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최고로 대우 받아야 최고의 서비스가 나온다 생각”
“문재인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의 초심을 잃지 말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1월 23일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1월 23일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1월 23일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서 구청장은 취임 7개월의 소회를 밝히면서 작년에는 내부적인 준비를 많이 하는 시기였다. 비전 포럼, 비전 스쿨 등을 통해서 구정 목표와 5대 전략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시기로, 연구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파격적인 행보가 알려진 것에 대해, 주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된 구정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며 구청 직원들은 다소 낯설어 하지만 주민들은 반가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12년간의 보수 구청장 재임 기간 동안 익숙했던 관행이 이제 바뀌고 있다며, 구청의 역할은 주민이 요구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려면 공무원들이 최고로 대우받아야 한다면서, 4년의 재임기간 동안 중구청 공무원들의 처우를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라 강조했다. 

중구청이 신년에 밝힌 5대 전략과제 중 ‘어르신 공로수당’은 지난 정부에서 도입된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이번 정부의 방침과도 궤를 같이하면서, 65세 인구비율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은 중구에 맞춤형 복지제도라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중구청의 전시성 형식 예산을 줄여 150억 원 정도의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각 자치단체는 얼마든지 자신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면서 “복지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구청장은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공격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중구에는 13만 명의 주민 밖에 살고 있지 않지만 하루 유동인구가 350만 명이 넘고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시장의 전통적 도소매 업종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가고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새로운 유통방식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야 하고,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 실직기간 소득보장 등이 세밀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과 관련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개발 시행사와 부동산 소유주, 그리고 세입자들의 이해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 서울시와 협의 중이며, 도심 산업의 대체부지로 ‘서울 메이커스 파크’를 을지로 일대에 조성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서양호 구청장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에 대해,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제는 복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국가와 공공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기조를 타협해버리면 평가의 지점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양호 서울중구청장 인터뷰 전문>

7년 만에 민주당 출신 구청장으로 바뀌었다. 중간에 잠깐 민주당에서 했던 시절을 빼고 계산하면 12년 동안 보수 구청장들이 있었던 셈인데, 지금 청장님이 여러 방면에 걸쳐서 가장 내세우는 컨셉이 변화인 거 같다.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어떤가.

작년 한 해는 당선되고 나서 구민들이 제게 위임하신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기였다. 4개년 계획 중에서도 구청장이 직접 챙겨야 할 5대 전략과제라고 해서, 어르신 공로수당, 아이들에 대한 돌봄과 교육, 그리고 도심산업 활성화, 문화 르네상스 추진, 끝으로 동 정부 사업 추진. 이렇게 5가지 사업 추진과제를 선정해서 각계 전문가들과 의회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작년에는 아무래도 내부적인 준비를 많이 하는 시기였습니다. 비전 포럼, 비전 스쿨 등을 통해서 중구에 대한 구정 목표와 5대 전략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시기로, 연구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많았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중구민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5대 전략과제를 시행하는 시기다. 직접 발로 뛰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취임식 생략, 박정희 기념공원 공사 중단 선언, 서울시장이 참석하는 주말 관내 행사 불참, 그늘막 철거하고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는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과 아주 다르다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준 것 같다.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나.

시장님은 조금 언짢으셨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치구청장들은 서울시로부터 많은 예산과 도시계획 승인권 등을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정이 구정이고, 구정이 시정이다’할 정도로 밀착해야 한다. 제가 그 당시 그늘막 문제를 제기했던 것도 시장님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거나 시청 공무원들에게 질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중구가 그동안 구민들의 바람과 요구에는 다소 늦게 반응하면서 상급기관, 상급단체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너무 저자세로 임하는 것에 우리 중구의 공직자로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자 하는 문제 제기였다. 메시지를 너무 세게 내다보니까 시 공무원에 대한 메시지로 전달되어버린 것 같다. 주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된 구정을 추구하는 과정이라 생각해달라. 예전에 중구가 토목과 건축 등 도시 시설물을 많이 건립하는 쪽으로 구정 방향이 잡혔다면, 진보정당인 민주당이 구정을 책임질 때는 복지, 교육∙문화 등 사람을 위한 따뜻한 구정을 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구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귀담아듣는 구정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걸 보여드리는 과정이었다. 그런 반응에 대해서 우리 직원들은 다소 낯설어하고, 주민들은 반가워하는 시기였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주민이 요구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 고 말했다.
▲ 서양호 중구청장은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주민이 요구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 고 말했다.

