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정국 주도권 장악 시도
민심 이반에 비상 걸린 민주당, 의혹 차단에 골몰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전날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김상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환담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전날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김상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환담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덫에 걸리면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야당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th cross)’ 현상을 보이고 있는 틈을 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더해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하며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4, 26일 전국의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응답률 6.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3.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선 때의 문 대통령의 득표율 41.1%에 근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대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지지층만 현재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5.5%포인트 오른 51.6%를 기록했다. 특히 리얼미터 조사에서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부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처음으로 긍정 45%, 부정 46%로 ‘데드 크로스’가 나타났었다.

민주당 지지도도 전주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6.3%를 기록했고 자유한국당은 0.2%포인트 오른 25.6%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한국당 ‘특검·국조’ 카드 만지작, 나경원 ‘탄핵’까지 언급
  ‘임종석 조국’ 출석 앞두고 운영위 ‘진상조사단’ 의원들로 교체

자유한국당은 이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을 등에 업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촉발된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적극 활용해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한국당은 1월초까지 특검법안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최근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 문건 목록을 공개하며 야권 인사를 비롯해 정치인, 언론, 기업, 공직자, 민간인 등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한국당은 민간인 신분인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의혹이 담긴 문건도 공개했다. 이에 더해 지난 26일에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동향’ 문건을 공개하며 ‘블랙리스트’ 공세까지 추가했다.

한국당은 지난 20일 오후에는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 27일에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 주대형 감사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국정조사와 특검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던 비슷한 상황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간사찰 의혹’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일어난 사찰을 보고 ‘국기문란 행위로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일은 탄핵감이 아닌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은 총리실이 아닌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일어난 것을 비춰보면 더 위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민간인과 공무원 사찰, 게다가 어제는 환경부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까지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사실상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와 연계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전 참모진과 티타임에서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 문제로 ‘김용균법’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지시했다.

한국당은 28일 오는 31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이 결정되자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로 교체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진상조사단은 검사 출신의 김도읍 김재경 주광덕 최교일 의원, 경찰 출신 이만희 이철규 의원, 언론인 출신의 강효상 민경욱 의원,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돼 있다.

조사단장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당사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분 말에 의하면 당시 환경부 기조실장이던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다른 피해자인) 전병성 당시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에게 실질적으로 사표를 종용해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김태우 파렴치한 범법 혐의자 거짓 주장에 놀아나선 안돼”
   31일 ‘문 대통령-여당 지도부 오찬 회동’ “폭넓은 대화 가질 것”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41.1%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초비상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가 민심 악화에 더욱 더 기름을 붓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김태우 수사관이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한 폭로를 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의혹 차단에 나선 상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건의 본질은 너무나 명확하다. 김태우란 파렴치한 범법, 범죄 혐의자가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이런 사람의 이야기에 춤을 추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불가피하게 31일 운영위원회가 소집되고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이 출석하지만 더 이상의 거짓주장에 놀아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지금 단계에서 밝힐 수 있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어제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중징계 요청을 결정했다”며 “여러 비위혐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업자 등에게 12차례나 골프접대를 받았다든지, 인사청탁을 한다든지, 본인을 위해서 직제에도 없는 5급사무관직 신설을 요구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비위사실은 명백해진 것 같다”며 “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민간인 사찰 등으로 침소봉대 하는 것도 모자라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과거 정부의 민간인 사찰과 비교하면서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는 등 정치공세의 도가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이 비위수사관의 악의적인 또는 아주 선택적인, 아주 무차별적인 폭로의 동기를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이를 악용하고 있어서 대단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또 김태우 수사관이 요구해서 만든 환경부의 자료를 블랙리스트라 얘기하는데, 그 인물들 중에는 임기를 다 채우고 그만둔 사람, 임기를 오히려 몇 달씩 넘기고 그만둔 사람이 상당수 들어있다”며 “그럼 이분들은 화이트리스트인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한편, 민심이 악화되고 있고 야당의 ‘민간인 사찰’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오는 31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어서 논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올해를 마무리 짓는 31일 문 대통령과 회동을 열 예정”미라며 “올 한해를 평가하고 신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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