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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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설 대목을 앞두고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도심에 위치한 이 시장에서는 2016년에도 추석 연휴를 6일 남겨두고 불이 난 적이 있다.

    불이 난지 3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큰 불이 난 것은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를 일 주일여 앞둔 24일 오전 2시 1분께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종합동에서 불이 났다.

    횟집, 생선류와 고래고기 등을 판매하는 점포 78개가 모여있던 전체면적 1천21㎡ 규모 1층짜리 건물은 모두 불에 타 폭삭 내려앉아 버렸다. 부동산 5억7천만원, 동산 7억8천만원 등 13억5천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그나마 시장 영업을 마친 시간에 불이 나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앞서 2016년 9월 8일 오후 6시께에는 이번에 불이 난 수산물종합동 옆에 있는 종합식품동에서 불이 났다. 추석 연휴를 6일 앞둔 날이었다.

    화재로 입점해 있던 49개 점포 중 4개 점포가 전소 또는 반소됐다. 재산피해액은 2천4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객과 상인이 많은 저녁 시간대에 불이 나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당시 화재는 한 점포의 식품냉장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과 올해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했고, 3년 만에 피해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앞선 화재에서 얻은 경각심이나 학습효과가 실질적인 화재 대응책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불이 연거푸 나는 등 화마에 취약한, 불안한 상태가 지속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비와 시비 등 71억원으로 조성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90년 3월 개장했다.

    4만1천㎡ 부지에 도매시장과 소매시장 2개 동씩 총 13개 건물(전체면적 2만4천757㎡)이 들어서 있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편리한 장점이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건물이 노후화됐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울산시는 2010년부터 시장 이전을 검토했고, 201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관으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시행해 이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4년에는 국비 지원을 받고자 정부가 주관하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공모사업에 응모했으나, 2차 현장실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시는 "시장을 이전하는 대신 현재 건물 재건축을 희망하는 일부 종사자들의 반대가 공모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시는 올해 3억원을 들여 시설현대화 타당성을 조사하고 농수산물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는 용역을 다시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용역에서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상반기에 농림축산식품부에 시설현대화사업을 위한 국비 공모에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처럼 시장을 옮길지, 건물을 재건축할지를 놓고 이견과 갈등이 10년째 이어지는 동안 시장 건물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낡은 시장 건물에 화재 예방을 위한 완벽한 소방설비 구축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하다.

    낡고 협소한 시장을 이전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고 시설현대화 사업마저 미뤄지면서, 이 시장 상인들은 언제 화재로 점포를 잃을지 모르는 환경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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