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태극기부대’ ‘지만원’ 까지, 극우 눈치보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당 소속 중진의원들과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당>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당 소속 중진의원들과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당>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과 6·13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참패하면서 보수가 궤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거 패배 후 보수진영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는 반대로 여전히 한국당 내에서는 색깔론을 이용하는 등 수구적 행보를 보이는 인사들은 존재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을 표출했다. 당시 한국당의 내부 갈등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수구 보수’와 ‘합리적·개혁 보수’의 싸움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당시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로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15일 비상의원총회에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다. 수구기득권, 낡은 패러다임에 머무는 보수는 탄핵 당했고 저희는 응징 당했다”며 “우리가 여전히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다면 국민들은 점점 더 우리를 외면하고 말 것이라는 무거운 질책과 경고를 우리는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박 김진태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황스럽다. 국정농단 세력, 적폐 세력, 수구냉전 세력임을 인정하고 반성하자니”라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부정하면 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반성도 좋고 혁신도 좋지만 반성하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가 다 죽은 줄 알지만, 아직 아니다”며 “이번 선거에서 콘크리트 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 더이상 이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태극기부대도 보수대통합 대상에 포함’
   ‘전두환, 민주주의의 아버지’ 망언에 침묵
   “지만원, 5·18 조사위원으로 들어가야”

이같은 한국당의 내부 갈등은 최근 ‘태극기부대’ ‘이순자 망언’ ‘지만원 논란’ 등으로 미뤄봤을 때 당의 지향점이 ‘수구 보수’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보수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극우로 분류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태극기 부대’도 보수대통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위원으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는 ‘태극기부대’도 통합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당 내에서는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보수대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태극기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며 수구세력의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 최근에는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전씨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한국당이 침묵으로 일관해 비판이 제기됐다.

이순자씨는 지난 1일 한 극우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두환씨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단임제를 이뤄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며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실성에 가까운 망언”이라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한국당은 당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내놓은 견해는 “문제삼을 거리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한 사사로운 얘기로 문제 삼기가…”라며 “공직을 떠났고, 부인이 남편을 평가한 게 크게 문제 삼을 거리가 되는지. 자식이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내가 남편 이야기하고, 아버지가 자식 얘기하는 것인데 (문제 삼기에) 극소한 부분이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 내에서조차 “한국당은 왜 그런 판단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당도 잘못된 과거는 딱 선을 그어야 한다(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 <사진=연합뉴스>
▲ 극우 논객 지만원 씨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한국당은 극우 논객 지만원 씨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위원으로 추천하느냐를 놓고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5·18 특별법은 지난해 9월 14일부터 시행됐는데 한국당이 아직까지 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서 민간인을 학살한 군 책임자와 피해 현황을 밝히기 위한 조사는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지씨는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며, 수차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을 받아온 인물이다.

지난해 말 지씨가 한국당의 5·18 조사위원 후보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고,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씨는 김성태 원내대표 지역구에 몰려가 항의 집회를 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국당 당시 지도부는 조사위원 추천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태로 후임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숙제를 넘겼다.

지난 4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씨를 만나 조사위원과 관련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씨는 나 원내대표가 자신이 조사위원으로 포함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씨는 나 원내대표가 “다른 사람들을 위원으로 앞세우고 지만원 씨는 뒤에서 코치해주면 안 되겠느냐. 그런 인물을 추천해 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5일 지씨는 극우단체 집회 현장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욕설이 섞인 폭언을 쏟아냈으며 이후 나 원내대표 지역사무실에서도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9일에는 나 원내대표 자택 앞에서 ‘5·18 진상조사위원 배제 규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같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지씨를 단호하게 잘라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중진들과의 연석회의에서도 찬반 입장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5·18 조사위원 추천을 언제까지 하나’라는 질문에 “조속한 시일 안에 하겠다”고 답했다.

친박 김진태 의원의 경우는 전날 ‘사찰·조작·위선정권 진상규명 연석회의’에 참석해 “그렇게 이상한 분 아니다, 꼴통 아니다”며 “이분보다 더 5·18 연구를 깊게 한 분은 없을 것이다. 이런 분이 들어가야 제대로 5·18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며 지씨를 조사위원으로 적극 추천하고 나섰다.

▲ “한국당 새로운 보수 원한다면 뭐가 우선인가”
   “특정세력만 끌고 갈 순 없어”
   “혁신한다더니 과거 보다 더 뒤로”

한국당의 최근 이같은 흐름은 ‘극우’까지 끌어안아 보수 몸집을 키우려는 속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지 않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태극기부대’와 ‘이순자 망언’과 관련된 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보수를 새롭게 재창조하려면 과거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 새로운 보수가 태어나는 것을 정말 원한다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지만원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국당에서 지만원이라는 사람이 들어가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나”라며 “태극기부대라든지 극우성향인 사람들에게 지만원씨가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평판이라는 것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당이라는 것은 특정한 세력만 가지고는 끌고 갈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을 함께 포용해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혁신하겠다고 하면서 과거보다 더 뒤로 돌아가는 모습이다”며 “도로 한국당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당의 지만원씨 관련 논란에 대해 여야 정당들은 일제히 한국당은 5.18 진상규명 방해세력이며 조사위원 추천권을 반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지만원씨와 한국당의 ‘검은 커넥션’이 밝혀진 지금, 한국당은 전두환, 이순자씨와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집단이다”며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이다.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씨의 조사위원 추천 여부는 논의 가치도 없는 얘기 아닌가”라며 “한국당은 무엇이 두려워 눈치를 보며 진상조사단 구성을 방해하고 기피하는지 당당히 말해보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심전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한국당은 추천권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스스로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자처한 전두환 이순자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못한 것을 보면 이제 박근혜 박정희도 갔으니 전두환을 자신들의 뿌리로 옹립하려는 것인가. 보수정당이라는 말조차 아깝다”며 “만약 5.18진상규명문제가 한국당의 당내 견해 차이 때문이라면 한국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한국당의 보기 드문 상황은 일단 보수의 덩치를 키워보자는 판단인 듯하다. 당장 많은 사람이 모이면 좋을 것 같지만 독재정권과 국정농단 세력이 함께하는 한 오늘 같은 상황은 일상이 될 것”이라며 “한국당은 더 망신을 당하기 전에 아예 5.18 진상조사위원 추천권을 반납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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