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창립 30주년 기념식 참석,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시대정신과 국민들의 헌법의식에 따라 헌법해석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라며 헌법 해석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에서 거행된 기념식 축사를 통해 “헌법은 완전무결하거나 영원하지 않다. 헌법에 대한 해석 역시 고정불변이거나 무오류일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변할 수 없는 원칙도 있다. 민주주의의 완성과 인간의 존엄을 향한 국민의 뜻과 염원은 결코 바뀔 수 없는 원칙”이라며 “헌재가 이 원칙에 굳건히 뿌리내릴수록 헌법을 포함해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의 삶에 더 충실할 수 있고 국가의 기반도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을 수호하라는 국민의 명령, 억울한 사람을 지켜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는 국민의 믿음에 헌법재판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삶의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국민과 헌법재판소가 동행할 때 헌법의 힘이 발휘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본권과 국민주권의 강화는 국민이 정부와 헌법기관에 부여한 시대적 사명”이라며 “과연 우리 정부와 헌법기관들이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헌법정신을 잊거나 외면할 때가 있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헌법에는 권력이란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헌법조항이다. 저를 비롯해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모두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일 뿐”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 철저해야하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헌재를 태동시킨 힘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라며 “6월 민주항쟁의 승리는 지금의 헌법을 만들어냈다. 헌재는 87년 민주헌법의 산물이다. 민주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이 만들어낸 헌법적 장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8년 창립 당시 제대로 된 청사조차 없었던 헌재가 국민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힘도 자유, 평등, 민주를 향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였다”며 “국민에게 위임받은 헌법 해석의 권한으로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왔다. 헌재가 내린 결정 하나하나는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 성장의 초석이 돼주었다”라고 그 역할을 평가했다.

이에 대해 “불합리한 관행,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로 상처받은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헌재소는 치열한 토론과 과감한 결정으로 오랜 인습과 폐단을 없애주었다”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악법들을 위헌으로 결정할 때마다 국민의 삶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헌법에 위반되는 정치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냈고,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의 흠결을 보완해주기도 했다”며 “여기엔 조규광 초대 헌재소장님을 비롯한 역대 헌법재판관님들의 헌신과 노고가 스며있다. 다시 한 번 깊은 존경의 말을 드린다”고 치하했다.

기념식에서 이진성 헌재소장 등 입법․사법․행정부는 물론 헌법기관과 학계 및 유관기관 주요인사 180여 명이 참석했다.

이진성 소장은 기념사를 통해 “헌법재판소는 민주화운동의 결실인 1987년 헌법의 옥동자로 탄생했다”며 “바로 그 헌법에 적힌 국민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법치주의 원리를 살아서 움직이는 현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 않다”며 “정당성을 바탕으로 재판다운 재판을 할 때, 우리 재판소의 결정은 민주주의라는 그림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부터 9월 1일까지 인근 주민과 북촌을 찾는 관광객 등 누구든지 재판소를 방문해 특강을 듣고, 시원한 차도 마시며,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는 ‘열린 헌법재판소 국민초청행사’를 청사 마당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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