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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제1야당의 ‘황교안 대표’를 상상할 수 있나

계엄령 문건작성 의혹을 수사한 군·검 합동수사단이 수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인물 가운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포함되어 있다. 합수단은 이들에 대해서는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에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 윗선이 내란음모에 관여했을 의혹은 있지만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 없이는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탄핵정국 당시의 상황을 돌아볼 때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대행 두 사람이 계엄령을 통한 내란음모에 관련되었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런데 이런 의심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제2인자 황 전 대행은 이미 정치행보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그는 진작부터 출판기념회 등의 세 과시 자리를 통해 보수층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기 시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그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할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친박 진영에서는 황 전 대행이 자유한국당에 들어와 당 대표를 맡을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애국보수진영’에서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해서 황교안, 김문수, 김진태 등을 전당대회에서 밀어주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황 전 대행이 자유한국당에 들어갈 경우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극우적 세력이 결집하여 세력화하는 그림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광경이다. 황 전 대행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받고 끝난데 대한 두 번째 책임자다. 자신이 보필했던 대통령은 바로 그 일 때문에 지금 감옥에 갇혀 죄값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정권에 대한 두 번 째 책임자인 항 전 대행은 평생 근신하며 속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역사와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하지만 황 전 대행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버젓이 정치에 대한 욕망과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인간에게는 내면의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나쁜 짓을 하면 부끄러워 하고 괴로워한다. 그런데 기어코 이렇게 다시 나서겠다는 사람 앞에서는 후안무치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국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지 묻게 된다.

황 전 대행이 끝내 자유한국당에 들어가 정치를 한다면 국민은 박근혜 후예들의 제2세력화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미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태극기부대와도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로 친박당의 조짐이다.

그동안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 세력은 촛불시민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빈틈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자신들의 영역을 다시 확장할 꿈을 갖고 있다. 물러났지만 물러난 것이 아니다. 촛불시민혁명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미완의 혁명이기에 역사의 반동을 꿈꾸는 세력은 그대로 잔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정치적 부활을 막는 일은 단지 이들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가능하지는 않다.  국정운영을 잘못하여 민심을 잃게 될 경우 이들의 정치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은 참여정부 시절에 경험한 바 있다. 그 학습효과를 잊지 않고 있다면, 문재인 정부가 민심을 잃지 않도록 더 공을 들여야 할 이유를 절박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황교안 전 대행 같은 인물이 제1야당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 있다면 한국정치의 또 한 번의 수치가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를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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