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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문재인 대통령의 ‘겸손한 권력’ 약속

잘못은 인정하고 책임지는 낮은 권력되어야

얼마 전 지방에 갔을 때의 얘기다.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 지역 여당 다선 국회의원의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의 평판이 비슷했다. 많이 달라져서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목이 뻣뻣하며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고압적이라고들 말한다. 나도 평소 TV 뉴스에 나오는 그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전에는 얼굴이 참 순수해 보였는데, 이제는 뭔가 느끼하고 불편한 느낌을 받아왔던지라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건지 곧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 그 정치인 뿐이겠는가. 정치를 하고 나서 얼굴이 달라졌다는 사람들 얘기를 흔하게 듣는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국회의원 몇 번 하더니 권위적이고 고압적이 되었다는 얘기다. 과학적인 근거를 댈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얼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은 사람의 얼굴까지도 바꾸어놓는 힘을 가진 모양이다. 권력이 사람의 내면을 바꾸어 놓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권력이 뇌와 호르몬의 변화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기도 한다. 권력에 취하면 뇌가 변하고 그 결과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호르몬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여간 절제하고 삼가지 않으면 오만해졌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 권력의 세계에 들어간 사람들의 숙명인지 모르겠다. 생리적인 현상마저 이겨낼 수 있는 자기 절제의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이 시작할 때 그렇게 응원을 보낸 이유 가운데는 ‘겸손한 권력’이 되겠다는 다짐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오만한 권력의 모습에 몸서리쳤던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몸을 낮춘 대통령의 모습을 열렬히 반겼다. 이번에는 달라진 권력의 모습을 보게되리라는 기대가 넘쳤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8개월, 정권 내부의 겸손하지 못한, 아니 오만한 모습들을 이곳저곳에서 보게 된다. 여당의 초선 국회의원은 ‘공항 갑질’을 했다가 큰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그를 가리켜 “정치인 노무현과 자연인 노무현을 가장 가까이에서 끝까지 함께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던 일도 있은지라 실망은 한층 컸다. 얼마 전 청와대 감찰반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을 향해 청와대는 ‘미꾸라지’라 했고, 스스로 ‘공익제보’임을 주장하는 신재민 전 사무관을 향해 한 여당 의원은 ‘나쁜 머리’, ‘양아치 짓’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신뢰성에 의문이 들지만, 그렇다고 흠집내기 식의 인신공격을 우선하는 모습은 과거 정권들의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내서 만난 사실이 논란을 빚자 청와대 대변인은 “행정관이라고 해서 못 만나라는 법은 없다”고 일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 비서면 아무나 불러내도 되고 절차도 격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그같은 주장에 대해 여론은 싸늘했다.

이런 사소한 일화들은 차치하고, 본질은 청와대든 여당이든 자신의 잘못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국정을 책임진 5년 동안 잘못과 실수를 하지 않을 정권은 없다. 누가 정권을 잡고 국가를 운영해도 잘못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찰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변화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았을 때, 현재의 집권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성찰과 공감의 능력은 매우 우려할만 하다. 청와대의 기강해이가 연이어 물의를 빚고, 일개 수사관과 청와대가 전면전을 치르느라 나라가 혼돈에 빠졌어도 누구 하나 제대로 사과하는 사람이 없었다. ‘미꾸라지’가 그렇게 물을 흐려놨으면, 어째서 그런 ‘미꾸라지’를 진작에 내보내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신재민의 주장이 자기 소신에만 갇혀 독단적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청와대가 귀기울여야할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청와대가 정부 부처의 정책에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청와대 정부’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에 대해 청와대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잘못된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의 책임이고 자신은 언제나 옳다는 모습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집권 초와는 달리 이제는 문재인 정부에게서 마음이 떠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려운 경제에 대한 불만 이외에 공통적으로 모아지는 부분이 있다. 자신들만 도덕적으로 옳고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이 싫다는 것이다. 집권 이래 이제까지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노라면 그같은 지적이 지나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째서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싫어하는가. 상대방의 적폐에 대해 그토록 준엄했던 정권이라면 그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들에게도 준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옳은 사람들이니까 그 정도의 잘못은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순간, 오만하다는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청와대가 인사 개편을 했다. 앞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해소되어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겸손한 권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프랑스 철학자 제라드 벵수상의 말을 옮긴다.

“내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또 이러한 믿음에 만족할수록 나는 덜 정의롭다.”

자신의 정의를 과신하지 말고 내가 행했을 수 있는 불의를 끊임없이 의심하라는 얘기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민심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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