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2018년도 국정감사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룹 총수들을 줄지어 세워놓고 호통치기 바빴던 지난 국감들과는 달리 올해는 경영진 위주로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이 진행됐다.

애초부터 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했던 재벌 총수들을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지난달 19일 북한 양묘장을 방문한 총수들을 대상으로 대북 경협에 대해 질의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불필요하다’며 합의하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무분별한 그룹 총수 증인 채택은 국감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왔다. 기업인들을 하루 종일 대기시키고 의원들이 자기 할 말만 했던 터에 답변시간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국회는 지난해 국감부터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이는 증인을 신청할 때 신청 의원의 이름과 증인 신청 이유, 증인의 국정감사 관련성 등을 적은 신청서를 소속 상임위원장에게 제출하도록 한 제도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국감을 할 수 있도록 야당이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정치공학적 판단에서 하는 증인과 참고인 채택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 기조가 이번 국감의 증인 및 참고인 채택에 크게 반영됐다.

우선 이번 국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는 국감장에 서지 않았다. 대신 각 그룹 계열사 CEO 및 본부장 등 실무진들이 참석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국감 출석 하루 전 증인에서 제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해 최 회장의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삼척포스파워와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사업 의혹 관련 당시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회장이 아니었으며,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다.

갑질 논란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여야는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나 인물에 대해서 증인을 채택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두 차례나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받았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담 회장을 대신해 이경재 대표가 출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증인으로 채택된 CEO들도 해외출장 등의 사유로 줄줄이 불출석을 밝혔다. 때문에 기업들이 국감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10월에 해외출장을 계획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기업총수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면 이해될 수 있겠지만 매년 국감 때를 맞춰 일부러 해외 출장을 잡고 안 나온다면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불출석을 놓고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드루킹 사태와 관련된 핵심 증인이 불출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과방위 증인들은 지난 26일 종합감사에 출석해 국감을 회피했다는 오명을 벗었다. 이날 종합감사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이해진 네이버 GIO 등 CEO들이 참석, 드루킹 사태에만 편향되지 않은 정책 질의가 진행돼 예전에 비해 정책 국감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는 이번 국감의 증인 및 참고인을 기업 실무진 위주로 채택해 해당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몇몇 증인들은 의원들의 질의에 ‘모른다’만 되풀이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전중선 포스코가치경영센터장과 김순기 포스코 노무담당 상무는 각각 포스코의 페이퍼컴퍼니 인수 의혹과 노동조합 활동 방해 의혹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전 센터장은 올해 2월부터 CFO직을 맡아서 해당 건에 대해 정확하게 답할 수 없다고 했으며, 김 상무는 확인해 보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데미안 여관 야요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이사 역시 일관된 모르쇠 태도를 고수했다. 존 리 대표는 한국에서의 매출 규모와 과세 당국에 신고한 매출·순이익을 밝혀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에 ‘영업기밀’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데미안 여관 야오 대표이사 역시 같은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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