같은 팀인 공무원들과의 관계가 구정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중구는 구의 결정사항도 동으로 많이 이전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체로 보면 개혁 구청장이 오면 직원들이 피곤해한다.

제가 볼 때 7,8,9급 공무원들은 변화에 대해 다소 호기심, 신선하다. 이런 반응들이 많은 것 같다. 팀장급 이상은 '젊은 구청장이 와서 어지간히 성가시게 하네 네가 이기나 우리가 이기나 보자'라는 식으로, 약간은 변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보수정당에서 구청장을 12년간 해오고 중간에 잠깐 진보정당인 민주당이 했었는데 선거법 문제로 6개월 만에 중도하차 하셔서, 전체적으로 보면 12년간을 보수정당이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정의 철학과 비전이 시설 건립이나 지원에 익숙해 있어, 그런 방향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지방정부, 구청의 역할이 주민이 요구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수요도 주민들의 수요에서 출발해야 하고, 전달 방식도 주민들의 합의와 동의를 통해서 정해야 한다. 이런 공공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려면 우리 공무원들이 최고로 대우받아야 최고의 서비스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울시 중하위권이지만 재임하는 4년 동안 우리 중구청 공무원들의 처우, 복지후생을 순차적으로 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다. 그 결과가 공공서비스, 행정의 서비스 질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은 예전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직원들을 대해 줘서 인기가 있는 구청장이다.

1월 2일 새벽 공무관들과 첫 업무 <사진=서양호 구청장 페이스북>
▲ 1월 2일 새벽 공무관들과 첫 업무 <사진=서양호 구청장 페이스북>

한편으로 의회가 있다. 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저는 정당 보좌관도 오래 했고, 정당 활동도 오래 했기 때문에 구정의 양대 축이 집행부인 구청과 의사결정을 하는 의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정질문 과정에서 예산, 정책, 그리고 조례와 관련된 의원들의 지적들, 여야를 불문한 그런 지적들에 대해 의회 밖을 나와서 한 번도 서운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의원님들이 지적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다만 과거의 낡은 관행들에 대해서는 의회도 변화해나가고 집행부도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의회는 의회답게, 집행부는 집행부답게 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5대 전략과제 강조했는데, 어르신 공로수당이 눈에 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이 생각도 못 했던 100% 기초연금을 이야기하면서 승세를 잡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데, 그 부족한 부분을 구에서 제시했다고 했다. 그 재원을 구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했다고?

