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회견장에서 본지 기자에게 입장 밝혀

포항지진의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가운데)가 20일 기자회견장에서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폴리뉴스>
▲ 포항지진의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가운데)가 20일 기자회견장에서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폴리뉴스>

[폴리뉴스 김일연 기자, 이지혜 인턴기자] 2017년 포항지진 발생 직후 각종 근거를 토대로 줄곧 포항지열발전소를 원인으로 지목해온 이진한 고려대 교수가 20일 원인조사 발표 직후 제기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20일 정부가 위촉한 연구조사단이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유발 원인'임을 발표하자 기자회견장에서는 정확한 의미를 묻는 포항시민들의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논란은 조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가 회견 막바지에서 “조사연구에 대한 결론'을 통해 '포항지진은 유발지진과 촉발지진 가운데 후자에 속한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이 교수의 개념정의에 따르면, 유발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유체주입 외에도 (지질 내부의)조구조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반면, 촉발지진은 유체주입이 최초의 원인이지만 조구조운동이 '대부분' 작용했다는 다소 애매한 내용이다.

이에 참석자들은 일단 포항지진의 원인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결과에 대해 환호를 보내면서도 곧이어 의심의 목소리로 질문들을 쏟아냈다.

특히 한 참석자가 “조사단의 발표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포항지열발전소의 무리한 물 주입이 유발한 지진임이 판명됐는데도 다른 원인도 있다는 애매한 발표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반박하자 회견장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회견은 당초 예상을 지나 정오를 5분여 넘겨서야 마무리됐지만 정부와 조사단에 대한 고성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에 본지 기자가 시민들 틈에 앉아 있던 이진한 교수에 다가가 입장을 묻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교수는 “유발이든, 촉발이든 큰 의미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포항지진은 이제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교수는 “다만, 이번 발표에서 시도된 유발과 촉발 지진의 개념정의는 국제 학계에 엄청난 논쟁을 몰고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교수는 일찍이 포항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 15일 저녁 종편방송에 출연한 이후 현재까지 “포항지진은 땅속에 축적된 응력이 발전소의 유체 주입에 의해 자극받아 발생했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이진한 교수는 2018년 4월 발표돼 큰 파장을 일으킨 ‘사이언스(Science)’ 지 논문에서 “경주지진도 포항지진의 영향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해, 사실상 유발과 촉발 모두에 가능성을 뒀다.

분명한 사실은 이날 국내외 연구조사단의 발표를 계기로 이진한 교수 등 지열발전소의 지진 유발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및 세계 지질학계에서 비주류로 간주돼온 학자들의 이론과 주장에 앞으로 큰 힘이 실리게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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