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례 8개 분야 토론 끝에 의원입법 2건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7차례에 걸쳐 ‘MB정권 역주행 1주년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평가토론회를 통해 민주당이 내린 결론은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사회가 ‘민주주의·경제·한반도평화’ 등 3대 위기에 빠졌으며 ▲인사정책 ▲일자리창출 ▲복지 ▲언론 ▲여성 등 전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MB정권 1년 결과 한국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7차례에 걸쳐 정치, 교육, 경제, 인사, 통일, 복지, 노동, 여성 등 8개 분야를 평가해 MB 정권이 전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토론회를 열지 않아도 국민 대다수는 이미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 실패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최근, 각 언론사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대통령 국정운영 여론조사에서 60~70%에 해당하는 국민 대다수는 이명박 정권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민 대다수가 이미 MB정권의 국정운영 실패를 인식하고 있는 현실상황이라면, 원내 제2 당이자, 제1 야당인 민주당이 평가토론회를 통해 했어야 할 일은 MB 미디어법 등 실패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의원입법을 통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7차례의 마라톤 토론회 끝에 나온 의원입법은 국정원의 수사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박영선 의원이 24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원법 개정안과 긴급감청의 남용 소지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변재일 의원이 11일 대표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단 2건이다.

13일로 예정된 교육 분야 토론회장을 찾아간 기자는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토론회는 열리지 않고 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위원장 안민석 의원) 출범식으로 갈음됐기 때문이다.

교육특위를 출범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교육 분야 토론회를 대체할 만큼 급박하고 중요한 것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토록 중요한 출범식이라면 왜 하필 토론회 일정 중에 열어야 했는지 미리 출범식을 했으면 안 돼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야당이 현 정권의 평가토론회를 여는 것은 단순히 국정운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만을 주장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평가해 본 결과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입법기관으로써 법 개정을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입법 A/S(애프터 서비스)까지 실행하는 것이다.

설사, 의원입법을 통해 법안을 발의해도 소관 상임위와 국회 본회의 등의 의결과정에서 172석을 꿰고 있는 한나라당에 의해 무산될지라도 최소한 그런 시도는 해야 한다.

국정원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기자에게 거대 여당에게 의석수가 밀려 본회의에서 부결되더라도 대안입법을 발의하는 것은 ‘노력’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평가 토론회를 통해 단 2건의 의원입법만을 결과로 냈을 뿐이다.

스스로 MB 1주년 평가토론회를 MB 1주년 평가쇼로 만든 꼴이다.

물론 민주당에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이달 초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와 용산참사 긴급현안질문, 대정부질문 등 국회 일정이 빠듯했다.

더욱이 코앞으로 다가 온 4.29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MB정권의 국정 실패 상을 낱낱이 파헤쳐 만 천하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 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 가지 챙기지 못한 사항이 있다. 바로 민심이다.

민주당은 MB악법과 관련해 국민들의 마음을 우선 반영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었다.

그렇지만 정작 민주당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구체적으로 국민들 개개인의 가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발의해 MB악법이라고 평가한 법들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줬어야 옳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 함몰된 나머지 MB정권 1주년 평가토론회를 평가 토론쇼로 희화하는 현재의 작태로는 정책을 제시하고 입법을 수행하는 책임 있는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영국의 저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생전에 “Show must go on"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차피 인생은 보여주기 쇼이고, 인생이 지속되는 한 쇼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게 쇼를 강조하던 버나드 쇼도 죽어서는 자신의 묘비명에 “내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란 문구를 남겼다.

1년 뒤 'MB정권 2주년 평가토론회‘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민주당, 토론쇼만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말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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