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동생으로 둔 대가를 치르는 것이 형의 도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 관련법 기습 직권상정 시도로 국회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들은 일제히 그 중심에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있다고 보도했다.

25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법안 처리 시기와 방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이 의원이 “그렇게 해서는 핵심 지지층을 다 잃는다. 지리멸렬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직권상정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문방위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동생(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끌고 형님이 국회서 미는 형제의 합작품”이라며 “평의원인 이상득 ‘형님’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위에서 법안처리 지침과 시한까지 정해줌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집권 1년 동안 형님인사, 형님예산, 형님정책으로 상왕을 자처해온 이상득 의원이 그것도 모자라 한나라당을 ‘형제당’으로 전락시키고 만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은 두 명의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 난형난제의 형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6선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가 한나라당 내에서 혹은 외부에서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은 당의 중진으로써 너무도 당연하다. 자신의 의사를 표하는 것이나 주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비난의 중심에 왜 그가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의 형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친인척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특별 관리한다. 민주화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 비리로 체면을 구겼다.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권노갑 전 의원도 말년은 좋지 못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훌륭한 정치인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이겠지만 세상이 다르게 쳐다 보면 은인자중해야 한다.

더욱이 세상이 이 의원을 권력의 중심으로 바라보면 원하든 원치않든 주변에 사람이 꼬이기 마련이고 지내다 보면 이런 저런 청탁도 거절하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작년 6월 초 한나라당 55인 서명으로 이 의원의 공천철회를 요구했을 때 그는 "나의 경륜과 경험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몇일 후 그는 "내가 사람하나 소개했으면 사람이 아니다, 캠프 때도 한 번도 안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 의원의 말을 믿지 않는다. 물론 이 의원앞에서 안믿는다고 얘기할 간 큰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돌아서서는 안믿는다고 할 것이다.

젊은 야당 의원들 중에도 이 의원을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이 의원의 개인적 신망은 높다. 하지만 동생을 대통령으로 둔 대가는 치러야 한다.

서산대사의 답설(踏雪)이란 선시(禪詩)가 생각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을 밟으며 들판을 걸어 갈 때에는 모름지기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이 의원도 잘 음미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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