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포항시민은 포스코의 ‘서울숲 5000억원 창의마당 건립’을 강력히 반대하며,
그 자금이 ‘1조원 벤처벨리 조성’ ‘다시 튼튼해지는 포스코’ ‘포항 유발지진피해 극복’ ‘평화시대의 북한 철강산업 재건’에 쓰여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벌써 10년 가까이 포항경제는 활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체와 후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건설노동자들은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가장들의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지열발전소 유발지진이 촉발시킨 5.4 강진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가운데 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포항경제가 회생할 때 비로소 해결의 길이 열리게 된다. 

포항경제 회생의 기본조건은 포스코가 다시 튼튼해지는 것이다. 포스코가 박태준 회장 시절의 명성과 체력을 회복해야 포항경제에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 포항경제가 포스코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제조건도 반드시 ‘튼튼한 포스코’가 동반자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튼튼한 포스코’가 있어야만 포항경제는 포스코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구조에 연착륙할 수 있다.

그래서 포항시민이 포스코에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다시 포스코가 확실히 튼튼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듭 밝히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다. ‘튼튼한 포스코’는 현재의 포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며 희망찬 포항의 미래를 열어나갈 가장 든든한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족적 숙원인 남북평화시대가 열려서 포스코가 낙후된 북한 철강산업의 재건을 도우려 할 때도 ‘다시 튼튼한 포스코’가 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통찰하는 포항시민은 포스코가 50주년 기념으로 국민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숲에 5000억원 청소년 창의마당을 건립하겠다는 것에 대하여 명백히 반대하며, 신임 최정우 회장과 경영진은 그 계획을 철회해야 옳다는 뜻을 포항시민의 이름으로 천명한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잘 알고 많은 포항시민도 알고 있지만, 우선 그 5000억원이 어떤 돈인가? 누적된 부실경영 때문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내몰렸던 유동성부터 어느 정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응급처방에 따라 쓸 만한 부동산들을 처분한(포항시 효자동 웰빙아울렛 옆 대지, 인천시 송도의 포스코건설 사옥빌딩 처분 등) 돈이고, 포스코특수강 같은 좋은 계열사를 급히 매각한 돈이다. 그렇게 긴급히 조달했던 돈의 아주 큰 부분이 5000억원이다.
 
‘다시 튼튼한 포스코’의 안정된 미래는 지금도 보장돼 있지 않다. 미국, EU의 철강세이프가드가 칼춤을 추고, 공해문제로 철강구조 조정에 나선 중국이 그 반사이익을 포스코에 안겨주지만 언제든지 철강생산을 다시 증대시킬 수 있고, 인도가 철강업계의 골리앗으로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포스코가 기가스틸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처를 삼는다고 하지만, 인공지능과 빅테이터 시대에 기술력의 세계적 평준화는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정신적으로도 세계일류기업과 위기극복의 근간이 되었던 창업정신이 지난 경영진의 부도덕한 ‘스톡옵션’ 실현과 숱한 의혹들의 부실경영 때문에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렇게 ‘포스코가 다시 튼튼한 기반’ 위에 안정되게 올라설 앞길은 현재적 조건으로든, 잠재적 조건으로든 대단히 불투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따져보아도 과연 ‘서울숲 5000억원’이 합리적인 기부로 평가될 수 있겠는가?

포항시민은 그 5000억원이 당연히 포항경제와 포스텍과 포스코에 ‘윈-윈’이 되는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합당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때마침 신임 회장은 ‘1조원 벤처 벨리 조성’을 공언하였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포스텍에는 투자를 기다리는 유망한 벤처기술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00억원이면 그들 중 몇 개를 골라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러한 투자야말로 포항, 포스텍, 포스코의 미래를 밝혀주는 빛이며, 좋은 일자리를 갈구하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 희망의 길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또한 포스코는 지진피해로 고통을 감당하고 있는 이웃 시민들에게 이제라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포항시민은 여태껏 공론을 참아왔지만, 2017년 11월 당시에 포항지진피해 극복을 위한 기부금을 포함해 포스코 경영진의 태도가 얼마나 섭섭하고 실망스러웠던가를 밝혀두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포항시민은, 포스코 경영진이 ‘서울숲 5000억원’을 거론하기 이전에 포항지진피해 극복을 위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를 뒤늦게라도 ‘진정한 기업시민’의 윤리적 실천 차원에서 깊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

