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 생보협회장 “설계사 사회보험 의무화하면 일자리 감소”

생명보험협회 신용길 회장. <사진=생명보험협회>
▲ 생명보험협회 신용길 회장. <사진=생명보험협회>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이 보험금 지급 민원은 전체 지급 청구 건의 1%에도 못 미친다며 무조건적인 보험금 지급이 민원은 줄이겠지만 보험료는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사에 대한 집중 검사를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신 회장은 18일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험금 지급은 보험사가 적절히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보험금 지급 청구 건은 819만 건이다. 이 가운데 3일 내 지급한 건이 전체의 94%, 10일 내 지급한 건이 4.5%다. 나머지 1.5%는 보험금 청구 신청 이후 지급까지 10일 이상 소요된 사례다.

신 회장은 “청구한지 10일이 지나도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은 1.5% 중 민원으로 이어지는 건이 총 7000건 정도로 전체의 0.08%에 불가하다”며 “이러한 민원마저 줄이려면 가급적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면 되는데 그러면 당연히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고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 지급을 적절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적정선은 신만 알겠지만 의학계와 협업하는 등 최대한 적절하고 객관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한 보험사들에 쓴소리를 던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 14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조만간 생명·손해보험사들을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손해사정 등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관행을 엄중히 제재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또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 분쟁조정에 반발한 데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대형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문제에서 만족스럽게 행동하고 있지 않다”며 “즉시연금과 암보험 분쟁은 삼성생명 등 대형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보험사들이) 알아서 모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거부하고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관련해서도 1건을 제외한 대부분에 사례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생명보헙협회 기획전략본부 김홍중 본부장, 신용길 회장, 시장지원본부 신영선 본부장. <사진=강민혜 기자>
▲ (왼쪽부터) 생명보헙협회 기획전략본부 김홍중 본부장, 신용길 회장, 시장지원본부 신영선 본부장. <사진=강민혜 기자>

한편 생보협회는 이날 최근 5년 간 2배 가까이 늘어난 예금보험료가 보험사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예금보험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들이 부담한 예보료는 특별기여금을 포함해 7721억 원에 달한다. 이는 5년 전 3986억 원보다 93.7% 증가한 것이다.

협회는 “보험료 수입이 해마다 줄고 있는데다가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 17’과 지급여력제도 ‘K-ICS’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자본 확충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보험사들의 예보료 납부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예보료는 금융회사가 고객의 돈(1인당 5천만원 한도)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돈이다. 금융업권별로 위험성을 따져 예보료 요율이 책정된다.

생보사에 대해선 매년 들어오는 수입보험료, 그리고 나중에 보험금으로 돌려주려고 쌓는 책임준비금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아 예보료를 걷는다.

그러나 2017년 기준 수입보험료는 77조5000억 원, 책임준비금은 563조8000억 원으로 사실상 책임준비금에 부과되고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신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목표기금을 설정해 사전 적립방식으로 예보료를 걷는 일본의 경우 수입보험료에만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사전 적립이 아닌 사후 각출, 즉 한 생보사의 지급불능 사고가 터졌을 때 다른 생보사들이 메워주는 방식이다.

그는 또한 “보험은 해약 때 계약자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은행처럼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예보료를 내는 나라는 9개국으로 한국처럼 사전 기금적립제를 운영하는 곳도 3개국에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보업계 내에서 예보료 내다가 망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제도 개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나서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보험설계사 등 특수직 종사자의 사회보험(산재·고용보험) 적용 확대에 대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보험 적용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 생보사 입장에선 설계사를 줄일 유인이 커지고, 이 경우 특히 여성·고령자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설계사에게 노동 3권을 부여하는 것 역시 “판매수수료 등의 급격한 인상 등 관련 비용 증가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보험상품 약관 개선과 관련해선 “보험약관이 어렵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법정에선 약관의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무턱대고 쉽게, 단순하게 바꾸는 건 좋지 않다”며 “보험약관 개선 태스크포스(TF)에 대해 업계 전문가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법률·의료 전문가도 참여시켜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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