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당권 도전보다 ‘대권 직행’ 전망 나와
황교안 “사회 곳곳 고통의 목소리, 더이상 외면 어려웠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입당식을 위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태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입당식을 위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태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진영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몸값을 올리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드디어 ‘링’에 등판했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 입당을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한국당 당권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그가 아직까지는 “여러 의견을 듣고 말씀드리겠다”며 당 대표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의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대선과 6·3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특히 한국당 내 친박 진영이 차기 당 대표에 ‘옹립’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으나 그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황 전 총리 주변에서는 그가 곧바로 대권으로 직행하는 길과 당권에 도전하는 길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가 ‘간보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중순 tbs라디오에 출연해 “황 전 총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를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 된다”며 “한국당 비대위 활동 마치고 전당대회 판이 깔아지면 나오겠다, 나는 박근혜 정부 때 총리로서 박근혜 정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 이렇게 하고 정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나서는 게 좋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간 보면서 이런 방식은 저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그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고 곧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가 당권 도전에 나서 상처를 입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 발을 딛는 순간 경쟁 정치세력으로부터 공세가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당 운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특히 자신의 지휘 책임하에 치러질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닌가”라며 “아직까지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와 관련해서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당 대표 출마를 접은 것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오던 상황에서 지난 11일 황 전 총리가 일부 언론을 통해 전격적으로 한국당 입당 결정 소식을 알렸다.

▲ 전문가들 “황교안, ‘맷집 키워 대권으로’ 판단” “ 전당대회 당선 가능성 높다고 본 것”

황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조기 등판’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 전 총리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2~3주 전만 해도 한국당 입당과 전당대회 출마에 유보적 태도를 가진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동안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을 들었다”며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힘들고 어렵다는 고통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할 수 있다면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되겠다고 생각해서 입당했다”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장으로 황 전 총리와 호흡을 맞췄던 추경호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 시점에서의 한국당 입당은 황 전 총리가 전적으로 판단을 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주위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을 최종적으로 선택했으므로 그 선택이 긍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황 전 총리가 조기 등판을 결정한 이유는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보여야 대선주자로서 안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현재 유력한 당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도 주요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없는 상황 속에서 되든 안되든 나가서 자기의 정치적인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황 전 총리가 정치영역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맷집을 키울 필요가 있고,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스스로도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주)e윈컴 김능구 대표는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받아서 그때부터 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정치를 시작하고 대선을 치르는 것은 너무 늦고, 검증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지금 등판해 맷집을 키워 대권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봤을 것”이라며 ”또 당 내 상황을 봤을 때 전당대회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온실 속의 화초’ 황교안, 안착 가능할까

황 전 총리가 조기 등판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더라도 그의 앞날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온실 속의 화초’ 생활을 해온 황 전 총리가 치열한 현실 정치판에서 살아남지 못해 ‘제2의 고건’ ‘제2의 반기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 전 총리가 자신의 등판과 동시에 제기될 정치 공격을 이겨내고 안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들은 벌써부터 그가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이자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는 점에서 ‘도로 친박당’이라는 공격을 쏟아내며 국정농단의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2의 고건, 제2의 반기문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황 전 총리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미리 어떻게 그것을 단정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전 총리가 과거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약점들이 있다”며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과 탄핵 프레임, 또 정치세력이 없는 것 등 약점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나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주)e윈컴 김능구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과 20일만에 낙마했듯이 황 전 총리가 초기 검증 과정을 잘 극복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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