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살 당사자가 민주주의 운운하며 실성에 가까운 말 내뱉어”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씨 자택 (사진=연합뉴스)
▲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씨 자택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씨의 부인인 이순자 씨가 전 씨를 ‘민주화의 아버지’라고 표현하면서 정치권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순자 씨의 발언에 울먹이기까지 하며 “실성에 가까운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순자 씨는 지난 1일 한 극우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두환 씨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단임제를 이뤄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며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이 씨는 또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남침해서 한국 국민을 그렇게 많이 죽인 김정은이도 서울에서 환영한다며 환영 벽보를 붙이고 난리”라며 “그런데 40년 전 일을 가지고 한국 발전을 이렇게 한 대통령을 아직까지도 그렇게 (비난)하는 편협한 사람들이 무슨 이북과 화해한다고 난리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조금 전의 일도 기억 못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 80년대 일어난 일을 증언하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며 “재판장이 어떤 압력을 받고 있어 상황이 이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해당 매체 역시 “30년을 훌쩍 넘긴 전 대통령을 전라도 광주로 끌고 와 재판을 벌이겠다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분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순자 ‘망언’, 정치권 분노
이 씨의 이 같은 망언에 정치권은 즉각 반발하며 비판 성명을 쏟아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표현의 자유라지만 이런 해괴망측한 망언이 여과 없이 보도되는 게 유감”이라며 “(광주 학살 사건의) 당사자가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실성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사실에 광주를 대신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18 항쟁과 관련해 신군부가 전투기를 출격시키려고 한 상황과 계엄군에 의해 여고생·시민이 성고문·성폭행을 당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이 씨는 (전 씨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하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 같은 말을 해서도, 이런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된다”며 “이런 말을 일삼는 괴수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평화당 역시 이순자 씨의 망언에 “5.18진상규명에 앞장서서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5.18단체들과 광주시민을 정면으로 모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5.18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진상규명작업이 절실해졌다”며 “자유한국당은 5.18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역시 “자기 최면도 이만하면 병”이라며 “전 씨는 광주를 생지옥으로 만든 학살자”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 씨는 남편이 치매를 앓아 5.18 관련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치매를 앓으면서 재작년 회고록은 어떻게 냈는지, 골프 치러 다니던 사람은 전씨가 아니고 전씨 아바타인지 의아하기만 하다”며 “전 씨가 잔꾀로 재판에 불출석하며 정상적인 재판 진행을 막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노영근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순자 씨의 망언에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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