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수렁에 빠질 판은 모두 짜여져 있었다.

지난달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마약던지기'란 수법으로 한 사람을 비극에 몰아넣은 '사채왕'을 추적했다.

고상학 씨는 사기도박판에서 '구 서방'(호구)가 되었다. 이 회장 무리와 어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잃은 돈은 2,3억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당시 많이 잃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도박판에서 항상 어떤 커피를 마셨다. 그 커피에는 고씨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약이 든 커피를 마셨던 것.

그리고 고씨는 도박판의 문지기로 부터 자신이 사기 도박의 피해자가 되었음을 알았다. 이에 그는 이 회장 일당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 후 고씨는 서울의 한 다방에서 일당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그를 일행 중 한명이 결박했고 그 순간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즉시 고씨와 일당은 경찰로 연행됐다. 그리고 연행 중 그의 주머니에서는 0.3g의 필로폰이 발견됐다. 또한 함께 경찰에 연행된 일당은 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마약 소지와 폭행으로 구속되어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이 억울한 사건은 그가 구속되고 7년 후 정 여사라는 사람이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 여사는 당시 자신이 사주를 받아 고씨의 주머니에 마약을 집어 넣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고씨는 “다방에 들어올 때 구석에 앉은 한 남자를 봤다. 그리고 당시 한 여자가 말리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여사는 고씨가 목격한 그 남자에게 사주를 받아 마약을 넣었다는 것. 정 여사는 고씨 사건에 대해 양심고백을 하며 주범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정 여사가 말한 배후는 ‘밤의 황제’이자 ‘저승사자’로 불리는 일명 ‘사채왕' 최 씨였다. 이에 제작진은 수천 억의 자산가라는 최씨에 대해 추적해보기로 했다.

2000년대 후반 급성장한 그는 명동의 실세로 드러났다. 오랫동안 최씨를 알았다는 한 사업가는 “캐시로만 천억이 넘게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그는 기업보다 사기 도박판에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그는 자신의 고객을 이용해 구 서방들에게 돈을 빌리게 하고 빚을 지도록 하면서 고리의 이잣돈을 벌어들였다는 것.

최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는 피해자들에게는 마약 던지기를 통해 경찰이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하도록 했다.

정 여사는 7년이 지나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이유를 고백했다. 늘 자신을 이용하고 배신한 최씨에 대해 분노가 끓어 고백을 했다는 것. 이에 정 여사는 재판 도중 고씨의 주머니에 마약을 넣은 사실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재판에서 정 여사의 증언은 모두 기각됐다. 그리고 당시 고씨를 체포했던 임형사는 최씨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 들여 정 여사의 주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임형사와 사채왕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임형사는 고씨의 주머니에서 하얀 종이에 싸인 마약을 발견하자 마자 “왜 마약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언뜻 봤을 때는 마약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음에도 형사는 단박에 그것이 마약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

전직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찰은 검거 실적에 따라 포상금을 받거나 특진을 했다. 이에 최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사채왕의 내연녀는 고씨의 사건에 대해 임형사와 최씨가 미리 만나 장소와 시간 등을 모두 상의했다고 말했다. 또 내연녀는 임씨가 자신의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최씨가 도움을 준 사실에 대해서도 밝혔다.

또 한 제보자에 따르면 최씨는 나무에 잎사귀를 그려 그 안에 이름들을 빼곡하게 적었다. 그는 이른바 사채왕의 살생부였다. 이에 최씨는 "이 놈들은 내가 다 죽여버린다"고 말했고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이들은 대부분 교도소로 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를 연행한 것은 대부분이 임형사였다. 임형사의 존재는 저승사자와 같았다. 임형사는 고씨의 사건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최씨와 정 여사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최씨에게 폭행과 폭언 후 최씨와 정 여사를 목격하지 못했다며 다른 사건과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임형사는 폭행의 정도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소지품 검사부터 먼저 진행했다. 그리고 마약을 발견한 후에는 마약의 입수 경로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의문을 갖게 했다.

내연녀의 제보로 최씨가 체포된 당시 뇌물 수수 혐의로 임형사도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임형사는 무죄로 풀려났고 여전히 경찰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형사는 자신과 최씨의 유착관계에 대해 답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사채왕에게 2억여원을 받아 함께 체포된 최 전 판사는 “먼 친척 관계라 벌어진 일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판사 재직 당시 최씨 사건에 대해 수차례 검색을 하고 담당 검사를 직접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이에 그의 아내는 “돈을 받긴 했지만 우리는 다 좋은 곳에 나눠줬다. 최씨도 돈을 그냥 줬다고 했고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 전 판사는 최씨의 구속 이후에도 법률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상학 씨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지난 2016년 재심을 청구했다. 물증 하나 없이 진술만에 의한 사건으로 그의 싸움은 바위에 계란치기였다. 그런데 고씨의 재심에 큰 역할을 할 또 다른 인물이 포착되었다. 사건 당일 그 곳에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것.

힘들게 연락이 닿은 전 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정 여사가 없었다면 나도 공범이 될 뻔 했다. 당시 전 씨는 최씨가 마약 던지기를 사주한 것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최씨의 압박으로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 씨는 "내가 당시에 위증을 했다고 대구법원에 자백을 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최씨에 대해 "그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에 들어갔다. 그 놈은 몇 백년에 한번 나올 괴물같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고상학 씨는 “나는 17년 동안 많이 변했는데 건물은 별로 안 변했다. 여기 온다는 생각 때문에 전날 악몽을 꿨다. 꿈에서 교도소 창살을 잡고 울었다”며 “그 사건으로 내 인생 자체를 잃어버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상학 씨의 사건은 지난해 하급심이 재심을 결정했지만 대법원이 21개월째 재심을 미루고 있다. 이는 현직 판사가 사채왕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사법부가 머뭇거리는 것이 아니냐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법원은 “주요사건과 달리 재항고 사건은 심리 진행 상황을 따로 공개하지 않으며 재판 진행 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사법부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정과 진실, 두 가지면 충분하다”라며 하루 빨리 고상학 씨의 재심 청구가 받아 들여질 것을 촉구했다.  

*'그것이알고싶다', 20년 전 대구 여대생 죽음 추적..범인은 누구?

한편 10월 3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싶다'는 20년 전 일어난 한 여대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친다.

3일 방송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끝나지 않은 죄와 벌-대구 여대생의 죽음 그 후'라는 부제로, 2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대구 여대생의 죽음에 남겨진 의혹과, 사건을 둘러싼 의문스러운 과정을 다시 추적한다.

지난달 12일, 스리랑카인 K(가명)씨가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스리랑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우리나라 검찰이 스리랑카 검찰과 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앞서 지난 1998년 대구 구마고속도로 상에서 여대생 정은희 씨가 23톤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은희 씨의 속옷을 발견하는 등 성폭행이나 다른 범죄 피해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초기부터 단순 교통사고로 판단해 사건이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학교 축제가 있던 날, 학교 주점에서 동기와 늦은 밤 학교를 나섰던 은희 씨가, 이튿날 새벽 학교에서 5km나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사건 15년 후인 2013년, 은희 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 이때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당시 대구 성서공단 근로자였던 스리랑카인 K 씨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체포 직후부터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해 온 K씨와 당시 공범으로 지목된 또 다른 두 명의 스리랑카인을 만나기 위해 현지로 직접 날아갔다. 그곳에서 K 씨의 윤곽과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공범들로부터 그날의 진실에 관해 들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3일 밤 11시 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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