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개입설 당 공식 입장 표명, 한국판 홀로코스트법 제정' 등도 요구
김병준 “요구 100% 원하는 방향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왼쪽)이 13일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항의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왼쪽)이 13일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항의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모독’ 망언 파문에 분노한 5·18 관련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13일 한국당을 방문해 강력 항의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정춘식 5.18유족회장, 김후식 5.18부상자회장,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장, 류봉식 광주 진보연대 대표,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 등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을 만났다.

이들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5.18 망언’ 파문 당사자인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출당 조치 및 국회의원직 제명, 5·18 왜곡 행위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한국형 홀로코스트 법’ 제정,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 표명, 당 지도부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대국민 사과, 한국당 추천 5·18 진상조사위원의 조속한 재추천 등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는 해당 의원들의 발언은 한국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사과하면서도 이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항의방문한 5·18단체 관련자들에게서는 한국당이 적당한 ‘물타기’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류봉식 광주 진보연대 상임대표 “광주, 분노에 치떨고 있어”

류봉식 광주 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사회, 민관할 것없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며 “공당인 한국당이 민의의 전당에서 이렇게 역사를 부정하고 5.18을 능멸하고 또다시 두 번 죽이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을 버젓이 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어 “5.18 39주년이 지나는 이 마당에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고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침투설, 북한 개입 게릴라전이라 얘기하는데 이에 대해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이) 해석은 다를 수 있고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북한군 개입설 게릴라전 관련 당의 공식입장 밝혀줄 것 요구한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3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한국당 차원의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당 지도부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출당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주길 바란다”며 “또 다른 정당들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상황으로 안다. 자체적으로 출당조치 뿐 아니라 이분들이 국회의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 수치기 때문에 자격 박탈을 할 수 있도록 국회 윤리위가 소집되면 한국당도 제명 입장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주길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5.18을 왜곡하고 능멸하는 망동이 수시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사과하고 일부 의원의 일탈이라고 하고 넘어갔지만 39년간 지속적으로 왜곡과 능멸이 있어왔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국판 홀로코스트 법, 반5.18 방지법 제정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 표명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했지만 여전히 사과에 동의하지 못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며 “여전히 물타기를 하고, 당사자들도 다른 해명을 하고 있다. 한국당을 대표해서 사과한다는 것은 그런 방식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고 광주 망월동 묘지에 당 지도부가 와서 무릎 끓고 석고대죄 심정으로 대국민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국당이 추천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 2명을 거부한 것을 언급하며, 조사위원을 조속히 추천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진상조사를 정상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추천을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대표는 “5.18 특별법을 만들어서 진상조사위원회도 출범하지 못했는데 한국당이 진상조사 자체를 방해하는 상황과 연계되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한국당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을 거부했는데 한국당은 거기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상조사위원을 조속히 추천해서 진상조사가 본격화 되도록 하고, 만약 정쟁 수단으로 시간을 끌고 진상조사가 정상화되지 못할 것 같으면 깨끗하게 지도부가 추천을 포기하고 다른 정당에게 위임하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3일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3일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병준 “송구스럽다. 지도부 전체 망월동 묘지 참배 검토”
           “3명 의원 징계, 윤리위 열리고 있으니 기다려달라”
           “의원직 제명 문제,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안 아냐”
           “반5.18 방지법 제정, 의원들 논쟁 통해 결정해야”

이어 발언에 나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스템이 잘못됐건 관행이 잘못됐건 그런 토론회(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고지 받지 못한 것도 과오고, 송구스럽다.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 발언들은 저희 당의 입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광주에 가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지도부 전체가 망월동 묘역에 참배하는 것을 검토해놓고 있다”며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들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당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는 이미 사법적 판단까지 끝난 상황이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3명 의원의 징계문제는 자율적인 결정을 하는 당 윤리위원회에 넘겨놨는데 말씀하는 정도의 조치가 될지 아니면 약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윤리위가 열리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의원직 제명’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윤리위가 구성돼서 제명 문제가 거론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문제는 제가 이 자리에서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의총에서도 의결을 해야 하고 원내대표가 출타 중인 관계로 협의를 못했다. 이 문제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반5.18 방지법’ 제정 문제에 대해서는 “반5.18 방지법 제정, 새로운 법률에 관한 것도 의원들 간의 논쟁을 통해 결정해야 하므로 곧바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5.18조사위원 추천 문제는 원내에서 처리하는 문제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니 비대위원장으로서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으라고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말씀하신 요구들을 우리 당이 100% 원하는 방향으로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의원 제명이나 이런 부분은 틀림없이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나머지는 최대한 노력을 해서 요구를 절대 가볍게 여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이 13일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이 13일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 “위기 넘기기 위한 미봉책, 분노 부추겨”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 “가족 자식 잃은 유족에 칼 꽂아”

김 비대위원장의 답변을 듣고 있던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나 이런 내용들이 위기를 순간적으로 넘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들이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국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했다.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40년 동안 가족 잃고 자식 잃은 어머니들, 유족이 지금까지 단 한 시간도 1초도 편안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며 “세 사람의 망언은 이런 분들에게 다시 칼을 꽂는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 “우리가 괴물돼서 세금 축내나, 역사 거꾸로 돌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은 “우리가 괴물이 돼서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돈 10원도 지원 안하면서 세금을 축내고 있고 한다”며 “우리 사무실도 임대료가 밀려 있는 상황이고 독촉을 받는다. 뭐가 우리가 세금을 축내고 있는지”라고 따져 물었다.

김 회장은 또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처음부터 명단이 이미 공개돼있다. 5.18 기념문화재단에 가면 지하실이 있는데 거기에 우리 4천명 명단이 있다. 그런데 옛날부터 공개된 사실이 없는 것처럼 왜곡하고 폄훼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면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이 순간을 모면하고 적당히 덮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있을 것”이라며 “얼마나 흡족할지 모르지만 당이 내리는 조치는 미봉책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한국당의 생각을 바꾸고 쇄신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넓은 마음으로 저희들을 한번 더 봐주시고 기회를 한번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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