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행정정보 무단 유출 논란을 놓고 2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의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오히려 심 의원을 코너에 모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 의원은 지난 1일 예고한 대로 이날 오전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통한 정보 취득 과정을 동영상을 통해 시연했다. 

그는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다. 기획재정부는 국회 기재위원들에게 디브레인에 접근하도록 아이디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보좌진들은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고 밝혔다.

동영상을 통해 디브레인 접속 과정을 설명한 심 의원은 “이것을 기자들 앞에서도 공개 시연했다”며 한방병원, 이발관 이용 등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짚었다.

하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심 의원의 지적에도 ‘불법성’을 강조하며 조목 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김 부총리는 “의원님께서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계속해서 말씀하고 계시는데 의원님께서 보신 자료는 저희 기재부도 볼 수 없는 자료”라면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 자료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 결과를 보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 시스템의 재정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심 의원의 반박에 대해서도 김 부총리는 “의원님께서 보여준 방법은 결과적으로 봐서 그런 것이지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루트를 찾기 위해선 여섯 번의 과정이 필요하고 그중엔 감사관실 경고가 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심 의원은 다시 “접근할 때 경고 문구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됐다”고 재반박 했으며 김 부총리 역시 “설령 들어갔다 하더라도 최대 백만건 이상 다운됐는데 분명하게 사법당국에서 위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김 부총리의 설명에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것이 비정상적이냐”라고 물었지만 김 부총리는 “(백스페이스를) 누를 수 있지만, 그 후에 다섯 가지 과정이 있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가면 감사관실이라고 적혀있다. 이 과정을 거쳐 발견했다 해도 백만건 이상의 다운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약 40여분간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심 의원과 김 부총리의 설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특히 김 부총리의 계속된 반박이 주목을 끌었다.

심 의원이 “데이터가 있고 열려 있으니 접속했던 것 아니냐. 접속한 걸 가지고 저희들을 범죄자로 모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자 김 부총리는 “사법당국에서 판가름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의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업무추진비는) 업무와 관련성이 소명되면 문제가 없다”며 “마치 심 의원께서 국회 보직 시절에 주말에 쓰신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 부총리는 또 심 의원이 “업추비가 아닌 특활비로 썼다”는 주장에 “그렇지 않다, 업추비로 쓰셨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의원님이 해외 출장 중에 국내에서 쓴 유류비도 같은 기준으로 저희가 의원님이 하신 것에 대해서 의원님이 의정활동 하시며 쓰신 것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본회의장에선 한국당 의원들이 김 부총리의 해당 발언에 항의하기도 했다.

▲아수라장 된 ‘대정부질문’
결국 이날 심 의원의 대정부 질문은 디브레인 시스템 접속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공방이 오가는 자리였다. 

오전 대정부질문 마지막 순서였던 심재철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기 직전 한국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 시작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 의원의 디브레인 접속과정 시연과 지적, 김 부총리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한국당과 민주당은 계속해서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 측에선 심 의원을 향해 ‘거짓말이다’, ‘사과 하세요’, ‘(심 의원) 특활비 사용내역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역시 김 부총리의 답변에 계속해서 ‘보안관리도 못한다’, ‘본 것이 잘못이냐’ 등 언성을 높이며 민주당 의원들과 본회의장 내에서 공방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