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양심이라면 '정당한 사유' 해당"

대법원이 1일 종교나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유죄라는 기존 판례를 14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중 8명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제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병역법 제 88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무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도 감수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파면시켜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판단을 위해선 피고인의 가정환경, 학교생활, 사회 경험, 삶의 모습 등도 아울러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고인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의한 것이란 사실을 소명할 구체적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4명은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여호와 증인 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면서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요소들은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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