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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집권3년차 승부처 ‘경제프레임 전쟁’ 전면에 선 文대통령

‘포용국가’ 정책기조 확고히 하면서 “낙수효과 끝났다” 과거회귀 거부
‘임종석→노영민’ 靑 개편, ‘경제프레임 전쟁’ 진용꾸리기의 첫 단추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국정운영 핵심 축은 ‘민생·경제’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집약적으로 표현된 현장이 지난 10일 2019년 신년기자회견이었다. 집권 3년차 승부처를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서 찾기보다는 그간 수세적으로 밀렸던 ‘민생과 경제’에서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뜻으로 읽혀진다.  

2018년 한 해 내내 진행된 보수언론과 야당의 ‘경제이슈 프레임 공격’을 받은 문 대통령이 올해에는 직접 전면에 서 ‘전쟁’에 임하겠다는 뜻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신년기자회견을 사회자 없이 직접 진행하고 질문내용도 기자단과 사전조율 없이 한 것 자체가 이를 상징한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정치적 전장(戰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지형이 진영구도와 연결돼 있는 탓에 기자회견 ‘질의응답’은 날선 진검승부로 비유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등 과거 청와대는 신년기자회견을 앞두고 질문 내용과 질문할 기자를 사전에 각본을 짜듯 조율했다. 또 추가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부정적인 현안에 대한 방어를 용이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의 소속, 성향, 질문할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과거 정부에서는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에게 사회를 맡겨 일정 방호막 기능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마저도 벗고 미국식 기자회견으로 진행했다. 바람직한 선례를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방식의 진행을 위해선 질문이 예상되는 모든 국정현안에 대한 현황파악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대통령으로서의 진단과 처방도 필수적이다. 그렇게 준비해도 모든 질의응답 상황이 생방송으로 국민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쟁’ 생산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미국이라면 자연스럽지만 한국 정치현실에서는 리스크가 더 큰 방식으로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한 배경에는 ‘민생·경제 이슈 프레임 전쟁’이 있다. 야당과 보수언론의 ‘민생·경제 위기 프레임 공세’에 청와대와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닌데 따른 결과. 이에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이후 약 세 달 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기까지 했다.

지난 한 해 한반도평화 로드맵에 집중했던 문 대통령이 ‘경제프레임 전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 무렵부터였다. 지난해 11월 ‘김동연-장하성’ 경제 투톱 동시교체는 사전 정지작업이었고 이어진 지방 방문행보와 잦은 경제인과의 만남은 분위기 조성, 그리고 신년기자회견은 대통령 주도 ‘경제프레임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포용국가’ 정책기조 확고히 해, “낙수효과 끝났다” 과거회귀 거부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향한 경제정책 기조 추진에 대해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로,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반드시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의 근본문제를 경제의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지목하면서 그 해법에 대해선 “이미 오래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며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과거와 같은 정책기로로 회귀하지 않고 ‘포용적 성장정책 기조’를 더욱 확고하게 추진하겠다는 결의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재차 내보였다. 포용적 성장정책 추진에도 경제가 어렵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포용적 성장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자신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개각 때 정부 경제정책기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인사를 등용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토론을 통해 결정됐는데도 그와 다른 개인적인 생각을 주장하는 분이라면 원팀으로 활동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것은 탕평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논란이 된 일부 정책에 대한 보완은 하겠지만 ‘혁신·포용적 성장정책 기조’의 틀은 꿋꿋하게 추진해 올해 내에서는 그 성과를 도출해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다. 이는 곧 문재인 정부 5년 성패를 가를 집권 3년차의 승부처를 ‘경제·민생’에서 찾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민생·경제 부문에서의 성과 도출을 위해 ▲규제완화 ▲제조업 혁신 ▲4차산업혁명 육성과 혁신창업 지원 등의 혁신성장 추진과 함께 ▲지역 핵심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얘기했다.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및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판하는 노동계를 향해 “노동자의 삶을 향상 시키는 것도 우리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며 “나는 노동계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 있다고 보고 있다”고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한 속도조절도 요구했다.

‘임종석→노영민’ 靑 개편, ‘경제프레임 전쟁’ 진용꾸리기의 첫 단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천명은 ‘경제프레임 전쟁’에서 밀리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도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개편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여론조사기관의 지난해 문 대통령 국정평가에 대한 조사결과 공통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높은 점수, 민생·경제분야에서의 낮은 평가다. 경제분야 평가는 청와대와 정부가 일정 자초한 면도 있지만 보수언론과 야당의 ‘민생·경제위기 정치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강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한 안이한 판단의 결과 ‘포용적 정책기조’ 전반이 흔들렸고 장년 일용노동자의 일자리 토대인 토목건설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고용부진을 더 심화시키고 소득하위계층의 소득감소를 낳는 원인이 됐다.

고용지표와 소득분배지표 악화가 부각됐지만 전반적인 수출, 외환 등 거시 경제지표의 안정, 실질 가계소득의 증가, 상용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고용의 질 개선, 서민의 의료비 등 비급여 지출부문의 증가 등의 긍정적인 경제지표는 묻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동연-장하성 갈등’, ‘혁신성장 대 소득주도성장 대립구도’ 형성 등은 야당의 ‘민생·경제위기론’의 근거가 되는 상황을 제공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을 서두른 배경도 여기도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한반도평화가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조기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집권 3년차 ‘경제프레인 전쟁’ 수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기용은 집권3년차 ‘경제프레임 전쟁’ 진용 꾸리기의 첫 단추로 볼 수 있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임 전 실장을 올해 중반까지 안고 가기보다는 신년 초에 교체해 청와대 진용을 서둘러 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교체도 총선을 대비한 것이다. 그러면서 차기 총선 출마를 접은 강기정 정무수석을 기용했고 9일의 비서진 인사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받은 지난 8일 인사차 집무실을 방문하자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 해야 될 일이다.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대해 노 실장은 “시간이 지나도 이러이러한 산업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맞는 것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소한 두세 개 산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틀을 마련해야 된다”며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에 관해서 산업 동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러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의 ‘경제프레임 전쟁’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노 실장 기용에 대해 “노 실장은 국회 산자위에 오래 있었고, 산자위원장도 했기 때문에 산업정책에 대해서도 밝고, 또 산업계 인사들과 충분히 교류도 할 수 있는 그런 인사”라며 “그런 장점도 발휘되기를 기대하고 있디”는 말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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