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불참, 대기업·자본 반발, 고용유연화 수용문제 등 3대 난제 안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11월 22일 민주노총의 불참 속에서 개문 발차했다. 악화되는 고용상황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변수 등을 감안할 때 사회적 갈등현안 해소가 시급하다고 보고 일단 ‘경사노위’의 배를 띄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성장 정책’이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을 타개하는데 이보다 더 유효한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청와대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오늘은 정말 고대했던 날”이라며 “역사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은 한 국가의 경제·사회적 대전환을 이끌었다. 독일은 하르츠개혁, 네덜란드는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저성장과 고실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과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기반을 다졌다”고 경사노위가 사회갈등현안을 해결할 ‘사회적 대합의’의 성과를 도출하길 기대했다.

그러면서 노사정의 관계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를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저와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우리는 대립이 아니라 협력의 관계다.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협력관계임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개혁의 주체다.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회를 이끄는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며 “저도 위원회의 합의가 실질적인 구속력과 실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다해 보장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경사노위 위원들에게 “양보와 타협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타협도 어렵고, 이행도 어렵다. 서로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 주길 희망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불참과 관련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 회의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위원회가 사회적 총의를 담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빠른 시일 내에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며 “민주노총의 참여야말로 노동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참여도 독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 마무리발언에서 “경사노위가 법적으로는 대통령의 자문기구이다. 자문기구라는 게 하기에 따라서는 유명무실할 수도 있고, 장식적 기구일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힘을 실어 주겠다. 첫 회의에 제가 참석한 것도 경사노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경사노위가 자문기구가 아니라 의결기구로 생각하겠다. 경사노위에서 합의를 해 주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경사노위의 역할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동계 현안인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도 “경사노위가 이를 의제로 논의한다면 장시간 노동 등 부작용을 없애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고, 임금도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면 국회도 그 결과를 기다려줄 것이다. 대통령도 국회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라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도 경사노위 논의 결과를 지켜보며 이행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경사노위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이 두 개의 정책이슈로 인해 올 한 해 내내 사회적 갈등이 생산되고 확대, 증폭된 상황을 감안할 때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년-여성-비정규직과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참여로 양대노총-경총의 과잉대표성 해소

경사노위는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이 개정·공포되면서 과거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사회적 대화기구로 거듭났다. 과거 노사정위는 노동단체와 경제단체, 정부 3자가 참여했으나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 구성 단체뿐 아니라 소상공인, 비정규직, 여성, 청년, 중소기업, 중견기업들도 대화 주체로 참여토록 했다. 그만큼 사회적 대화의 틀이 노동문제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경제의 전반적 문제들로 확장한 것이다.

경사노위 구성을 보면 ▲노동계(5명) 한국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공석), 청년 대표, 여성 대표, 비정규직 대표 ▲경영계(5명) 한국경총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중소기업 대표, 중견기업 대표, 소상공인 대표 ▲정부(2명)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공익위원(4명) ▲경사노위(2명) 위원장, 상임위원 등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등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에 따라 이미 발족·운영 중인 6개 의제·업종·특별위원회 등을 포괄승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위 외 ▲의제별위원회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디지털전환과노동의미래위원회 ▲업종별위원회로 금융산업위원회 등이다.

이처럼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주체가 증가하고 논의 의제의 범위 또한 노동현안에서 보다 확장됨에 따라 과거 노사정위원회와는 차이를 보일 것은 분명하다. 과거 노동계와 경영계가 정면충돌할 경우 정부가 중재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정부 중재역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노사정위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노사정위는 상시적인 기능정지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경사노위는 양대 노총과 대기업 편향의 경영자단체의 한국사회 과잉대표성을 줄이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계층의 참여폭을 넓혔다. 노동 쪽에서는 여성·청년·비정규직, 사용자 측에서는 중소기업·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자들이 참여함으로써 노동-자본 대립 면을 보다 다층적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겠지만 여성·청년·비정규직 등 현실적으로 이중적 노동시장의 피해자들이 직접 이해당사자로서 참여한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본 측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엄연히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사용자 측으로 참여한다. 이들이 한국적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에서 열악한 노동자층을 고용하는 주체들이다.

