 말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 20일,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11월 발생한 경북 포항지진(규모5.4)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표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 4km 이상 깊이로 뚫은 구멍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높은 압력이 발생했고, 단층면 상에서 규모 2.0 정도의 미소지진이 다수 일어났다. 이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며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한 것이다.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결과에 포항시민들은 환호했다. 포항이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포항시민 및 관계자들은 일제히 정부의 대책과 ‘포항지진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대책위원회의 분열과 정치권의 책임 공방으로 인해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포항지진 피해 관련 정부에 대해 시민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범대본'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포항지진 피해 관련 정부에 대해 시민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범대본'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쪽짜리’ 범시민대책위원회, ‘범대본’ 초청않아 ‘대표성 논란’

포항시의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구성 초기부터 잡음을 내며 ‘반쪽짜리’위원회로 취급받고 있다. 포항지진 직후부터 활동해온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이 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범정부차원의 ‘특별재생사업’을 포함한 ‘11.15 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 재건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또한 시민들을 대표하는 범시민대책기구를 구성해 정부와 후속조치에 대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이에 따라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꾸렸다. 여기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시의회 의장,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 60여 명이 포함됐다.

하지만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행동대장’ 노릇을 해온 ‘범대본’이 배제됐다. 

범대본은 지난 해 1‧2차 시민소송을 주도했으며, 정부 조사 결과 발표 후 3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열발전소 중단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고, 시민소송을 추진해 온 바 있다.

범대본은 성명서를 통해 “"포항시와 포항지역발전협의회가 그동안 묵묵히 봉사해 온 시민단체들을 배제한 채 관변단체 중심의 지진대책기구를 설립한 것을 규탄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처음부터 유발지진을 주장했고 지진피해 시민소송을 주도함으로써 전국적 시민단체로 확고하게 인식된 것이 '범대본'인데, 이를 배제한 채 소송 대표성을 운운하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혼란스러워하던 시민들은 일단 범대본에 달려가는 추세다. 26일 오후 4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의 네이버 밴드 가입인원은 8638명이다. 모성은 범대본 대표는 25일 밴드에서 3차 소송에 대해 “평소 2-3일이면 접수 확인을 개별적으로 통보 드릴 수 있었는데, 요즘은 1일당 400-600명씩 접수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 포항 지열발전소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개 든 'MB정부 책임론' 

정치권은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에 대해 ‘MB정권 탓’이라며 다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포항지진은 인재(人災)이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무리한 추진 및 진행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전 정권 탓이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은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12월 당시 추진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이었다.

 ⓒ폴리뉴스 - 데이터리서치 조사
▲ ⓒ폴리뉴스 - 데이터리서치 조사

폴리뉴스-KNA24가 공동으로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3월23일 진행한 정기조사에서 경북 포항에서의 지진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지열 발전소 때문이라는 조사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지진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부가 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동의한다’는 응답은 57.3%(매우 동의:41.7%+조금 동의:15.6%)였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38.0%(별로 동의 않는다:19.8%+전혀 동의 않는다:18.2%)였다.

이러한 여론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압박을 높였다. 이번 사건이 전 정부의 ‘무능’이 부른 참사라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열 발전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말 시작됐는데 어떻게 이 같은 엉터리 사업이 가능했는지 엄정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포항지진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은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활성단층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됐다"며 "업체 선정 과정 역시 의혹투성이어서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당내에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대책 특위’를 설치했으며, 이주민들의 주거 안정 대책 마련을 다루는 한편 검증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의 배경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포항시 북구 홍해읍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열발전소) 문제와 관련해 전 정권 탓을 얘기하는 민주당에 상당히 실망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2017년) 8월에 한 지열발전소 물주입을 얘기해야 한다"며 "현 정권에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논리도 당연히 있지만 이것은 정권 탓을 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당론으로 포항 지진 피해배상과 지역 재건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며 “재해까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3일 포항 범대위 출범 회의에는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북지역위원장과 허대만 포항남‧울릉지역위원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의 불참은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마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재 의원은 23일 범대위 출범 회의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포항지진을 이명박 정부 등 전 정권 탓으로 돌려 매우 불쾌했다"고 밝혔다. 

오중기 위원장은 23일 밤 트위터에 “김정재 의원님! 지열발전소 촉발지진이 문재인 정부 책임입니까? 갈데까지 끝까지 한번 가봅시다!”고 올렸다.

오중기 위원장은 이후 25일 성명서를 통해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일말의 사과조차 없이 지진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호도하려는 태도에 분노를 넘어 침통함을 느낀다"며 “나 원내대표와 김 의원은 지금이라도 철저한 의혹해소와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하는 문재인 정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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