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법적 규명 끝난 ‘5·18’ 왜곡·부정 ‘다양한 의견’ 치부
전두환 노태우, 내란 및 군사 반란죄로 구속돼 처벌받아
‘역사 인식’ 부재, 파문 당사자들도 진정한 ‘반성 없어’

자유한국당이 1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당>
▲ 자유한국당이 1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당>

자유한국당이 소속 일부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모독’ 망언 파문 수습에 나섰지만 진정어린 반성과 징계 조치는 없고 오히려 국민적 공분에 기름을 붓는 모습을 보이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역사적·법적 규명이 끝난 5·18을 부정하고 ‘북한군 600여명 개입’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의 주장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치부해 파문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한국당은 또 ‘5·18 모독’ 망언 파문을 일으킨 당 소속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징계에 대해서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5.18민주화운동은 30년 전, 국회 광주진상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 밝혀졌으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란 및 군사 반란죄로 구속돼 처벌받은 바 있다.

지만원씨 등 극우 진영에서 주장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은 1980년 5월 계엄사 발표, 1985년 국방부 재조사, 1988년 국회 청문회, 1995년 검찰·국방부 조사, 1996∼1997년 재판,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 등 그동안 6차례 이뤄진 국가 차원 조사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 ‘다양한 해석’ 나경원 이어 김병준 “다양한 의견 보수정당의 생명력”
    징계 요구엔 “다른 당, 당내 문제 신경 쓰지 않았으면…그냥 놔두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사견을 전제로 “보수정당 안에 여러 가지 스펙트럼, 즉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데 그것이 보수정당의 생명력”이라며 “당내에 있는 소수 의견, 또 다양성의 일환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군 개입설을 믿지 않는다”며 “그렇게 믿지 않는 쪽이 더 많기 때문에 지만원 씨를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9일 보도자료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며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여당으로부터 “나치의 만행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냐”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문제니까 다른 당은 당내 문제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며 “우리 당내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당내에서 고민하고, 처리하도록 그냥 놔두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5·18 유족의 항의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공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못 만날 이유는 없다”면서도 “다만 시위성 방문은 형식상 적절하지 않다. 적절한 대표를 보내주시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5·18 망언’으로 유족들이 “5·18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격’ 이나 ‘예의’를 따지는 김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김 비대위원장은 파문 확산을 우려해서인지 이후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에 나서고 진상 조사를 지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추가 설명 자료를 내고 자신의 ‘다양한 의견 존재’ 발언에 대해 “현실적으로 당내 구성원 모두가 완벽히 하나의 생각(견해)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아울러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를 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미로 ‘스펙트럼’ ‘다양한 의견의 존재’라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표현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5.18의 성격 자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나, ‘북한군 개입설’을 인정하자는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또 김 비대위원장은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5.18 모독’ 망언이 쏟아진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와 관련, △행사의 개최 경위 △행사 참석자 △발제 내용 △주요 토론자의 주장 △행사 참석자들의 발언 △주최측의 당 지도부에 대한 행사 개최 사전 고지 여부 등에 대해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다시 한번 광주시민들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사진=연합뉴스>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사진=연합뉴스>

▲ 파문 당사자들 ‘5.18 부정’ 태도 여전
   김진태 “5.18유공자 명단 공개해야”
   김순례 “5.18 유공자 허위 선정 있다면 바로 잡아야”

파문 당사자인 의원들도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일부는 여전히 5.18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사과나 해명 수준도 미흡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청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주관적인 것이고, 향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작년에 여야합의로 제정된 5.18진상규명법에 의하면 ‘북한군 개입여부’를 진상규명하도록 돼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다만 이번에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국민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의원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유를 불문하고 제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5·18 유공자 및 유족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가 이야기한 부분은 오로지 5.18 유공자 선정 관련 허위로 선정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정기준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 ‘허위유공자’를 철저히 걸러내는 게 유공자분들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 정치권 안팎
  “김병준 발언 또다른 망언, 의원들 역사의식 없어”
  “의원직 제명, 출당 조치까지 검토해야”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당 지도부 내에서 5.18망언에 대해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하는 발언들이 나오는 것은 잘못된 역사인식에 기인함은 물론이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이번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파문 관련 의원들의 의원직 제명이나 출당 조치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폴리뉴스’ 통화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봤을 때 한국당이 상황 인식을 잘못하고 있다”며 “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인이 사실 문제와 해석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헷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장은 “다양한 의견에 반사회적인 의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당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이런 문제만 부각되고 있는데 다양하다는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한국당이 해당 의원들의 의원직 제명이나 출당 조치 수준까지 대응해야만 한국당에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폴리뉴스’ 통화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다양한 의견’ 얘기는 또다른 망언”이라며 “오늘 비대위에서 가장 먼저 해야될 일은 바로 윤리위를 소집해서 제명은 안된다고 하더라도 탈당 권유를 한다거나 당원권을 정지시킨다거나 등등 징계 문제를 검토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역사인식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태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깨닫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이 대표 체제가 없기 때문에 모두 해이해진 것인데 1차적 책임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80%이상의 책임이 있다”며 “의원들이 여전히 공인 인식, 역사의식, 시대정신 이런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결합돼서 이번 파문이 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당내 자성의 목소리 표출
   김무성 “5.18부정 금도 넘어선 것”
   서청원 “종북좌파 배후설은 어불성설, 국민 앞에 사과해야” 

‘5.18 망언’ 파문에 대해서는 한국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출신인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일부 의원의 5·18 관련 발언은 크게 잘못됐다”며 “북한군 침투설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이땅의 민주화 세력과 보수 애국세력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안보를 책임지는 우리 국군을 크게 모독하는 일"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과거 한국당 내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웠지만 현재는 무소속 신분인 서청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5·18은 재론의 여지 없는 숭고한 민주화운동이다. 일부가 주장하는 ‘종북좌파 배후설’은 어불성설”이라며 “해당 의원들은 이 기회에 생각을 바로잡고 국민 앞에 간곡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지만원씨가 발표자로 참석해 망언을 쏟아냈고 한국당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공청회 주최자는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으로, 공청회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이완영·백승주·김순례 의원 등이 참석했다.

지만원씨는 이날 북한군 개입설을 거듭 제기한 데 이어 “5·18은 북괴가 찍어서 힌츠페터를 불러 독일 기자 이름으로 세계에 방송하게 한 것”이라며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은 영상 축사에서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된다.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 힘을 모아서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종명 의원은 “5·18에 대해 바로잡기 위해 (북한군 개입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수많은 진실이 은폐됐다”며 “오늘 북한군 개입 여부에 관해 진상규명을 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면서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를 이용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유공자를 색출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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