중구 어르신 공로수당은 사실 일거양득,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정책이다. 과거 정부가 한국이 OECD 국가들 중에서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국민의 기초생활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젊은 시절 산업화와 사회 발전을 위해 애썼지만 정작 본인의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던 65세 이상 어르신들에 대해선 최저생계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그런데 재원에 있어 현실적인 문제로 소득 하위 70%만 드리게 되었다. 그 금액도 최저생계비 50만 원에 못 미치는 20만 원으로 출발한 것이다. 작년에 25만 원으로 인상했고, 올해 4월부터 3년간 순차적으로 30만 원 수준으로 높인다. 그런데도 최저생계비에는 20만 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 중구는 65세 인구비율이 25개 구 중에서 가장 높다. 85세하고 독거노인은 가장 빈곤율이 높다. 이는 중구 같은 전통적인 도심에 있는 구가 고령화 사회에서 맞이하게 되는 숙명이다. 그래서 우리 중구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가용예산 특히, 토목건축에 관성적으로 진행되었던 비용을 줄였다. 그리고 구청장 낯 세우기 위한 전시성 형식적 행사가 22억이 이상이다. 그런 예산을 아껴 재원을 150억 원 정도 마련해 중구 자체 비용으로 어르신 공로수당을 드리게 되었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중구의 현안이기도 하고, 정부가 빈곤율과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 기초연금을 확대해나가는 정책과도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지방세가 8대 2의 비율이다. 그래서 전부 다 경직성 예산이라 새로운 정책을 하려야 할 수 없다는 말을 빈번하게 들었다. 그런데 이런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제가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에 가서 많이 듣는 얘기가 ‘중구는 서초구하고 0.1%밖에 차이 안 나는 재정자립도 1위여서 돈을 펑펑 주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중구라고 써야 할 데가 없겠나. 결국, 기관장이 어떤 복지를 할 것인가. 자치구 특색에 맞는 중구형 복지를 만들어낸 거다’라고 말씀해주신다. 중구가 돈이 많아서 그 사업을 했다기보다도 기존에 관성적으로 지출했던 예산들을 연구해서 절약한 거다. 중구의 현안이 어르신들의 빈부격차이기 때문에 어르신에 집중했다고 본다면, 서울의 25개 자치구와 전국의 200여 개의 자치단체는 자기의 특성에 맞는 사업들을 발굴할 수 있을 거다. 다른 예산을 줄인다면 굳이 150억 정도의 큰돈이 아니더라도 단돈 1억이든 몇천만 원이든 자기 자치구에 맞는 복지 사업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결국은 복지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세운재정비 촉진 지구 문제를 접하고 있다. 지금 세운 상가는 구도심 활성화와 관련해서 상징적인 곳이었다.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우리나라 도시개발은 도시정비촉진법에 의해 개발하는 사람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를테면, 동의율이 75% 되면 나머지 동의하지 않는 25%에 대해서 강제수용권을 주고 있다. 세입자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업승인 인가, 관리처분 계획을 할 때 행정 시간을 충분히 두고, 운영의 묘를 살려서 개발하는 시행업자, 지주들, 세입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원만하게 해결이 되도록 유도하게 된다. 그런데 세운상가 같은 경우는 도시정비촉진법에 의해 지주들이 개발업자를 선정해 개발을 이미 하고 있고, 서울시가 세운정비촉진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했다. 거기에 따라 하위 기관인 중구청이 제 전임 청장 시절 사업시행 인가를 내주었고 제가 관리처분을 낸 바 있다. 그 부분에 대한 현안은 이미 승인과 처분이 나서 개발을 진행하는 분들에 대해 재산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문제와 거기에 세입자로 계셨던 분들 위한 대체부지를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아직 사업시행 인가만 났거나 관리처분까지 이르지 않은 곳, 또 사업시행인가도 나지 않고 계획만 수립된 곳은 현재 진행되는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공공에서 도심 내 제조업 집약 단지인 '서울 메이커스 파크'라는 이전부지를 제공함으로써 개발을 요구하는 분들과 그대로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심 산업, 노포(老鋪, 오래되고 유명한 음식점) 등 세입자로 계신 분들의 갈등이 가급적이면 극단적으로 충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공에서 도심 산업의 집약, 집중 단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개발하려고 하는 분들이 있고, 산업적 경쟁력이 뒤처져 서울의 근간이고 강북의 경제발전의 원천이었던 도심 산업이 사양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 경쟁력 있는 부분,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산업적 가치가 있는 부분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구와 서울시가 협의해서 '서울 메이커스 파크'를 을지로 일대에 조성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런 중장기적 계획과 함께 당장 이전해야 할 분들의 대체 상가나 대체 부지를 만드는 데 있어 서울시와 같이 의논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중구의 명동이다. 5대 전략과제에는 명동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

