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경고장’ 효과 의문, 친박의 김무성 유승민 탄핵파 견제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소속 중진의원들 간의 연석회의가 열렸다. <사진 새누리당 제공>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소속 중진의원들 간의 연석회의가 열렸다. <사진 새누리당 제공>

자유한국당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 이후 잠복해있던 당 내 갈등이 결국 터졌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과 친박계, 잔류파 의원들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당 운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다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반격에 나서는 등 노골적으로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오랫동안 해묵은 친박과 비박 진영의 계파 갈등이 재연된 것이다.

친박 중진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반기는 지도부의 보수대통합과 인적쇄신 추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폭발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현재 보수대통합을 기치로 황교안 전 총리 등 친박 인사들은 물론이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동시에 접촉하고 있다. 또 비대위는 최근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의 ‘물갈이’를 주도하게 될 조강특위를 구성해 인적쇄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친박은 현재 탄핵에 동참했던 당 밖 바른정당 출신(현재 바른미래당) 인사들과 복당파에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복당파의 경우 탄핵에 찬성하고 당을 나가 바른정당에 참여했음에도 다시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복당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12월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과 비박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박의 반기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 보수대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국당의 갈등은 지난달 31일 한달여 만에 열린 비대위·중진연석회의에서 표면화됐고 그 여파는 하루 뒤인 1일까지 계속됐다. 당 내 노골적 불만 표출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고’를 보냈으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 홍문종 “탄핵 백서 만들어야” “당 배신했던 사람들 개선장군처럼 좌지우지”
   정우택 “집 뛰쳐나간 사람 데리고 오는 게 보수대통합인가”
   신상진 “당협위원장 공석 한 달째, 참 답답하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대위·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당을 저주하고 당에다 침을 뱉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탄핵에 대한 분명한 우리의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탄핵했던 사람들이, 당을 배신했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둘러앉아서 위원장 나눠먹고, 말이 안 되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이 이 지경이 되고 있다”며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에 와서 좌지우지한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또 조강특위를 중심으로 한 인적쇄신 추진에 대해서는 “누가 무슨 특권을 다 줬는가. 뭐하라고 칼질하라고 누가 허락을 했는가”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은 “우리 당의 로드맵이 이제는 제시돼야 된다”며 “이제 김병준 위원장이 와서 비대위 체제가 100일도 넘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지도부가 추진하는 보수대통합에 대해 “보수대통합은 이 다음에 당 대표가 해야 될 최대의 숙제 중에 하나인 것”이라며 “보수대통합이 지금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수대통합이 뭔가 했더니 이 집 뛰쳐나간 사람 데리고 오는 게 보수대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은 홍문종 의원의 ‘탄핵 백서’ 주장에 대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국회 탄핵 표결이 있은 지가 벌써 2년이 다 돼가고 있다. 과연 탄핵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서 다시 갈등하는 것을 국민들이 바랄까”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립 성향의 조경태 의원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묵묵하게 잘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서로가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우리가 똘똘 뭉쳐서 가야한다”면서 갈등 확산 차단에 나섰다.

대표적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홍문종 의원의 발언 도중 한숨을 쉬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아직 우리 자신들이 넘어야 할 벽이 이렇게 공고하고 높은 것 같다”면서 “과거를 부정하고 우리의 잘못을 남들에게 탓하면서 우리의 변화를 인정받을 수 없는 만큼 비대위 체제를 통해 계속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잔류파 중진인 신상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를 받은 후 교체 작업을 하고 있는 지도부를 비판했다. 신 의원은 “전국의 일선 사령관인 당협위원장 공석이 한 달째다”며 “야전사령관들을 다 옷을 벗겨놓고 추운겨울을 맞이 하여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겨냥해 한물간 보수인사들 영입을 하네 마네 하며 상층부의 정치공학적 통밥들만 굴리고 있으니 참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 ‘친박 vs 비박’ 31일에 이어 1일 연이틀 난타전
   김병준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어, 비대위 시험하려고 들지 말라”

하루 뒤인 1일에도 친박과 비박 진영의 ‘치고받기’ 난타전은 계속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대위나 비대위원장을 시험하려고 들지 말아달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의 주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비대위원장이나 사무총장에게 비대위의 활동에 대해서 물어주시거나 알아보지도 않고 ‘비대위가 하는 일이 없다’는 식의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너무 근거 없이 너무 강하게 그것도 비대위를 향해서가 아니라 대국민들 향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비대위가 어려워지고, 어려우지는 만큼 비대위도 그것을 그냥 덮고 지나갈 수도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도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기 이전에 ‘탄핵 백서’를 만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대통합과 보수의 미래, 우익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탄핵에 관해서 우리가 없었던 것처럼, 아니면 몰랐던 것처럼,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탄핵에 관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자기 고해성사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잘 하려고 노력하고 계신 것 같다. 지금 일을 잘 한다 못 한다 말하기는 그렇다”면서도 “아쉬운 감은 있다”고 평가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유승민 의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의 중심에 놓을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의원은 안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특정인을 갖고 제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제가 여론을 들어보면 당을 폭삭 망하게 만든 당사자들은 이번에 좀 자숙하고 자제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여론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여건이 전혀 성숙돼 있지 않다”며 “또 우리 당내에서도 유승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것도 또한 사실이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런 여건이 성숙될 거라 보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적당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친박계의 ‘김병준 간보기’가 끝난 것이고 이같은 갈등은 예견됐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본색이 나온 것”이라며 “그동안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전원책 변호사한테 간을 봤는데, 간보니까 별것 아니네. 그러면서 그냥 나오는 것이다. 예상됐던 수순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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