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2 (화)

  • 흐림동두천 7.1℃
  • 구름조금강릉 10.4℃
  • 흐림서울 5.8℃
  • 박무대전 7.4℃
  • 맑음대구 12.1℃
  • 맑음울산 13.5℃
  • 박무광주 9.8℃
  • 맑음부산 12.4℃
  • 구름많음고창 10.6℃
  • 맑음제주 15.1℃
  • 구름많음강화 8.0℃
  • 흐림보은 7.3℃
  • 구름많음금산 9.2℃
  • 맑음강진군 10.8℃
  • 맑음경주시 13.6℃
  • 맑음거제 13.1℃
기상청 제공

정치

[유창선 칼럼] 안희정이 아닌 김지은을 피고로 만든 재판

인간의 마음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일단 법원은 안 전 지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번 재판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겨주었다.

1심 재판부의 얘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피고인이 위력을 사용한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확고한 거절 의사가 없었기에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추행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나름의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사실이라고 해도 통상적 수준의 거부나 저항이 없었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래서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는 현행법상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과 각종 증거법칙에 따른 사실 인정,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기초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가 무죄 선고를 내린 이유였다.

재판부는 현행법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지만, 성폭력 여부에 대해 그렇게까지 보수적 해석을 한데 대해서는 적지않은 반론도 제기된다. 그리고 단지 법의 해석 문제를 넘어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보여준 태도는 이미 여러 의구심을 낳았다.

이번 재판은 안희정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에 대한 재판이 되고 말았다. 재판에 나온 증인들은 정조와 행실을 들먹이며 피해자를 몰아붙였고, 성폭력이라는 쟁점은 이내 불륜이라는 문제로 둔갑하고 말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희정이 아니라 김지은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재판부가 ‘피해자답지 않은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도대체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자다운 태도는 누가 어떻게 규격화된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피해자가 거절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안희정이 아니라 김지은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할 지경이었다. 이것이 2018년 한국사회의 사법체계가 보여준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대한민국의 법원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판결을 접하면서 대체 법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법은 ‘위력’과 ‘거절’에 대한 증거를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증거로 남을 수가 없다. 따라서 법은 최종적 판결자가 될 수 없다. 법은 인간의 양심을 재판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유한한 법이 무한한 진실을 억압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톨스토이가 쓴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는 평범하고 세속적인 판사 이반 일리치가 나온다. 그는 심각한 병에 걸려 의사를 찾아가지만, 의사는 일리치가 법정에서 피고를 대할 때와 똑같은 태도로 그를 대한다. 의사는 일리치의 생명에 대한 절박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오직 병명이 무엇인가를 가리는 데만 골몰한다. 그 누구도 그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일리치는 주변 사람들의 거짓과 위선에 절망한다. 죽음이 다가와서야 일리치는 역지사지의 생각을 하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했던가를 성찰할 수 있었다. 이것이 성폭행이 아니었냐고 묻는 한 여성 앞에서 형사법의 한계만을 말하던 재판부의 모습, 그것은 깨달음을 얻기 이전 판사 일리치의 모습이었고, 일리치의 절박한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은 의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법의 죽음이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4·3 보궐 창원성산] PK 민심 ‘가늠자’...황교안 ‘첫 성적표’vs 故 노회찬 ‘지역구 사수’
4월3일 보궐선거가 2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故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간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내달 3일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게 작용한다. 故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정의당에 ‘창원·성산’은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평화·정의 교섭단체를 다시 꾸릴 수 있는 중요한 1석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당에게 이번 선거는 황교안 대표 체제의 첫 과제이자 첫 성적표다. 때문에 황 대표 역시 최근 일정을 ‘창원·성산’에 몰입하며 성과내기에 나섰다. ▲황교안, 첫 성적표 ‘창원·성산’ 황 대표는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후문에서 4·3 보궐선거 창원·성산 강기윤 예비후보와 함께 출근길 인사에 나서며 표심 모으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정과 민생 파탄, 안보 불안을 심판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취임 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경남 창원 경남도당 사무실에서 열고 “우리 한국당이 반드시 두 곳(경


[스페셜인터뷰] 조민① “30년 핵협상 줄다리기에서 패배…하노이 회담, 북한에겐 참사다”
한반도 평화시대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협상 결렬로 성과없이 끝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에 <폴리뉴스>는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을 모시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 및 전망을 들어봤다. 조민 원장은 8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협상 결렬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는 하노이 참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30년에 걸친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에서 “북한이 핵무기 한 방으로 승리하는 듯 했지만, 하노이 결렬로 (승리)문턱에서 넘어지고 말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렬로 미국은 행정부와 여야정치권, 언론 등 모두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소리를 내며 국론통일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내상이 깊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결렬 요인으로는 싱가포르 회담 수준의 합의로는 조야를 설득하기 힘들어진 미 국내정치 상황의 변화와 이를 간파하지 못한 ‘평양팀의 협상전략 실패’를 꼽았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올린 ‘북한 비밀 핵시설의 폭로’를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기의 담판이 ‘우발적’ 또는 특정

[카드뉴스] 현대차-카드사, 수수료율 인상 갈등…신한·삼성 등 가맹계약 해지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현대자동차와 카드 수수료율 인상 갈등을 겪은 신한·삼성·롯데카드가 결국 가맹점 계약을 해지 당했다. 현대차는 11일 자사 영업점에 신한·삼성·롯데카드를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해당 3개사 카드로 결제를 요구하면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앞서 대부분의 카드사는 지난 1일 현대차의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1.8%대에서 1.9% 중반대로 0.1∼0.1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주로 대형가맹점에 쓰이는데 이를 중소가맹점과 공동 부담해왔다”며 대형가맹점이 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내놓은 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동결에 가까운 0.01~0.02%포인트 인상으로 맞섰다. 동시에 카드사들에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카드사와 현대차 간 협상의 물꼬가 트인 건 지난 10일이다. 현대차가 0.05%포인트 인상으로 한 발 물러서면서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와의 협상이 타결됐다. BC카드도 11일 현대차가 제시한 0.05%포인트 인상, 즉 1.89% 수준의

[카드뉴스] 깊어져만 가는 르노삼성 노사 갈등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깊어져가고 있습니다. 28일 르노삼성 노조는 민주노총·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을 결의했습니다. 노조는 “르노그룹이 ‘기술사용료, 연구비, 용역수수료, 광고 판촉비’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요구했다”며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무리한 고배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6월 시작한 르노삼성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은 해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노사는 16차례 본교섭을 벌였으나 임단협 협상 세부 안건조차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부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파업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 역시 “3월 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시한을 언급했습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6월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42차례에 걸쳐 160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르노삼성 협력사들과 부산상의는 “임단협 지연과 파업으로 협력사와 부산·경남 지역 경제가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며 르노삼성 노사에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 상황이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