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협위원장 선발 공개오디션, ‘친박핵심’ 권영세 꺾고 파란 

[편집자주] ‘폴리뉴스’의 ‘김능구의 정국진단’ 정국인터뷰는 종합적 심층 인터뷰로 발행인이 진행하는 인터뷰이며, ‘폴리 반짝인터뷰’는 정치 주요 현안에 관한 이슈를 ‘포인트’로 하는 정치부 기자의 단독 인터뷰다.

한국당 공개 오디션에서 권영세(59) 전 의원을 누르고 서울 용산구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된 황춘자(66)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은 11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늦었지만 지역구민들과 당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고맙고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황 전 본부장은 이번 오디션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권 전 의원은 3선 의원과 당 사무총장 지낸 중진 인사다. 박근혜 정부에선 주중대사를 지낸 ‘친박 핵심’이었다. 하지만 황 전 본부장은 용산 당협위원장 출신으로 원내에 진입한 경험이 전무한 여성 ‘정치 신인’이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권 전 의원이 무난히 선출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황 전 본부장은 이같은 예측을 뒤집고 대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국민 속에서 자유한국당의 길을 찾다' 당협위원장 선발 공개 오디션은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한국당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리고 있다. 정당 사상 최초로 실시된 이번 오디션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황 전 본부장은 이번 오디션의 장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 소신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평가단에게 자유롭게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라며 “밀실에서 당협위원장을 뽑으면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 심사위원들과 대면한 상황에서 다수의 의사에 따라 객관적인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좋았다”고 밝혔다.

단점에 대해서는 “제한 시간 3분 30초 때문에 충분히 소신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상호 토론 방식에서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말하면서도 강박관념이 생겼다”라며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어떻게 압축할까’하는 압박감이 들었다.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황춘자 전 본부장은 ‘권 전 의원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언제 처음 들었나’라는 질문에 “권 전 의원이 용산구 지역으로 왔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전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했고 두 번을 떨어졌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선 다시 그 지역을 탈환하는 것이 정치지도자가 가야하는 방향이지만 권 전 의원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명망가이자 거물 정치인 일뿐이지, 용산 지역구와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선거에서 두 번 패배한 이유’에 대해 물었던 질문이 기억에 남았다”라며 “하지만 사전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준비했다. 심사위원들과 평가단이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 오디션의 인기가 저조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오디션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당락이 현장에서 직접 결정되기 때문에 파급력도 상당하다. 용산구 지역 만해도 당락이 결정된 즉시 수만 명의 당원이 금방 알더라.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황춘자(66)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당 어려운 상황,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오디션 발언 제한 시간 3분 30초, 충분히 소신 표현 못해”

-16·17·18대 의원을 지낸 ‘친박 핵심’ 중진의원 권영세 전 주중 대사를 눌렀다. 당 안팎에서는 이변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남성 정치인들에게 여성이란 이유로 주목을 받기 싫었다. 오디션 과정 내내 제가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여성이라고 무시를 당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늦었지만 지역구민들과 당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고맙고 행복하다. 다른 지역 당협위원장 30~40명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어떤 당협위원장은 전화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개인적으로 고맙고 지금도 코끝이 찡하다. 열심히 하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  

-정당 사상 최초의 당협위원장 오디션 방식이었다. 직접 참가한 입장에서 장점과 단점은.
장점은 공개적으로 제 소신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평가단에게 자유롭게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밀실에서 당협위원장을 뽑으면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 심사위원들과 대면한 상황에서 다수의 의사에 따라 객관적인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좋았다. 단점은 제한 시간 3분 30초 때문에 충분히 소신을 표현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상호 토론 방식에서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말하면서도 강박관념이 생겼다.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어떻게 압축할까’하는 압박감이 들었다.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아쉬웠다. 

“저는 용산 맞춤형 경력자, 처음부터 자신감 있었다”
“선거에서 두 번 진 이유, 설득력 있는 답변 준비”
 
-오디션은 지원자 발언, 조강특위 위원(심사위원) 질의 응답, 지원자간 상호 토론, 평가단 질문, 히든 마이크(최종발언)으로 구성됐다. “이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언제 처음 들었나.
권영세 전 의원이 용산구 지역으로 왔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가 5년 동안 ‘용산 맞춤형’ 경력자였기 때문이다. 군사·철도 관련 경력이 총 40년이다. 권 전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했고 두 번을 떨어졌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선 다시 그 지역을 탈환하는 것이 정치지도자가 가야하는 방향이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명망가이자 거물 정치인 일뿐이지, 용산 지역구와 맞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저는 바닥을 기는 스타일이다. 20대 총선 낙선 이후에 꾸준하게 용산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현안을 개발하고 도시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연구소를 설립했다. 전문가들과 모임과 세미나를 하고 책도 만들었다. 권 전 의원과 비해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심사위원과 평가단 질문 중에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나.
‘선거에서 두 번 패배한 이유’에 대해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준비했다. 패배는 개인적으로도 뼈아프게 느껴졌다. 세 번째는 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2014년 여성인재로 발탁돼 전략공천을 받아 용산구청장에 출마했는데 45%를 득표했다. 당시 당협위원장이 반대했던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득표율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용산구가 여성 전략공천 지역이 됐다. 진영 의원이 컷오프된 뒤에 이틀 만에 탈당하면서 시·구의원이 동반 탈당했다. 조직이 아수라장이 됐고 저는 선거 15일 전에 공천을 받았다. 당시 우리당은 공천 파동을 겪었고 국민의당 때문에 보수진영 표가 분산됐다.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이지만 불과 1.72% 표차로 졌다. 선전했다. 그 이후 당협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바닥을 기면서 경험이 축적됐고 인지도가 올라갔다. 그 결과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가 용산에서 2등을 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과 평가단이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오디션, 관심 점점 늘어날 것”

-오디션 첫날,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 수는 약 900~2000명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인기가 저조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당 사상 최초로 유튜브 생중계 오디션이라는 점이 누리꾼들에게 생소했을 것이다. 지역적인 인물을 뽑는 것이라서 전국적인 관심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디션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당협위원장의 당락이 현장에서 직접 결정되기 때문에 파급력도 상당하다. 용산구 지역 만해도 당락이 결정된 즉시 수만 명의 당원이 금방 알더라. 오디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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