그리고 우리는 민족의 숙원인 남북평화시대를 맞아 ‘다시 튼튼한 포스코’가 무엇보다도 낙후된 북한 철강산업의 재건을 도와줄 체력을 비축할 것을 기대한다. 고(故) 박태준 회장이 남겨둔 비원에는 “북한이 문을 열기만 한다면 원산이나 청진 사이의 어느 바닷가에 포스코의 신인도로 자금을 마련해 포항제철이나 광양제철 같은 제철소를 지어주고, 초기 인력은 인민군대에서 선발해 포항과 광양에서 연수를 시키고 싶다”고 했던 열망도 포함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도 ‘서울숲 5000억’은 전혀 합당하지 않은 사회사업이다. 그런 여유가 정말로 있다면 차라리 민족사업, 평화사업으로 돌리는 것이 백번 마땅한 일이다.

포스코와 서울시가 서울숲 청소년 창의마당 건립에 대한 MOU를 맺었다는 언론보도를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계약의 법률적 효력을 발생하는 문서가 아니다. 얼마든지 재고나 폐기의 양해를 용인하는 문서이다. 더구나 신임 회장의 취임과 함께 포스코는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선포하지 않았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예산이 넘쳐나고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이 압도적으로 넘쳐나는 서울시에다 천혜의 포항 자연환경과 맞바꾼 ‘포항제철의 포스코’가 ‘50년 은혜 갚기의 이름’으로 ‘5000억 시설’을 무엇 때문에 건립한단 말인가? 어떤 다른 계산에는 ‘득’이라고 나왔을 테지만 ‘지역공동체의 명분과 도리’에 전혀 맞지 않는 결정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서울에 5000억원 짜리 시설을 세워주니, 포항과 광양에도 수천억원 짜리 시설을 세워줘야 한다”는 지역정치인, 유지, 전 포스코 경영진 등 일부 유력 인사들의 발상과 발언에도 명백히 반대를 천명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시 튼튼한 포스코’로 가는 길에 재를 뿌리는 격일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호황시절에나 고려해볼 수 있는 기념물 건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유인하려는 지역정치인은 그것을 자기 공적의 홍보용으로 둔갑시킬 것이라는 점도 지적해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협력업체나 납품으로 포스코에 줄을 대고 부를 축적해온 지역 업자들이 범시민적인 중대 지역현안과 관련해서도 포스코 경영진의 눈치만 살펴가며 여론을 호도하는 언행에 대하여 개탄해마지 않는다.

이에 우리 포항시민은, 포스코가 50주년 기념으로 내놓았던 ‘서울숲 5000억원 청소년 창의마당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특히 그 5000억원이 어떻게 조달했던 돈의 큰 부분인가를 가슴에 손을 얹어 생각해본 신임 회장과 경영진이 그 자금을 ‘1조원 벤처벨리 조성’ 프로젝트, ‘다시 튼튼해지는 포스코’ 프로젝트,  ‘포항지진피해 극복’, ‘평화시대의 북한 철강산업 재건’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진심으로 촉구한다.

끝으로 우리 포항시민은, 포스코 경영진이 우리의 애정 어린 고언(苦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이번 일이 지역민과 포스코가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진정한 소통을 정립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포스코가 신문에 공지했던 ‘러브레터 기다림’에 대해 공개서한을 보내는 심정으로 이 성명을 발표하며 향후 편지에 맞는 문법으로 고쳐서 포스코에 ‘러브레터’로 보낼 예정임을 밝혀둔다.

                                                                   2018년 9월 19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한국노총포항지부 포항급식연대 한미장관맨션지진피해비상대책위원회 포항중앙상가상인회 포항영일대상가번영회 포항육거리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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