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화 ‘입구’ 열었지만 회담 후 교착국면, 내년 초 2차 회담이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6월 12일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정상회담은 70여년 북미 적대관계 청산의 신호탄으로 한반도 냉전체제 붕괴의 서막을 알렸다.

6.12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6월 10일 중국이 제공한 에어 차이나기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을 제외하곤 첫 번째 해외 방문으로 북한 지도자로서 국제사회에 데뷔하는 한 장면이었다. 김 위원장이 도착 5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도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역사적인 회담 당일 6월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역사적인 ‘세기의 담판’에 돌입했다. 이후 양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오찬, 산책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세기의 담판이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업무오찬 후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 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했으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위한 굳건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는 포괄적 문구로 ‘CVID(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와 ‘CVIG(북한 체제보장)’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평화·번영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과 한반도 비핵화 노력 ▲미군 포로 및 실종자 유해 발굴 등 4개항도 공동성명에 담았다.

합의문에서 또 “지난 수십 년 간의 긴장상황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며 북미 적대청산도 포괄적으로 담았다. 북한에 대한 CVIG의 핵심 요건이다. 북한이 미국에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 대북적대, 대북대결정책 폐기였던 점을 되짚어 볼 때 북한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합의문 서명을 하면서 “중요한 문서에 서명한다. 굉장히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매우 포괄적이며 양측이 만족할만한 결과”라며 “북한과 한반도 관계는 과거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많은 걸 하고 싶고, 특별한 관계를 구축했다. 모든 이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크고도 위험한 문제를 세계를 위해 해결할 것”이라며 “오늘의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 못했던 수준으로 아주 만족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 백악관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 초청 의사도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한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 보게 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위해 노력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를 약속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구체화했고 미국도 이에 발맞춰 전략자산이 투입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일부 중단 내지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6.12 센토사 합의는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기 전까지의 과도기 틀이지만 북미협상의 기본틀을 제공했다. 북한의 선(先) 핵포기가 없으면 보상도 없다는 미국, 비핵화 단계를 쪼개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요구했던 북한, 이 북미 양자가 한 발씩 물러서 ‘포괄적 단계 접근 방식’으로 나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6.12 정상회담 후 거듭된 북미 교착, ‘美 추가조치 요구 대 北 상응조치 요구’ 대립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6.12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종전선언’ 등 북한 체제안전을 전제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은 다뤄지지 않았기에 미완의 합의이기도 했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향하는 ‘입구’를 여는 합의였다. 싱가포르 선언은 북미 회담의 관문을 연 것이기에 이후 협상과제는 북미고위급회담 등 실무협상으로 넘겨졌다.

6.12 회담 후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북미관계 정상화는 빠르게 진행될 듯했다. 그러나 6.12 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이른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설처럼 곧바로 교착국면에 빠졌다. 6.12공동성명이 북미관계의 새 장을 여는 것에는 틀림없지만 ‘종전선언→평화협정→북미수교’까지는 먼 장정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7월 9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때만 해도 북미 비핵화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는 섣불렀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풍계리와 동창리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을 준비하지 않고 북한에게 핵 신고를 재촉하면서 북미협상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빈손으로 온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미국 여론도 악화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비핵화조치를 받아오지 못한 ‘빈손 외교’라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북한은 최소한 ‘종전선언’은 들고 올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고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폐기에 진전된 양보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가 기대가 어긋난 것이다.

이러한 교착국면은 장기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정상회담 때까지 지속됐다. 결국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밝혔다.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달았지만 분명히 진전된 비핵화 조치였다. 미국은 이를 즉각 반겼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인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의 오스트리아 빈(Vienna) 회동을 제안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여기서 지난 5월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 여부를 검증받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그러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었고 11월 중간선거 전에 열릴 듯한 분위기도 형성됐다.

미국은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 용의 등 비핵화조치들을 반기면서도 북한이 원한 ‘상응조치’는 내놓지 않아 북미협상은 다시 교착국면에 빠져들었다. 상응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완화’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한에게 핵 목록을 신고하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까지 내놓은 북한으로선 미국의 요구에 당혹해했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인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도 무산됐다. 이후 지금까지 북미 실무협상 대표는 단 한 차례로 만나지 못하는 어긋난 행로를 보였다. 이에 따라 ‘11월 2차 북미정상회담→남북미 종전선언→연내 김정은 서울 답방’ 스케줄도 함께 무산됐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영변 핵시설 외에 비핵화 추가조치 요구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른 미국의 확실한 상응조치 요구 사이에서 북미 양국은 요지부동인 상황의 지속이다.

내년 2차 북미회담이 분수령, 美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제재면제 등 유화적 태도도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북한과 미국 모두는 북미 핵협상의 판이 깨지는 것을 원하진 않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문제 해결’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비핵화 용의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이상 북미협상에서 성과를 내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해야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교착국면은 미국은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얻기 위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를 반드시 얻어내기 위해 대치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즉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불가역적인 단계로 진입하는 국면에서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최대치를 얻어내려는 협상국면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면서 내년 초로 넘어간 2차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북미 간의 협상의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비핵화협상 워킹그룹으로 묶어내는 한편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문제를 계속 거론함으로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북한은 개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대응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교착국면 속에서도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이나 2월 열릴 것 같다”면서 “세 군데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2월 20일(현지시간) 캔자스 지역방송인 KNS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현황에 대해 “우리는 만남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며 “새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머지않아 함께 만나서 미국에 가해지는 이 위협을 제거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 진전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을 방문한 비건 특별대표는 한미워킹그룹 회의에서 12월26일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제재 면제에 합의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미국의 태도가 보다 유연해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내년 1~2월에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에 대한 중대한 거래를 매듭짓기 위한 막판 수 싸움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차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운명을 가르는 세기의 담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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