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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페셜인터뷰] 조민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북한에겐 참사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전망

 

한반도 평화시대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협상 결렬로 성과없이 끝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에 <폴리뉴스>는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을 만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 및 전망을 들어봤다.

조민 원장은 8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협상 결렬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는 하노이 참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30년에 걸친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에서 “북한이 핵무기 한 방으로 승리하는 듯 했지만, 하노이 결렬로 (승리)문턱에서 넘어지고 말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렬로 미국은 행정부와 여야정치권, 언론 등 모두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소리를 내며 국론통일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내상이 깊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결렬 요인으로는 싱가포르 회담 수준의 합의로는 조야를 설득하기 힘들어진 미 국내정치 상황의 변화와 이를 간파하지 못한 ‘평양팀의 협상전략 실패’를 꼽았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올린 ‘북한 비밀 핵시설의 폭로’를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기의 담판이 ‘우발적’ 또는 특정 강경파의 ‘돌출행동’으로 결렬되었다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협상 결렬의 원인을 ‘일본 탓’으로 돌리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조 원장은 “핵 협상의 완전 결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북미 핵협상의 프레임은 바뀔 수밖에 없다”며 “워싱턴이 갑이면, 평양은 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 원장은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로 민족통일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조민 원장과의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말았다. 우선 예상치 못한 협상 결렬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깨졌다. 하노이 결렬(2019.2.28)로 2018년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의 ‘6.12 북미공동성명’의 장밋빛 전망은 크게 흐려졌다. ‘나쁜 합의보다 낫다!’ 이는 결렬에 대한 미국 조야의 평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용열차로 왕복 7600㎞를 달려 베트남을 오갔다. 하노이에 머무른 시간은 대략 100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잃은 것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얻은 것이 없다. 

하노이 참사(慘事)! 북미 협상 결렬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참사 아니겠는가. 30여 년 동안의 핵개발 전략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1989년 9월 프랑스 상업위성 스폿 2호(Spot-2)가 북한 영변 핵시설을 촬영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추억’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북한은 30년 동안 줄곧 미국을 속여 왔다. 미국은 지속적인 압박으로 맞섰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으로 드디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다윗의 돌팔매가 골리앗을 쓰러트렸듯이 핵무기 한 방으로 제국 미국이 휘청거렸다.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핵군축’ 협상이다. 북한의 ‘사실상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새로운 신천지가 열리려는 순간 하노이 결렬로 그만 문턱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엄청난 희생과 기회비용을 다 쏟아부은 핵개발이 최종 승리를 눈앞에 두고 ‘영변+α’로 허망하게 협상의 막을 내렸다. 북미 간 30년의 줄다리기가 북한의 결정적 패배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결렬 무대는 마치 환상 영화의 장면처럼 클로즈업 되었다.  

북한의 내상(內傷)은 깊다. 대미 협상전략의 엄청난 실책으로 후과를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은 국론통일을 이루었다. 트럼프의 ‘노딜’을 반기면서 행정부를 비롯하여 여야 정치권, 언론 등 모두 북한의 ‘완전 비핵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대동단결이다. 우리 한국 정부는 충격과 실망 속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물론 핵 협상의 완전 결렬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북미 핵협상의 프레임이 바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상응조치인 제재해제 문제(일부 또는 전부)가 더 이상 핵심 사안이 되기는 어렵다.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미국이 내미는 ‘빅딜’ 카드를 북한이 받을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북한의 실질적이고 진정한 비핵화 결단에 달려 있다. 

다른 하나는 결렬 포인터였던 ‘영변+α’에서 알파(α), 즉 새로운 ‘핵 의혹 시설’에 대한 북한의 인정과 사찰 수용의 문제이다. 새로운 핵 의혹 시설이 불거짐으로써 안타깝게도 북한은 또다시 의심받는 ‘피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향후 협상 프레임이 미국 측에 유리하게 짜여졌다. 미국이 추궁하는 공세적 입장이라면, 북한은 방어적∙수세적 입장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워싱턴이 갑(甲)이라면 평양은 을(乙)이 된다. 마침내 ‘숨기고 찾고’ 그리고 ‘도발과 타협’의 30년 북미 핵협상의 승부가 갈렸다.

-협상 결렬은 누구 책임인가. 어느 측에서 협상의 판을 깼는가

협상 결렬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미국팀은 협상을 결렬시킬 수도 있다는 복안(腹案)을 가지고 하노이에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빅딜’ 아니면 ‘노딜'이었다. 회담 결렬 사흘 만에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paper) 두 개를 건넸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빅딜’ 제안이었다. 이를테면 양자택일 식 협상전략 아래 일괄타결 방식인 ‘빅딜’ 카드를 내밀었다. 김 위원장이 ‘빅딜’을 받아들이지 않자 회담은 아무런 합의 없이 막을 내렸다. 미국은 북한이 ‘빅딜’을 받을 입장이 아니라고 보았고, 이 경우 미국팀은 판을 접는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강경파로 알려진 볼턴의 존재가 부각됐지만 그가 돌발적으로 협상 판을 깼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협상전략으로 적절한 악역을 맡았을 뿐이다.

