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5시간30분·박병대 7시간 영장심사…구속사유 공방 치열
梁 "이규진 수첩 나중에 조작됐을 수도"…구속여부 밤늦게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이지헌 박초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구속 사유를 두고 5시간 넘게 검찰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범죄 혐의가 이날 오후 인사보복 혐의로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비해 수십 배 무겁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후배 법관이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심문에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비롯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력을 투입했다. 심리에 참여한 검찰 측 인원만 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최정숙ㆍ김병성 변호사가 변론에 나섰다. 심리는 오후 4시께까지 5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검찰은 40개 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모두 헌법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법원장 재임 기간 수십 명의 법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의 무게가 서지현 검사 1명에 대한 인사보복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보다 수십 배 무겁고 증거도 훨씬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만나 징용소송 재판계획을 논의한 점,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한 점 등을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각종 의혹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물증이나 후배 판사들 진술과 어긋나는데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후배 법관들의 진술이 제시되자 '거짓 진술'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에서 자신의 지시사항을 뜻하는 '大'자 표시에 대해서는 "사후에 조작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택 압수수색과 세 차례 소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법리 다툼도 벌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같은 법원 319호 법정에서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5시20분께까지 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지인 형사재판 관련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 접속해 고교 후배인 사업가 이모(61)씨의 탈세 혐의 재판 진행 상황을 알아본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를 두 번째 구속영장에 추가했다.

    2017년 3월 법원을 퇴직한 임종헌(60ㆍ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씨의 투자자문업체 T사 고문으로 취업하도록 박 전 대법관이 알선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취업에 이씨의 재판 관련 민원을 들어준 데 대한 대가성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난 임 전 차장의 진술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심문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린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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