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진전을 위한 한두 번의 연속적 조기수확(early harvest) 필요”

청와대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미국은 대체로 실보다는 득이 많았고 북한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결과”로 평가하면서 이로 인해 내부의 정치적 어려움을 맞은 ‘북한의 궤도 이탈 방지’를 위해 “소위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 간에 벌어지고 있는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이러한 제안은 ‘일괄타결’, ‘빅딜’을 앞세우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먼저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은 대체로 실보다는 득이 많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서 미국이 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었지 않겠느냐 이렇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주지는 않고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란 기본 협상카드를 취함에 따라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또 북한의 입장에 대해 “상당히 당황스럽지 않았겠느냐”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많은 기대를 하고 60시간 이상 기차 여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귀국한 것에 대한 많은 국내적인 정치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며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 강경세력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 전술과 관련해서 아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북한이 처한 난처한 상황을 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방향에 대해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궤도 이탈을 방지하고, 북미 협상이 조기에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판문점 남북정상의 공동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정신에 따라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북한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한 남북 간 합의를 지키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고위관계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재개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우선 한 가지 아주 관성적인 대북 협상의 프레임에서 우리가 좀 탈피해야 되지 않느냐”며 ‘빅딜’과 ‘일탈타결’을 주장하는 미국의 비핵화 협상 전략 내지는 전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 딜이 나쁜 거래보다 낫다’(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는 주장은 동의한다. 한미 간의 비핵화의 최종 목표(end state)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해 확실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달성해야겠다는 데 대한 의견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있지 않느냐, 소위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주도의 ‘일괄타결’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우선은 북으로 하여금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토록 견인을 해내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스몰딜(small deal)을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스몰딜을 통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수확(early harvest)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조기수확(early harvest)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구축하게 되고 또 구축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는 판단”이라고 ‘단계적 비핵화 협상’, 내지는 ‘스몰딜’을 ‘조기수확’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다만 그는 “물론 이 과정에서 최종 목표,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 그 과정과는 동떨어진, 분절된 단계 방식의 협상 전술, 소위 말하는 살라미 전술 이런 것을 우리가 경계해야 되죠. 충분히 경계해 나가겠다”며 협상의 단계를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이 고위관계자는 하노이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영변 핵시설 폐기 ▲대북 경제제재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점을 들며 “‘완전한 비핵화 대 완전한 제재 해제’가 선언적인 목표라는 것이 다시 확인됐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양측이 어느 정도 이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핵심 제재 결의의 사실상의 해제라는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북한 핵 프로그램에서 영변 핵시설이 차지하는 비중, 의미에 대한 합의라든지, 또 거기에 상응한 조치가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가 일치되지 않아서 해결되지 않았지만 큰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 종전선언과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등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것이 협상의 대원칙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합의 되지 않는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라는 협상의 대원칙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합의문에 담겨져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는 그 가치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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