아시다시피 옛날에 통기타 하면 명동, 영화 하면 충무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이 외국 관광객들의 싸구려 쇼핑지로 전락해버렸다. 내국인들이 찾지 않는다. 우리 세대들이나 퇴근 후에 종로나 을지로 일대에서 소주 한잔하지, 요새 젊은 20, 30대는 명동, 충무로, 을지로를 오지 않는다. 홍대 앞이라던가 청담동, 압구정동 등을 간다. 중구가 오래된 도심으로 남대문도 있고 명동, 남산 등 이런 하드웨어는 많으나 실제 즐길 거리, 볼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중구 내 문화예술을 하는 분들의 창작 공간, 발표 공간, 주거 공간을 싼 가격으로 제공해 문화예술인들이 생활하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주고 거기에 소속된 분들이 명동, 충무로, 남대문, 남산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문화정책을 부르짖어도 공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문화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문화관광과에도 문화생태계 팀을 만들어 생태계의 핵심인 공간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10월 27일 약수동 마을축제 <사진=중구청>
▲ 10월 27일 약수동 마을축제 <사진=중구청>

중구의 숙원 중 하나가 남산 고도제한 완화다.

서울시에서도 도시계획구역이 정해지면 고도에 대해서 일정하게 재량권을 주고 주민들 의견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체적 완화 문제는 기존의 자연환경과 녹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측면과 규제가 급속도로 풀렸을 때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오랜 기간 자신의 재산권을 남산과 북한산이라는 이유로 침해받고 계신 분들이 많다. 건축 기법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어서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도제한은 현실화시키자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서울시, 서울시의회는 가진 것 같다. 북한산과 남산 일대에 있는 자치구들과 시의원들과 함께 협의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다만 공론화 시기는 현재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 부동산 가격이 일정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과 함께 진행될 것이다. 지금은 준비하고 있는데 수면 위에서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산, 북한산 고도제한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실화해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구에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소상공인들에게 철퇴를 가했다고 보수언론과 야당이 공격한다.

중구는 거주하는 인구가 13만 명밖에 안되지만, 하루 유동인구가 350만 명이 넘고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살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은 36곳이나 되어 서울에서 가장 비율이 높다. 지금 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최저임금 때문에 발생한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의 전통적 도소매 업종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을 가지고는 어렵고, 거기에 순응하는 분들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 맞게 우리 산업 질서도 시장에 따라야 하는데, 소자본을 가진 분들은 이런 변화가 쉽지 않다. 여기서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분들이 연착륙하고 업종을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 만원에 합의했고, 심지어 특정 후보는 1만 2천 원까지 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선거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됐던 문제다.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가치가 부여되어야 하는 입장은 후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국가와 지방정부가 연착륙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 실직 기간 소득 보장 등이 세밀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의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 문제만으로 국한하기에는 유통질서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일선 단체장으로 느끼는 건 또 다르리라 본다. 문재인 정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저는 타협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때,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마다 시대적 가치와 담론이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반칙과 특권을 없애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병역 비리가 고위층에서 일상화되는 것을 보고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반칙과 특권을 중단해달라'고 했다. 지금 정부에서는 '촛불 시민들이 참여해서 우리 주권에 반하는 정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라면, 그 정신에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포용적 성장, 포용적 복지의 핵심은 사회공공서비스를 확대해서 행정뿐만 아니라 복지의 문제까지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큰 정부의 방향이다. 다만 그 공공서비스가 사회적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 세밀한, 아주 끈질기고 악착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우리 삶에 깊이 와닿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단적인 예로, 사회서비스 공단을 정부에서도 이야기했었고 서울시장님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공공서비스가 위탁된 형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사회복지법인으로 위탁해 그분들의 개인적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분들의 실질 임금이라던가 안정적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의 이직률이 아주 높은 것만 보더라도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사회서비스 공단이라는 걸 만들어서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더 높여나가고, 거기에 참여하는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원칙들을 견지해야 한다. 저성장 기조에 들어간 세계 경제 6위의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제는 복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국가와 공공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 원칙에 있어서 일반적인 성장론과 타협하지 말고 분명히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성과가 있을 것이고, 혹시 다소 부분적인 오류와 실패가 있더라도 그다음을 위해 평가해 볼 수 있다. 처음에 복지국가의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다가 중간에 타협해버리면 평가의 지점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협한 좋은 정책보다는 원칙을 견지한 정책이 실패하더라도 교훈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 원칙을 잃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끈기를 가지고 차분하게 국민들과 함께 합의하고 설득해나가는 과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초심을 잃지 말자. 오히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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