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청와대는 소득분배 악화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24일 청와대는 소득분배 악화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취업자 수 급감에 이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당의 비판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지만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나온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J노믹스의 궤도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4~6월)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계층인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32만4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계층인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10.3% 늘었다.

특히 5분위의 평균소득을 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5.23으로 크게 높아졌다.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보다 5.23배 많은 소득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 통계는 지난 5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뼈아픈 지점”이라고 언급했던 바로 그 소득분배지표다. 당시 통계청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이 132만5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0% 감소했지만 5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9.3% 증가했다는 통계(1분기 가계소득동향)를 내놨다.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는 통계가 나온 셈이다. 앞서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대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라던 통계청 발표에 이은 또 한 번의 경제 악화 성적표다.

이와 관련해 24일 청와대는 “엄중하게 상황을 바라보면서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중심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지만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수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J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24일 현재까지 청와대의 입장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되 기조 달성 수단인 정책에선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정도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소득주도성장의 큰 틀은 유효하지만 정책적 수단이 유효한지는 추후 과학적인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인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 1월 1일 시작했고, 주 52시간 근무도 7월 1일부터 시행한 만큼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연말이나 내년쯤까지 고용과 분배지표가 개선되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등 저소득층 재정지원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주 중 발표할 내년도 예산안에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확장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고용과 분배지표 개선을 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기초연금 인상을 앞당겨 시행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은 ‘고용참사’에 이은 ‘분배 참사’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연일 공세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3일 윤영석 수선대변인 논평에서 “일자리 증가와 소득 양극화 해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용기를 내서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경제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른미래당도 김수민 원내대변인을 통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경제정책 전환을 촉구한다”며 “분배정책을 위주로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직을 걸고 적극적인 시장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여당은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하다는 근거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경미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는 통계청 소득분배지표를 보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은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며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분수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01차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행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 문제”라며 “소득주도성장을 해낼 수 있는 법안들이 대부분 국회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소득주도성장을 이끌어 가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에 연말까지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정책 수정 논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야당이 연일 거센 비판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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