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조양호 회장 재임과 이사진 교체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국민연금과 KCGI의 한진그룹 경영권 공세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한진칼 주주총회가 주목된다.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KCGI “대주주와 경영진은 전향적 자세로 움직여야”…5개년 계획 공개 제안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그룹에 공개제안하고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적자사업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지분 10.71%를 보유한 한진칼의 2대주주다.

이번 제안문에서 KCGI는 “한진그룹은 글로벌 항공사보다 높은 부채비율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이고, 잠재된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며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고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더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CGI는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 고객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에서 해결방안 제시했다.

먼저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체제 확립 차원에서 경영진 추천 사내이사 1인과 KCGI 추천 사외이사 2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위원회에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와 심의를 맡기자는 것이다.

임원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 도입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도 제안했다.

KCGI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외부 전문 기관의 자문을 얻어 경영효율성과 리스크관리, 대외 이미지 하락 등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은 제안했다.

아울러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객 만족도 개선과 사회적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그룹 일반직원들로 이뤄진 상설 협의체를 조직하고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을 채택해 이행하는 등 사회적 책임 강화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KCGI는 “이번 공개 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이들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하겠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16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 참여할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을 도입한 국민연금은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절차와 기준을 세부적으로 명시했다. 스튜어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집사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최선을 다해서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국민연금은 배당, 부당지원행위, 횡령·배임, 사익편취,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등 중점관리 사안별로 대상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대상기업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 후에도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개서한 발송,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임원의 선임·해임·직무 정지, 합병·분할,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행사 등 단계별로 압박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밖에도 내부 경영 관련 사안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우려’, 즉 사주 갑질 등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문제에도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문제 발생 시 사전 조치 후 경영권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행보는 ‘대한항공 물컵 사태’로 촉발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가진 2대주주다. 한진칼의 경우 조양호 회장 일가(28.93%)와 KCGI(10.81%)에 이어 7.34%로 세 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3월 주주총회, 핵심은 조양호 회장 재임과 이사진 교체

오는 3월에 개최 예정인 한진칼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재임과 이사진 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진칼의 이사진은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 석태수 대표이사 등 상근임원 3인과 이석우, 조현덕, 김종준 등 사외이사 3인, 윤종호 상근감사로 구성됐다. 석태수 대표와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는 올해 3월 17일 만료된다.

KCGI가 공개 제안을 통해 일반주주의 의견을 수렴한 사외이사를 2인을 추천하겠다고 밝히면서, 곧 임기가 만료되는 조현덕 사회이사와 김종준 사외이사의 자리를 놓고 표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 10.81%를 보유한 KCGI보다 28.95%를 보유한 조양호 회장 일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7.3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를 밝혔으며,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의 손을 들어준다면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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