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사법·사정기관, 한진 일가 둘러싸고 전방위 압박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재출석했다.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서울남부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약 석 달 만이다. 이번 조사에서 검찰은 계열사 신고에서 친인척 회사를 누락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조 회장의 소환조사는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서울남부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7월에는 서울남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에는 경비인력 자택 불법 파견과 그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납한 배임 혐의로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한진그룹은 지난 4월 조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건‘으로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미국 국적을 가진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밝혀져 국토교통부는 진에어 면허 취소까지 검토했다.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을 시작으로 한진 일가의 갑질 횡포 관련 제보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 폭언, 직원 폭행 등의 의혹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강한 적폐청산 드라이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적폐청산을 모토로 강하게 정·재계를 조여 왔다. 때마침 터져나온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논란은 시의성까지 더해지면서 ‘갑질 적폐’ 본보기가 됐다.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법·사정기관은 경·검을 비롯해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11곳으로 전례 없는 강한 압박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그룹 본사와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한 횟수는 모두 18회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친인척 소유 회사를 계열사에서 누락하는 등 허위신고한 혐의로 검찰 고발했으며, 관세청은 5차례나 총수 일가를 직접 압수수색했다. 이는 역외탈세 혐의를 반사회적 행위로 지목하고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 설치까지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처벌 아닌 망신주기 논란 여전

검찰은 지난 7월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당국의 한진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 압박은 ‘무리수’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 일가를 대상으로 총 5번의 구속영장이 신청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히 기업에 대한 수사는 국내외 경영에 대한 파급이 큰 만큼 신속성이 요건이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원칙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반 기업 기조는 경영활동을 계속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비공개 소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지금까지 조 회장을 비롯해 한진 일가가 포토라인에 선 횟수는 14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죄형 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공개수사는 처벌이 아니라 망신주기에 불과하다는 시비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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