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위, 2차 회의서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 연임반대’ 판단도 유보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 여부가 다음달 1일 결정된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은반대하는 방향으로,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 사실상의 ‘경영 참여’인 주주권 행사는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2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1일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사내이사 해임과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에 대해 주총에서 의견을 낼지 논의한다는 의미다.
앞서 기금위 산하 수탁위는 지난 23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금위 위원 9명 가운데 찬성 7표, 반대 2표였다.
수탁위는 그러나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이사 해임,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힌 사람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변경 제안 등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찬성 4명 대 반대 5명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는 같은 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의 중대한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에 따른 주주의 소임(주주권 행사)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수탁위가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져도 이길 수 없는 사안에 대한 주주권 행사만 논의하고,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자금 주인인 국민 등의 이익을 위해 주주권 행사 등 수탁자로써의 책임을 적극 이행하도록 한 행사지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37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만 123조 원 넘게 투자한 한국의 대표적 기관투자가다.
또한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 12.45%를 가진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조 회장 일가는 33.5%의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총에선 참석 주주의 절반 이상의 표를 얻어야 이길 수 있으므로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더라도 원체 지분이 적어 승산이 낮다.
반면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경우 국민연금은 7.34%,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국내 사모펀드(PEF) KCGI는 10.7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하면 18.05%다. 조 회장 일가의 지분은 28.93%다. 즉 국민연금과 KCGI가 함께 우호세력을 모으면 대한항공 주총과 달리 표대결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탁위 위원 다수는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반대 의견을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그간 기업의 주총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연금의 첫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또 다시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 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기업들이 경영권 간섭이라고 반발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최소 범위로 축소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국민연금 수탁위는 지난 29일 2차 회의를 열고 기금운용본부로부터 국민연금과 대한항공·한진칼 경영진과의 비공개 면담 결과를 청취했다.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의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 상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의 주총 상정은 아직 확실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탁위는 조 회장 연임 반대의결권 행사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수탁위 논의를 토대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를 2월 1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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