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위, 단기매매차익 놓고 이견
대한항공, 이례적 실적발표로 방어 나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대한항공 경영에 개입하겠다던 국민연금의 칼날이 무뎌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내부에서 단기매매차익 반환과 관련한 견해차가 있었다. 재계 전반에서도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갑작스런 잠정실적 발표로 경영 정상화 명분마저 희미해진 모양새다.

현재 국민연금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경영 참여’로 투자 목적을 바꿔야 한다. 회사 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10%룰’에 따라 6개월 내 획득한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10%룰에 대한 유권해석을 지난 25일 금융위에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한 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규정상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재선임 반대 등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때에는 상관없지만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같은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면 경영 참여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위 1차 회의에서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도 10%룰로 인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1.5%의 잠정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에게 이로 인한 재정손실 발생은 상당한 부담이다. 이날 회의에서 대한항공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찬성 2명, 반대 7명이었고,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이었다.

재계의 경영권 침해 우려 역시 국민연금에 부담 요소다. 일각에서는 ‘연금 사회주의’까지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침해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지난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 추진에 대해 “이를 시작으로 다른 기업에도 확대될까 상당히 걱정스럽다”며 “주주권 행사에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부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문제를 갖고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기업경영 차원에서 생각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항공은 이례적으로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의 ‘경영 정상화’ 명분에 맞서 소액주주를 결집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29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2조6512억 원, 영업이익 692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매출은 7.2% 증가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7.6% 감소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줄어든 영업이익에 대해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 전년보다 유류비가 6779억 원이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이 크게 늘어 견조한 영업이익을 유지했다”며 “외부환경 영향에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견고한 구조가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올해 실적 역시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JV) 효과와 신기재 활용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최근 유가 하락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유류비 감소로 인한 우호적 영업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실적발표가 최근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 개입에 방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예년보다 앞당겨진 발표 시점 역시 기금위의 주주권 행사 최종 결정을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이다. 기금위는 다음달 1일 회의를 열어 주주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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