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조 회장 이사 재선임안 재논의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 11.7% 주목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 안건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수탁위)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이를 놓고 조 회장 이사연임을 반대하는 참여연대는 ‘말뿐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라고 비판했으며, 대한항공은 ‘결격 위원의 회의 참석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수탁위는 지난 25일 대한항공의 주총 안건을 심의했으나, 위원 간 의견이 극명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조 회장 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4명, 찬성 2명, 기권·중립 2명으로 과반수가 넘지 못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수탁위는 26일 오후 회의를 다시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조 회장 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한 위원들은 ‘기업가치의 훼손,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후보에 대해서 반대할 수 있다’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지침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찬성 측은 조 회장의 법원 1심 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와 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 업체를 끼어 넣어 196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긴 특경법상 배임 혐의 등 현재 총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 이사 재선임안 의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을 내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겠노라고 호언장담한 문재인 정부에서 그 시행 첫 해부터 주주이익을 해한 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의사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유죄가 확정된 자에게 형벌을 내리는 ‘교도 행정’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주관적이고 재량적인 판단에 위탁자이자 수혜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행동을 선택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목적과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연금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국민들의 노후보장이나 연금의 특성인 공익성을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수탁위 소속 이상훈·김경률 위원이 이해관계 직무 회피의 의무를 위반해 주주권행사 분과 회의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두 위원은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건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입장자료를 통해 “국민연금 윤리강령에 따르면 수탁위 위원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안된다”며 “이 위원과 김 위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하거나 위임받은 주주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와 ‘국민연금기금 윤리강령 제7조’를 들어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의무를 설명했다.
국민연금기금 윤리강령 제7조에는 ‘위원 및 직원은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 또는 자신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자의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당해 직무를 수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항공은 “이상훈 위원은 대한항공 주식 1주를 취득했고 개인자격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활동을 하고 있다”며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진행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경률 위원은 대한항공 주식 2주를 보유한 참여연대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며 “참여연대는 현재 대한항공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두 명의 위원은 수탁위 위원으로서 이해관계에 있는 직무 회피 의무 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오늘 회의 참석 자격이 없다”며 “참석을 고집할 경우 위원장이 두 명에 대한 참석을 제척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이 같은 날선 대립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따라 조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정관상 조 회장이 재선임되려면 주총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주총에 주주의 80%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약 53.33%의 찬성이 필요하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3.34%로 11.56%의 국민연금 지분 향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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