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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삼성바이오-삼성 미전실 ‘고의 분식회계’ 정황 내부문건, 박용진 폭로

박용진 의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정당화 위해 삼바 기업가치 5조 원 뻥튀기”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회계 처리를 논의한 정황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문건을 입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 미전실이 이메일로 주고받은 문건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지난 2015년 6월부터 11월까지 여러 차례에 나누어 작성한 것이다. 삼성 미전실과 자사 기업 가치 평가 및 회계 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같은 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결의를 공시한 바 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 5일 삼성바이오는 합병과 관련해 안진회계법인과 자사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적었다. 삼성바이오 기업 가치 자체 평가액 3조 원과 시장 평가액 8조 원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 즉 합병 비율의 적정성 논란과 주가하락 등의 발생을 예방하려는 목적에서다.

같은 해 8월 12일 작성된 문건에서는 삼성바이오 가치를 저평가하면 합병비율 이슈가 생기고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와 불일치해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문건에서 거론된 합병은 지난 2015년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말한다. 당시 삼성은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1 대 0.35(삼성물산 1주 대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한 바 있다. 제일모직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의 성장성 등 기업가치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즉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 과정에서 자사의 높은 기업 가치를 근거로 유리한 합병비율을 점했기 때문에 자사 기업 가치가 저평가 되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삼성 미전실과 여러 차례 관련 내용을 논의한 셈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가 회계법인 평가를 통해 3조 원에서 8조 원으로 5조 원 이상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과대평가된 기업 가치를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에 그대로 보고했다”며 “이는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8조 원 이상으로 평가한 근거는 증권사 투자보고서('리포트')다. 두 회계 법인은 여섯 개 증권사가 산정한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평가액을 합한 뒤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8조 원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그는 이 같은 기업가치 평가 방법이 부적절하다며 “국내 최고 회계법인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바탕으로 합하고 나누는 초등학생 산수 수준의 회계 평가를 내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회계사라면 기업의 자본과 부채, 매출 총액 등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서 이를 기반으로 기업가치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이 같은 전대미문의 엉터리 평가 방식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기에 앞서 삼성 미전실에 해당 계획을 사전 보고한 정황도 담겨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달 31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 중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알려진 문서와 같은 것이다.

지난 2015년 11월 10일 작성된 ‘바이오,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 이슈’ 문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사가 1조8000억 원의 부채와 평가손실 반영에 따른 자본잠식(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상태) 위기에 처하게 됐고, 이럴 경우 ‘기본 차입금 상환 및 신규 차입 불가, 상장 불가’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삼성 미전실에 알리고 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든 미국 회사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이란 8.8% 지분을 가진 합작사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 개발 사업이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49.9%까지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 약속을 말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같은 문건에서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 미전실과 세 가지 방안을 논의한다.

첫 번째는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자(과거 계약서 조작)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보자(회계처리 방식 조작)는 방안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 손실을 최소화 해보자는 제안이다.

또한 지난 2015년 11월 17일 작성된 ‘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 콜옵션 회계처리 관련’ 문건에서 삼성바이오는 통합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산업 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한 것을 두고 삼성 미전실과 논의를 이어간다.

즉 두 문건의 내용을 종합하면 ‘삼성이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제일모직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산업 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를 정당화하려면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 위기에 처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논의가 삼성바이오와 삼성 미전실 사이에 오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는 삼성 미전실과 논의한 대로 세 가지 위기 대응방안 중 두 번째 방안을 선택해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버린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해당 사안은 현재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져 증선위 심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법인과 협의하여 대응방안 중 두 번째 방안을 검토한 사실도 적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삼성의 내부 문서를 통해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가 제일모직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분식회계의 목적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7년 2월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변경은 고의 분식회계가 아니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도 연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박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해당 문건을 보여주며 삼성물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리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감리는 금융위원회가 아닌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또한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에 대해 “이미 증선위에 제출된 문서로 안다”며 “증선위원들이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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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혜 기자

경제부에서 금융당국, 은행, 보험, 카드 등을 맡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경제와 금융을 공부하고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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