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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스트 하노이] 북·미 ‘협상판 깨기냐 vs 빅딜 새판 짜기냐’ 기로

‘빅딜 외통수’에 빠진 미국, 선택지 받은 김정은 딜레마 속에 ‘장고의 시간’ 가질 듯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회담 결렬 후 북미는 ‘협상판 깨기’냐, 아니면 ‘일괄타결 새 협상판 짜기’냐의 기로에 들어섰다.

6.12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약 9개월 동안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이 원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근거한 이른바 ‘스몰딜’의 ‘북미협상 판’은 종언을 고한 것이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뒀지만 ‘일괄타결’, 이른바 ‘빅딜’이 아닌 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결렬된 하노이 회담을 이어가기 위해선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스몰딜’이 아닌 ‘일괄타결’, ‘빅딜’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포스트 하노이’ 북미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영변 핵시설 외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과 생화학무기 등 북미 간 모든 의제를 한 번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일괄 타결’ 방식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큰 그림’을 살펴볼 준비가 된다면 ‘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정하는 것과 같은 ‘단계적 비핵화 방식’, ‘스몰딜’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주최로 열린 핵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고 있고 문은 열려 있다. 여전히 외교는 살아 있다”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또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하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내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 제거, ICBM 전량 제거,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완전 제거 약속 등을 두고 ‘빅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전인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비핵화’ 방식을 내놓은 당사자인 비건 특별대표의 180도에 가까운 태도 변화는 미국의 대북 협상 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북한에게 ‘빅딜’이란 새로운 협상 판짜기에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북미 협상판’을 깰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압박이다. 북한에게 ‘대화의 문’은 열어뒀지만 문턱을 크게 높여놓은 것이다.

선택지 받은 김정은, ‘빅딜’ 수용하면 내부반발 직면...거부하면 경제발전 꿈은 물거품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빅딜’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일괄타결 방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사실상의 ‘무장해제’, 또는 ‘항복선언’으로 간주하는 북한 내부 강경파들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렇다고 ‘빅딜’ 요구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북미 협상판’을 깨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딜’ 제안이 나온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뇌의 시간’이다. 미국은 이 두 개의 선택지를 북한에 줬을 뿐이다. 그러나 선택지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결정해야만 한다. ‘협상판’을 깰 것인지 아니면 ‘빅딜’을 수용하고 다시 북미협상 판에 나설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영변핵시설 플러스 알파’를 내놓는 결단을 하지 못한 북한이 미국의 요구한 수준의 ‘빅딜’을 선택하기란 더더욱 여의치 않다. ‘빅딜’이 선제적인 ‘핵 무장해제’로 인식하는 북한 내부의 동요, 특히 군부 강경파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빅딜’을 거부할 수만도 없다. 김 위원장이 바라는 ‘북한 경제개방과 발전’의 입구를 미국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빅딜’을 회피하면 국제적인 ‘대북 제재 봉쇄망’은 더욱 공고화되고 남북한 경협사업 재개도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 ‘빅딜’을 거부하면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은 더 이상 없다는 의미다. 결국 다음에 들어설 정부와 다시 협상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다음 정권이 민주당 정권으로 교체된다고 해서 트럼프 정부보다 더 나은 북미 협상 여건을 맞이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장고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내부의 반발문제와 ‘빅딜’을 수용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시할 ‘상응조치’를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는 아직 ‘빅딜 상응조치’에 대해선 말을 풀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의 반응을 체크하면서 협상 판으로 끌어내기 위해 조금씩 보따리를 풀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핵시설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로 ▲북미연락사무소 개설 ▲대북제재 일부 완화 ▲북미평화선언 등이 거론된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단계적 비핵화 협상’의 마침표라면 ‘포스트 하노이’는 이에 따른 ‘빅딜 새판 짜기’ 돌입이다. 하노이회담 결렬에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방식’이 지속되길 원하고 있지만 미국이 ‘빅딜’이란 외통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노이 ‘스몰딜’을 걷어찬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스몰딜’로 갈 수가 없다. 또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스몰딜을 비난했던 미국 민주당과 주류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한  ‘빅딜’을 공격하기란 난처하다. 앙숙인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주류언론이 힘을 합쳐 ‘빅딜 외통수’ 상황을 만든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빅딜 제안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비핵화 협상 판을 깰 것이냐’는 북한의 선택이다. 지금부터 ‘김정은 시간’의 시간이다.

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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