-미국이 그런 복안을 가지고 나왔는데도 북한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협상 결렬에는 평양 측의 책임이 크다. 즉, 협상전략의 실패라는 말이다. 평양은 상황 오판에다 하노이 현장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충분히 녹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였다. 이미 출발 전 하노이 협상에서 트럼프의 양보를 얻어내 협상을 승리로 이끈다는 확신에 찼다. 전 세계 언론의 눈과 귀를 끄는 열차 이동은 오로지 김 위원장의 선택적 결단으로 보아야 한다. 평양역에서 베트남 동당 역까지 66시간 동안 “불세출의 민족적 영웅이시며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신 위대한 수령”의 존재를 한껏 부각시킬 수 있었다. 

이 기획 이벤트는 환상적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흥분했고 엄청난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미국은 열차 이벤트에 담긴 김 위원장의 협상에 임하는 입장과 전략을 읽었다. 그가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거부했다. 치기(稚氣)어린 젊은 독재자를 이번에는 반드시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에 워싱턴 협상 팀은 ‘빈손=노딜’ 복안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협상 결렬 요인이 무엇인가

싱가포르 제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상황은 급변했다. 우선 미국 국내정치 상황으로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로 하원은 민주당 장악 아래 들어갔다. 러시아 스캔들과 성 추문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이 흔들리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싱가포르 회담 수준의 ‘공허한’ 합의는 미국 조야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북한의 진정한 핵포기 결단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진다. 협상을 앞둔 트럼프는 보다 타산적이고 매우 신중해졌다.

평양은 오직 트럼프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협상의 문턱을 한층 높이지 않을 수 없는 미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를 정확히 읽지 못했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러브 레터’에 트럼프가 감동했을 것이라는 김정은 스스로의 도취도 한몫했다. 트럼프의 교묘한 트윗질도 김정은의 오판을 부추겼다. 수령은 오류가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무오류의 신적 존재이다. 평양에는 이러한 수령의 오판, 자기도취, 지나친 자신감 등을 바로잡거나 솔직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다. 반면 트럼프는 충분한 학습을 받았다. 야당과 주류 언론의 비판은 협상 전략에 핵심 변수가 되었다. 그리고 정독은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CIA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보고서 등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요해(了解)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협상 결렬에 보다 결정적인 새로운 사안이 터져 나왔다. 하노이 합의 결렬 뒤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우리가 영변 핵시설 외에 또 다른 핵시설 알고 있다고 말하니 놀랐다”고 했다. 영변 핵시설 외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핵시설’이 충격적으로 떠올랐다. 북한이 숨기고 있는 ‘비밀 핵시설’을 미국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우리가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란 듯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밀 핵시설’은 모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미국 측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데에 놀랐다는 얘기다. 

또한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며,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핵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굉장히 큰 규모의 ‘비밀 핵시설’이 부각되었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북한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게 된다.    

한편 '빅딜' 문서와 관련 볼턴의 얘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고 하면서 그 대가로 북한의 거대한 경제 미래상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핵과 탄도미사일 만을 비핵화 대상으로 거론해왔던 미국이 생화학 무기까지 언급했다면 이는 비핵화의 정의를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로 설정했음을 의미한다. 비핵화 범주는 향후 협상과 관련해 주목된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해 미국팀은 “매우 제한적인 양보로,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빅딜 수용을 설득하면서, 상응조치로 “당신(김정은)은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이 좋은 위치의 부동산(this well-placed piece of real estate)을 갖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전한다. 비핵화 보상으로 ‘부동산’을 제안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부동산 비즈니스로 성공한 트럼프다운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과 북한팀이 트럼프의 부동산 제안을 어떻게 여겼을까. 이렇게 특이한 발상을 하는 사람과 톱다운 방식으로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전략적 거래를 계속할 수 있을까. 평양팀의 충격과 허탈한 모습이 안타깝다.    

어쨌든 평양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우선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과 그들이 매달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축소의 의미를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서 ‘비밀 핵시설’의 폭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안이었다. 이처럼 세기의 담판이 현장 상황에 따라 ‘우발적으로’ 또는 특정한 강경파의 ‘돌출 행동’으로 결렬되었다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또한 우리 사회 일각에서 협상 결렬을 느닷없이 ‘일본 탓’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일본이 평양 측에 유리한 협상을 바랄 리는 없겠지만, 일본 비난은 마치 ‘종로에서 빰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 된다. 때마침 북한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미국 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회담 결렬에 ‘손뼉을 치는 얄미운 일본’을 비난한 점이 눈길을 끈다(<노동신문>3월8일자). 협상 결렬 사태에 일본을 비난하는 남북한 ‘공동 인식’이 매우 흥미롭다. ‘노딜’로 미국 측은 일단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북한의 핵전략은 아주 낭패스러운 국면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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