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김용태 위원장과 위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김용태 위원장과 위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통상 통합을 주창할 때는 함께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현재 서로 처지가 어려우니 같이 합쳐서 경쟁자와 대등한 위치에 서 제대로 겨루기를 하자는 전제로 한다. 그런데 현재 야권통합 논의를 보면 가관이다. 서로 살자는 게 아니라 서로 죽자는 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과거 YS 3당 통합이 그랬고 DJP 연합이 그랬다. 선거를 앞두고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생존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최근 야권에서 진행되는 통합논의를 보면 생존본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해행위처럼 비쳐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야당이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이다.

일단 조강특위위원으로 임명된 전원책 변호사의 통합전대 주장이 그렇다. 스스로 월권이라면서 통합전대를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설령 전권을 받았다고 해도 그렇다. 조강특위 위원장이 인적쇄신에는 관심이 없고 통합전대를 말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 상대방인 바른미래당의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 세력이든 지방선거 패배 책임세력이든 아니면 비리에 연루된 당내 인사들이든 기준을 세워 당 쇄신을 한 연후에 상대방에게 ‘러브콜’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 분만 바르고 결혼하자고 하면 누가 선뜻 응할 수가 있겠는가. 최소한 스스로 변화된 모습과 비전 그리고 능력을 보여줘야 같이 살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이후 변화된 점은 지도부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게 다다. 김병준-전원책 두 인사가 한국당에 들어와 조명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당 분위기는 내년 초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누구 줄에 설지 더 관심이 많은 게 현실이다.

비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제 1야당에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한국당이지만 보수가 어디로 가야할지 제대로 논의하거나 제시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굵직굵직한 선거에서 연이어 대패했지만 친박 좌장이라는 서청원 의원의 탈당과 친이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제대로 된 좌표를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새피도 수혈해야 하고 당내에서 인물도 키워야 하지만 현재 당권.대권 주자로 나서려고 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 밥의 그 나물이다. 이해찬.정동영.손학규를 ‘올드보이즈의 귀환’이라고 비판하지만 정작 거론되고 있는 한국당 당권 주자들을 보면 황교안 전 총리를 제외하고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던진 한국당발 통합전대론은 오히려 화만 불러일으키고 조롱만 당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어차피 내년 초 분열될 당과 무슨 통합이냐”고 면박을 줬다. 112석의 한국당이 30석의 바른미래당에게 끌려가는 모습이다.

총선은 2020년 4월이다. 1년하고도 6개월이 남았다. 국회의원들 속성상 선거가 임박해야 살기위해 당을 뛰쳐나가든 복당을 하든 한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발 정계개편은 오히려 독이다. 분열만 생기지 결집 효과는 전혀 없다.

‘생존 본능의의 땅’ 아프리카에서 생명이 지속되기 위해 비도 중요하지만 불도 중요하다. 한바탕 아프리카 대지가 활활 타고나면 그 잿더미 속에 새 생명이 움트기 때문이다. 동식물의 적잖은 피해도 발생하지만 지금까지 아프리카가 광활한 원시림이 존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보수통합 논의 이전 인적쇄신이라는 불길이 번지고 새피를 수혈해 정계개편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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