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원 판결 납득 어려워, 항소 준비할 것”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이날 하루는 ‘안희정 무죄 쇼크’로 어수선했다. 이후 각 시민단체와 여성단체, 보수 정당, 진보 정당 할 것 없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안 전 지사의 간음·추행의 위력행사 정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법원은 안 전 지사에 대한 공소사실 모두가 범죄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후 정치권은 일제히 ‘미투 운동’에 대한 위축을 우려했다.

자유한국당은 안 전 지사의 무죄판결이 ‘미투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지적했다. 이날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의 미투운동에 대한 대답이자 결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은 이어지는 모든 미투 관련 재판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또 “사법부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만으로는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사실상 어떠한 미투도 법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무죄가 됐다고 정치 도덕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정치 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면서도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민주평화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내면서도 “이번 사건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의외의 결과”라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평화당은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위력의 존재에 대해 문제 삼았다. 최석 대변인은 “법원은 안 전 지사가 피의자에게 위력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위력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위력은 있는데 위력행사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최 대변인은 “‘술을 먹고 운전을 했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며 “상식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결국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현재 대한민국 여성 성범죄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가해자를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여성단체 “위력이 아니면 무엇이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진 이후 여성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14일 오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유력 대권후보이자 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그의 수행비서에게 행사한 것이 ‘위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이러한 판결은 한국사회에 사법정의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재판부는 ‘현행 성폭력 범죄 처벌 법제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며 입법부와 사회인식에 그 책임을 돌렸다”라며 “재판부는 ‘위력’에 대한 판결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강간에 대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두루 고려하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역시 성명문을 통해 “법원이 피고인의 지위가 행사돼 피해자가 저항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며 “성폭력을 인지하고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 번 고민하기를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이번 판결은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 지사 측이 가족과 지지자·변호인단을 동원했지만, 피해자는 가족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며 "누가 함께 했는지 만을 보더라도 위력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 측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검찰 측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충실히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의사를 표시했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며 “인적·물적 증거에 의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 역시 입장문을 통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고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며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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