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수사·특검’ 필요성까지 거론
당내 “여론조작, 대선 무효” 주장도 제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31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격을 일제히 퍼부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제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하자 2월 임시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딜레이 식사’ ‘웰빙 식사’ ‘다이어트용 간헐적 단식’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

‘김태우 신재민’ 폭로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에 대한 대여 공세도 여당이 무시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이날 호재를 만난 듯 비상대책위원회의 이후 긴급의원총회를 국회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두 차례 갖는 등 김경수 지사 실형 선고를 적극 활용했다.

한국당은 ‘드루킹 사건’과 함께 김태우·신재민 폭로,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 문재인 대통령의 딸 해외이주 의혹 등까지 모두 연계해 ‘쌍끌이’ 공세를 가했다.

한국당은 아직까지는 지도부 차원에서 ‘대선 무효’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과 연계해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대선 불복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특검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드루킹 사건’을 활용해 설 민심을 겨냥한 정국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김병준 “지난 대선, 엄청난 규모의 여론조작”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난 증거만 갖고도 지난 대선에서 엄청난 규모의 여론조작이 있었구나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민주주의는 여론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작동되는 여론정치고 국가 정통성은 선거를 통해 확보된다는 교과서적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장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문제는 이번 판결을 보는 정부여당 시각이다”며 “증거와 법리를 갖고 내린 사법판결 대해 집권당이 적폐판사의 보복성 판결이라 공격하고 법관탄핵을 추진한다는 것은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그 자체가 반헌법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불리한 판결만 나오면 모두 적폐 재판이라 모는 행태를 어찌 봐야 하나”라며 “자기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채워 집행과 판결을 모두 독점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독재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의 반응은 예상치 않은 판결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모두 선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라며  “이 말 속에 엄청나게 많은 정부의 비밀과 가려진 얼굴이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청와대 앞에서 긴급의총 “문대통령 응답하라”
   나경원 “지난 대선 정당성 의심”

한국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즉각 실시하라’ ‘사찰조작 위선정권 국민앞에 사죄하라’ ‘손혜원 비리게이트 국정조사 특검 수용하라’ ‘드루킹 여론조작 청와대는 사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응답해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고 긴급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경수 도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댓글을 조작했다. 그 숫자가 8,840만회다”며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불법선거운동이고, 대규모 민주주의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권 태생부터 조작정권, 위선정권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껏 드러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부분이 특검수사 대상에서조차 제외되었다”며 “선관위 수사의뢰를 무혐의 처리한 검찰, 봐주기 부실수사를 넘어서 수사를 방해한 서울경찰청장, 누가 이들을 움직였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께서 답해주셔야 한다. 응답해주셔야 한다”며 “댓글조작에 대해서 알고 계셨는지 여부에 대해서 해명해주셔야 한다”라고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또 ‘김태우 신재민’ 폭로,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 등을 언급하며 “이제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해서 답해야 된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김 지사의 1심 재판 결과를 사실상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으로 규정하며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것과 관련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오만과 방자를 넘어선 초권력, 괴물정권의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사과, 반성이 먼저이지, 사법부를 자신들의 주머니에 넣고 삼권분립을 훼손시키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국민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에 나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권이 이 정도로 부패하고, 이 정도로 문란하고, 정말 이 정도로 무능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문재인 정권이 잘 하는 것이라고는 정말로 ‘쇼’ 하는 거, ‘쇼통’ 잘 하는 거였다”고 꼬집었다.

정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이 김태우 수사관이 얘기한 민간인, 공무원 사찰을 정말 몰랐는가”라며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얘기하는 대로 국가재정 조작하는 것을 대통령이 정말 몰랐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손혜원과 관련해서도 대통령 배우자와 절친이고, 본인이 공천을 한 그 국회의원의 일탈 행위를 정말로 몰랐다는 말인가”라며 “조해주가 정치 편향적인 인사라는 것을 모르고, 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한 것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딸 해외 이주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이제 대통령의 딸이 왜 해외로 이주했냐고 국민들은 물어보고 있다”며 “대답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 “문대통령 수사는 물론 특검 필요” 
  김진태 “지난 대선 여론조작으로 치러졌으니 무효”

 국회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앞서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특검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 의원은 “김경수에 적용된 업무방해와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며 “더 있다면 바로 문 대통령이다”고 강조했다.

여 의원은 “선거법 위반은 임기를 다 마치고 수사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해 수사는 물론 특검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경수 지사가 대통령을 위해 대선에서 댓글 조작에 관여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경향성도 크다”며 “그런 면에서 충분히 수사의 단서가 확보됐다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대통령은 재임 중 소추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소하지 못할 경우 수사는 할 수 있다는 학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권주자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한국당에서 처음으로 ‘대선 무효’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 “어제는 법원에서 웬일인가 싶어 환영성명을 냈었는데 가만 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라며 “여론조작에 의해 실시된 대선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2012년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댓글로 인한 부정 선거라고 얼마나 주장했었나”라며 “결국 지난 대선은 여론조작으로 치러졌으니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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