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통합’을 외치던 자유한국당이 반문재인 연대를 외치고 있다. 언뜻보면 내일 모레 대선을 치룰 듯 할 태세다. 선거철도 아니고 뜬금없이 ‘반문연대’라니 하는 생각도 든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보수의 총결집을 위해 내세운 반문연대가 보수정당의 화두가 되고 있다. 오세훈, 김병준, 김무성, 윤상현, 나경원 의원 등 보수진영 잠룡군부터 친박 비박을 가리질 않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허전하다. ‘반문연대=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구심점 찾기는 어렵다. 황교안, 오세훈 두 잠룡군은 당밖에 있다. 아직 보수정당에 몸 담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또 다른 잠룡군인 유승민 의원은 조용하다. 그렇다면 내부 단속용 구호인데 그러기엔 너무 속보인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이 현실적으로 힘드니 반문연대를 통해 시선을 외부로 돌리자는 병가의 전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수대통합의 걸림돌은 인적청산이다. 하지만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에서 해촉 된 이후 인적 청산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교체할 것이라고 하지만 공천배제도 아니고 당협위원장 교체로 새로운 지도부가 나서서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껴안으면 된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모식을 마친 뒤 김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모식을 마친 뒤 김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렇다면 ‘반문연대’는 꼼수다. 보수당의 위기를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치환하면서 될 것 같지도 않은 보수통합과 인적청산 두 가지를 다 포기한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위한 수로 읽힌다. 실제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반문연대 취지에 공감한다’며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빅텐트보다는 네트워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친박계든 복당파든 인적청산 없는 보수대통합 구호는 명분이 약해 바른미래당뿐만 아니라 태극기 세력도 껴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반문연대 기치하에 총선 전까지 각자 자리에서 대여 투쟁에 앞장서자는 것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말이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폭주’요 ‘경제·안보 실정 부각’이다.

정치가 아무리 상대방의 실책을 득점화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선거철도 아니고 구심점도 없는데 반문연대가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무엇을 해결해 줄지 종잡을 수 없다.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망당병(亡黨病)인 친박 비박 계파 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당내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 때문이다.

보수대통합이 안되는 이유도 당내 문제 때문이다. 반문연대를 통해 중도.보수를 껴안으려면 당내 기득권 세력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당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여지가 있다. 전원책 ‘해촉문자’ 사건의 핵심은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철밥통을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반문연대를 통한 반사이익은 없다. 오히려 상대진영만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나 반노무현 세력을 경험한 바 있는 집권 세력이다. 반()이 들어가 성공한 예가 없다는 손학규 대표의 지적은 맞다. 손 대표는 “우리 정치사에서 반 무엇을 한다고 해서 이긴 예가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실제로 특정 정치인을 고립시킨 연대는 오히려 그 인물을 키워준 적이 자주 목격된다. 과거 노태우 정권말기 반YS연대나 참여정부 출범 직전 정치권에 분 ‘반노무현 세력화’가 대표적이다. 박지원 의원의 지적처럼 한국당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공격해 오히려 대망론을 키워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한 비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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