과거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총과 대기업과 공공기관 소속의 조직화된 노조를 대변하는 양대 노총 간의 사회적 대화였다면 이번 경사노위는 다른 포맷이다. 자본과 노동 양쪽 기득권만의 사회적 대화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양대 노총 중 한 곳이라도 빠지거나 선명성 경쟁이라도 벌어지면 사회적 대화가 중지된 과거 노사정위와는 다른 사회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대 노총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부분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의 불참 속에서도 경사노위가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노동계 쪽 5명 위원 중 한 자리 몫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민주노총도 내년 2월 대의원대회 결과에 따라 참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민주노총 불참, 대기업 자본 반발, 고용유연화 수용문제 등 3대 난제 극복이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11월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용자측 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11월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용자측 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경사노위가 앞으로 ‘사회적 합의’의 성과를 도출하는데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1차적으로 민주노총의 참여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을 보면 내년 초에 열릴 대의원대회가 ‘경사노위’ 성패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환 위원장이 이끌던 박근혜 정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가 2015년 9월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사회적 대타협’을 이뤘지만 곧바로 유명무실하게 된 배경은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 진행된데 있다. 

당시 정부 측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계에서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경영계에서는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 등 4자가 참여한 가운데 이 합의문 조인식(서명식)을 가졌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사회적 합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탓이다.

당시 이끌어낸 합의내용에 ‘최저임금 단계적 현실화’와 ‘실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과 함께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화’와 ‘탄력근로제 확대’ 등이 함께 담겨 노사 간의 절충점을 만들어냈지만 노동계의 한 축이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력화됐다. 그만큼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고 말하고 문성현 위원장이 경사노위 출범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 ‘울컥’하는 심경을 드러낸 것은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문성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여할 명분을 갖추도록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민주노총이 참여할 경우 사회적 합의 도출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민주노총 내부갈등으로 인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사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진행될 경우 언제든 민주노총 내부갈등은 언제나 변수로 존재한다.

경사노위 활동에서 민주노총보다 더 큰 방해물은 ‘자본’의 힘이다.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공격 프레임’을 이끌어간 것은 이들이 지닌 힘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으로 한국경제가 무너지고 있고 ‘52시간 노동제’로 산업경쟁력이 거덜 난다는 이슈를 양산·확대재생산했다. 경사노위에서 다뤄지는 현안들이 대기업의 이해에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 이를 비틀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반증해왔다. 

국제기구에서 발표되는 각종 사회경제지표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 있다. 한국이 산업경쟁력 부문에서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노동관련 지표는 세계 최하위다. 이는 노동계가 아닌 사용자측의 문제에 따른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 측이 노동의 기본 권리에 대해 얼마나 적대적인지가 노동관련 지표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노조 조직율 10% 수준이라는 현실은 이의 또 다른 단면이다. 약 90%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고용조건 하에서 사용자측의 횡포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탄탄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노동자들이 강경·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이는 데는 상대적으로 나은 ‘고용조건’을 지켜내지 못하면 곧바로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추락한다는 공포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자본’은 지금까지 한국 노사문제의 모든 근원을 ‘양대 노총’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방기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을 통해 ‘양대 노총’에 지불하는 이상의 ‘노동비용’을 챙기는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를 향유했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이러한 사용자측의 양보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에서 보여준 행동을 보면 이 과정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추진하려는 노동개혁의 방향이 노사 양쪽을 만족시킬 지 여부도 난제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가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나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과 같은 결실을 맺어달라고 했다. 두 개의 모델은 단기직과 시간제 근무 도입 등의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파고가 예상된다.

실업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 결과 독일과 네덜란드 모두 개혁 이전보다 고용률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 등의 기존 개념으로 볼 때 불완전 고용의 증가 등 대가도 만만치 않다.

결국 ‘고용시장 유연화’에 대한 양대 노총과 대기업의 결단과 절충 없이는 ‘사회적 합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양대 노총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이 거부해온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수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용자측 특히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고용시장의 유연화’ 논의가 진척되는 만큼 대기업은 ‘노동비용’과 ‘생산성 제고’라는 기본 판단요소에 더해 ‘공동체에 대한 책임정신’을 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하청·중소기업과 시장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결단도 포함되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되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해줘야 한다.

이중적 노동시장의 문제를 풀면서 고용을 증대시키는 쪽의 합의는 양대 노총과 대기업의 결단과 이들의 ‘책임정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결코 순탄하지 않다. 노동친화적인 문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방향키를 쥐고 있다 해서 쉽게 풀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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