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백화점·대형마트, 수수료율 인상에 강하게 반발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신세계백화점·SKT 등 유통·통신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상 협상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신세계백화점·SKT 등 유통·통신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상 협상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현대·기아차와의 카드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사실상 ‘참패’한 카드사들이 이마트·신세계·SKT 등 유통·통신 대형가맹점과도 수수료율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이들 역시 자동차업계와 마찬가지로 수수료 인상에 반대하는 터라 협상 타결까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카드사의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카드사에 통보했다. SK텔레콤 등 통신사들 역시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 1일 연매출 50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일제히 인상했다. 1.9~2.0% 수준이었던 유통사들의 수수료율은 2.1~2.2% 수준으로 올렸고 통신사 수수료율은 1.8~1.9%에서 2.1~2.2%로 조정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와 항공사의 수수료율이 1.8%에서 1.9%, 1.9%에서 2.1%로 각각 올렸다. 대체로 기존보다 0.1~0.2%포인트 상향한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주로 대형가맹점에 쓰이는데 이를 중소가맹점과 공동 부담해왔다”며 대형가맹점이 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가맹점들은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해 왔다. 카드사들에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갈등을 빚어 온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수수료율 인상 근거가 없다며, 카드사가 제시한 2%대 초반(평균 0.14%포인트 인상) 인상안을 거부했다. 카드사가 자금 조달 비용이 올랐다거나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번 수수료율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도 카드사로부터 0.04∼0.26% 수수료율을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는 최근 인상안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SKT를 비롯한 통신사의 경우엔 오히려 카드 수수료율 동결 또는 인하 요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통신비 결제는 자동이체 방식이 많아 카드사의 결제 운용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결국 대형가맹점들의 뜻대로 수수료 협상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카드사가 최근 현대차와의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사실상 ‘참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날 삼성카드를 마지막으로 모든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협상을 마쳤다. 확정된 수수료율은 종전 보다 0.05%포인트 인상된 1.89% 수준이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카드사들이 받아들인 것으로, 본래 카드사가 요구한 0.1~0.2%대 수수료율 인상안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금융권에선 카드사가 현대차와 수수료율 0.05%포인트 인상에 합의한 만큼 다른 업계와의 협상에서도 그 이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금융당국이 우려한 카드수수료 ‘역진성’은 해결되지 않는다.

수수료 개편 전 30억 원 초과∼500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2.18%이고, 500억 원 초과 대형가맹점은 1.94%였다. 양측 간 격차는 0.24%포인트다. 0.05% 내외로 수수료를 인상해도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카드사들은 이미 이달 1일부터 올린 수수료율을 대형가맹점에 적용하고 있다. 카드사와 각 업체 간 협상이 끝나면 수수료율 차액을 정산해 해당 업체에 돌려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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